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발 고강도 통화 긴축에 대한 공포가 코스피 등 글로벌 금융시장을 짓누르면서 우리 경제를 지탱하는 가계와 기업이 벼랑 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주식·암호화폐 등 투자 자산은 급락하고 대출 및 회사채금리는 급등하면서 가계·기업 모두 자금 사정이 빠르게 나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호황 시절에 막차를 탔던 가계의 자금난과 긴축 전환에 따른 한계 기업 급증으로 우리 경제가 금융위기 이상의 타격을 받을 가능성을 경고하고 나섰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복합 위기가 시작됐다”며 “정책 수단을 총동원하겠다”고 밝혔지만 국가채무가 1000조 원을 넘어 손쓸 방도가 사실상 없다는 지적이다.
14일 코스피는 전일 대비 11.54포인트(0.46%) 내린 2492.97로 마감했다. 종가 기준 2500선 아래로 떨어진 것은 1년 7개월 만이다. 비트코인도 1년 6개월 만에 처음으로 3000만 원 아래까지 빠졌다. 원·달러 환율은 장중 1292원 50전까지 치솟았고 국고채 3년물은 10년 만에 3.6%를 돌파했다.
그 결과 가계·기업의 돈줄은 마르고 있다. 젊은 세대뿐 아니라 중년층에서도 빚을 내 주식과 코인·부동산에 투자한 사람이 많았기에 더 문제다. 증시에서는 이미 반대매매의 전운이 감돌고 있다. 실제로 개인투자자들은 이날 코스닥에서 980억 원어치의 주식을 팔아치웠다. 특히 위탁매매 미수금 대비 반대매매 금액은 이달 7일까지 130억 원대였지만 9일 이후 160억~170억 원까지 늘었다. 이미 잇따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원리금 상환 압박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원자재·물류난에 임금 인상 요구까지 받고 있는 기업도 자금 조달에 비상이 걸렸다. 금리가 0.25%포인트 오르면 가계와 기업의 부담이 각각 3조 원(한국은행 기준), 2조 7000억 원 늘어난다는 보고서도 나왔다. 김태기 단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선 물가부터 잡고 기업 혁신을 위한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야 하는데 각각 2000조 원에 달하는 가계 및 기업 대출을 감안하면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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