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의 초대 내각에서 가장 주목을 받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7일로 취임 한 달을 맞는다. 한 장관은 취임하자마자 대대적인 검찰 물갈이 인사를 단행하며 ‘문재인 정부 색깔 지우기’를 한 데 이어 조직 개편을 통해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시행을 앞두고 ‘검찰권 회복’도 꾀하고 있다. 취임사에서 밝힌 ‘법치주의 강화’를 위한 인사, 조직 개편 외에도 이민청 설립과 촉법소년 연령 하향 추진 등 사회 현안도 주도하면서 벌써부터 보수 진영의 차기 지도자 후보군으로까지 거론될 정도로 존재감이 커졌다. 다만 공직자 인사 검증 업무가 법무부로 넘어온데다 검찰총장이 공석인 가운데 검찰 인사까지 주도하는 등 민정수석·검찰총장 역할까지 ‘1인 3역’을 하는 한 장관에게 권력이 집중되는 것을 우려하는 시각도 많다.
15일 법조계에 따르면 검찰의 직접 수사 기능을 되살리고 형사부로 뭉뚱그려진 서울중앙지검 등 9개 검찰청의 형사부를 각 전문 수사 부서로 개편한 내용의 조직 개편안이 16일 차관회의를 거쳐 21일 국무회의에 상정될 예정이다. 한 장관의 주도로 마련된 이번 조직 개편안은 문재인 정부 시절 쪼그라든 검찰의 수사 범위를 종전 수준으로 확보하는 것이 골자다. 검수완박법이 시행되는 9월이면 검찰의 직접 수사 개시가 가능한 6대 범죄가 ‘부패·경제 범죄’로 축소되는 만큼 한 장관으로서는 검찰권을 되찾기 위해 남은 3개월 동안 최대한 수사 성과를 내서 여론 반전을 이끌어내야 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지는 한 장관 취임 후 단행한 첫 번째 인사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한 장관은 지난달 검찰인사위원회 개최 없이 법무부·대검찰청·서울중앙지검 등 주요 요직에 이른바 ‘윤석열 사단’으로 불리는 검사들을 앉혔다. 특히 전국 최대의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장에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 대한 수사를 했다가 좌천됐던 송경호 지검장을 발탁, 전 정권을 겨냥한 수사에 나설 것임을 예고한 데 이어 실제 ‘산업부 블랙리스트 사건’과 ‘여성가족부 대선 공약 개발 의혹’에 대한 수사에 본격 나섰다.
한 장관은 주요 정국 현안에 대해서도 활발하게 의견을 개진하며 이목을 끌었다. 조 전 장관 때 만들어진 형사사건 공개 금지 규정을 폐지하는 방안을 시작으로 교정 공무원 처우 개선과 이민청 설립, 촉법소년 연령 기준 하향 검토 등을 지시하면서 법무행정에 대한 관심을 키웠다. 이 밖에 장관 차량 문을 직원이 대신 열거나 닫는 의전 관행을 금지하고 법무부 간부 호칭에서 ‘님’자 표현을 빼도록 지시한 사실이 알려지는 등 탈권위주의적인 면모도 주목받았다.
다만 일각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의 신임이 두터운 한 장관에게 권력이 지나치게 집중되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여전하다. 민정수석실이 담당하던 인사 검증 업무가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이 맡게 되면서 9월 퇴임을 앞둔 김재형 대법관의 후임자 검증 과정에서 한 장관의 영향력이 미칠 수 있다. 조만간 단행될 첫 검찰 정기 인사도 검찰총장이 부재한 상황이어서 한 장관의 의중대로 ‘특수통’이 중용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한 장관은 “(검찰 정기 인사에서) 특정 전문 분야가 다른 분야를 독식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삼현 숭실대 법학과 교수는 “추미애 전 장관 때부터 법무부 장관의 업무 범위가 확대되고, 한 장관의 행보도 그 연장선상으로 보인다”면서 “여론에 과도하게 휩쓸리기보다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서 검찰 인사 등 업무에 반영하는 등 법무행정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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