서울 강남구 대치동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97㎡에 거주하는 A 씨.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A 씨가 납부한 보유세는 301만 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난해 A 씨가 납부한 보유세는 총 1812만여 원이었다. 4년 새 세금이 6배 넘게 뛴 것이다. 특히 종부세의 경우 2017년 14만 원에서 지난해 861만 원으로 61.5배 뛰었다.
이 사례는 이전 정권인 문재인 정부에서 부동산 세제가 얼마나 뒤틀려 있었는지를 잘 보여준다. 문재인 정부는 세금을 집값 잡기 수단과 다주택자의 징벌적 수단으로 삼는 일종의 부동산 정치를 5년 내내 폈다.
세금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격을 급격히 끌어올렸고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세율을 부활시켰으며 종부세율과 취득세율도 모두 끌어올렸다. 그 결과 ‘집을 사려면 취득세, 살려면 보유세, 팔려면 양도세, 물려주자니 증여세, 죽자니 상속세가 눈에 밟힌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왔을 정도다. 특히 이런 징벌적 부동산 세제의 피해가 경기 침체를 맞아 소비마저 얼어붙는 최악의 상황으로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크다.
전문가들은 윤석열 정부가 정치와 이념의 족쇄에 묶인 부동산 세제를 대수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는 “문재인 정부에서는 집값을 잡지는 못하고 세금 부담만 크게 늘렸다”며 “부동산 세제를 상식에 맞게 정상화해야 시장도 거래 활성화가 가능하다”고 지적했다.
일단 과도한 보유세부터 보자. 문재인 정부의 보유세 폭탄은 △공시가격 △공정시장가액비율 △세율 인상 세 가지가 맞물린 합작품이다. 문재인 정부는 공시가 현실화율 로드맵을 만들고 이에 맞춰 공시가격을 매년 급격히 끌어올렸다. 가령 2017년 9억 6800만 원이던 ‘래미안대치팰리스’ 전용 84.97㎡의 공시가격은 올해 25억 9100만 원으로 급격히 올랐다. 공정시장가액비율 역시 2018년 80%부터 매년 5%포인트씩 올렸다. 계획대로라면 올해 종부세의 경우 공정시장가액비율 100%가 적용될 예정이었다. 여기에 부동산 정책 실패로 매년 급등한 아파트 값까지 더해지면서 보유세 부담은 천정부지로 치솟을 수밖에 없다.
문제는 보유세 폭탄이 소비를 위축시킨다는 점이다. 보유세는 세입자에도 영향을 미친다. 송헌재 서울시립대 교수의 ‘보유세 전가에 관한 실증연구’에 따르면 임대인 보유세가 1% 오를 때 증가분의 46.7~47.3%가 월세 보증금으로 전가된다고 설명했다.
다행스러운 대목은 윤석열 정부가 올해 보유세를 산정할 때 2021년도 공시가격을 적용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도 낮춰 1주택자의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까지 되돌리려고 한다는 점이다. 특히 문재인 정부에서 수립한 공시가 현실화율 로드맵 역시 원점 재검토하기로 했다.
시장에서는 특히 지방세(7.5%)까지 더하면 82.5%까지 치솟는 양도세 최대 세율, 그리고 4%에서 12%로 인상한 취득세율도 정상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부동산 거래를 트려면 퇴로를 열어줘야 한다는 얘기다. 그나마 새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1년간 유예했고 올해 1주택자 종부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되돌리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후속 조치가 더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보유세의 경우 다주택자에 대한 세금 감면이 없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윤석열 정부에서 추진하는 보유세 부담 완화 혜택은 1주택자에 한정된다. 한 전문가는 “2017년 4조 4000억 원 수준이었던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가 지난해에는 11조 원까지 커졌다”며 “보유세 부담이 상당 부분 세입자에 전가되고 소비 위축을 낳는다는 점에서 다주택자에 대한 징벌적 중과세율을 손보고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소신대로 종부세와 재산세를 중장기적으로 통합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종부세 과세 기준도 윤석열 정부가 그간 밝힌 대로 보유 주택 수가 아니라 보유 주택 전체 합산 가액으로 바꿔야 한다”고 조언했다.
다만 세제 개편 과정에서 ‘속도 조절’ 필요성도 나온다. 우병탁 신한은행 WM컨설팅센터 부동산팀장은 “문재인 정부의 경우 공시가 현실화 및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급격한 속도로 인상시키면서 대다수 납세자들의 조세 저항을 불러왔다”며 “그렇다고 세금을 급격하게 깎아주면 반대로 역풍이 불 수도 있어 시장과의 공감대 형성에 더 신경써야만 한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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