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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진 월북 → 증거없다"…21개월 만에 말바꾼 해경·국방부

["文정부 조치 부당"…대통령실도 정보공개 항소 취하]

대통령실 "진상규명" 밝혔지만

관련자료 대통령기록물로 지정

공개 놓고 정치적 후폭풍 예상

與 "진실 밝히는데 최선의 노력"

野 "국민 아픔 이용 말라" 반발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월 31일 국민의힘 대선 후보 시절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서해 피살 사건 유가족을 면담했다. 당시 윤 대통령은 “도대체 뭘 얼마나 잘못했길래 북한 눈치를 보느냐”며 정권에 날을 세웠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16일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정보공개청구 소송에서 항소를 취하했다. 사진은 서해 연평도 해상에서 표류 중 북한군에 사살돼 숨진 해양수산부 산하 공무원 이대준 씨의 형 이래진 씨가 2020년 10월 28일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정보공개 청구 기자회견’을 하는 모습. 연합뉴스


우리 국민이 서해에서 실종된 후 북한군의 총격으로 사망한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이 발생 1년 9개월 만에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대통령실은 16일 사건 관련 정보공개 청구 소송에 대한 항소를 취하했고 해양경찰청과 국방부는 피해자의 자진 월북 증거를 찾지 못했다며 머리를 숙였다. 대통령실은 “국가에 진상 규명의 책임이 있다”며 사건을 철저히 들여다보겠다고 밝혔지만 문재인 정부가 핵심 사건 보고 자료들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한 상태여서 향후 기록물 공개를 놓고 정치적 후폭풍이 예상된다.



대통령실 국가안보실은 이날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관련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소송의 항소를 취하했다.

안보실은 “이번 항소 취하 결정이 우리 국민이 북한군에게 피살됐음에도 불구하고 유족에게 사망 경위도 제대로 알리지 않은 채 정보를 제한했던 과거의 부당한 조치를 시정하고 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하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김태효 안보실 1차장은 윤석열 대통령을 대신해 고인의 형과 통화해 항소 취하 결정을 비롯한 관련 부처의 검토 내용을 설명했다.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은 2020년 9월 서해 소연평도 어업지도선에 타고 있던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대준 씨가 실종 후 북한군의 총격에 사살되고 시신이 불태워진 사건이다.



해경은 이 씨가 실종된 지 8일 만에 중간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군 당국의 첩보와 피해자의 도박 빚 등을 근거로 이 씨가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내용이었다. 군 당국과 정보 당국이 북한의 통신 신호를 감청한 첩보와 해상 표류 예측 분석 결과 등이 주요 근거였다. 해경은 같은 해 10월 기자 간담회에서는 이 씨가 인터넷 도박에 중독돼 있었다며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는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이 씨의 아들에게 “진실을 밝혀내도록 직접 챙기겠다”고 편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진전은 없었다. 유족들은 피살 경위를 확인하기 위해 법원에 사건 관련 정보들을 공개하도록 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했으며 지난해 11월 일부 승소했다. 문재인 정부의 안보실과 해경은 즉시 항소했는데 정권이 바뀌자 7개월 만에 항소가 취하된 것이다.

해경과 국방부도 숨진 이 씨가 월북했다고 단정할 근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박상춘 인천해경서장은 이날 브리핑을 열고 “국방부 발표 등을 근거로 피격 공무원의 월북 등 여러 가능성을 열어두고 현장 조사 등을 진행했으나 월북 의도를 인정할 만한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윤형진 국방부 정책기획과장 역시 “실종 공무원의 자진 월북을 입증할 수 없었다”며 “북한군이 우리 국민을 총격으로 살해하고 시신을 불태운 정황이 있었다는 것은 명확하게 말할 수 있다”고 했다.

해경은 월북 피살로 규정한 지난 수사 결과에 대해 사과했다. 박 서장은 “국제형사사법공조가 1년 6개월가량 진행되면서 수사에 상당한 시간이 걸렸다”며 “오랜 기간 마음의 아픔을 감내했을 유족들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해경은 이 씨 유족이 제기한 정보공개 거부 처분 취소소송의 항소를 취하하고 법원의 유족 측 1심 승소 결정에 따라 관련 정보를 공개할 예정이다. 북측의 실종자 해상 발견 경위, 해경이 작성한 초동수사 자료와 고인 동료들의 진술 조서 등이다. 대통령실도 사실관계 확인에 필요한 경우 추가 자료 공개를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대통령실 핵심 관계자는 브리핑을 열고 “당시 유가족들의 여러 차례 진상 규명에 대한 요구에도 불구하고 국가가 제대로 응하지 않았다는 것이 우리 정부의 판단”이라면서도 “(이 씨에게) 실제 어떤 의도가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국가기록물로 지정된 기록들을 아직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대통령기록물은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이나 관할 고등법원장의 영장이 있어야만 열람이 가능하다.

사건 당시 문재인 정부의 대응이 부적절했다는 결론이 나면서 정치권도 후폭풍에 휩싸일 것으로 보인다. 김형동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2년 전 정부는 북한군의 살인에 대해 정권의 눈치를 봐야 했다면 지금은 국민을 위해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고 있을 뿐”이라며 “정의의 이름으로 진실 규명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반면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냈던 윤건영 민주당 의원은 “우리 정부는 당시 다각도로 첩보를 분석하고 수사를 벌인 결과 월북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던 것”이라며 “국민의 아픔이 특정 정권의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이용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맞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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