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도 한국이 직면한 경제 위기가 ‘정답을 찾기 힘든 난제’라고 우려했다. 공급망 교란과 전쟁 등 외생적 요인으로 인한 충격이 우리 경제를 덮쳤기 때문이다. 여기에 정부가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시중에 푼 62조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물가를 더 자극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물가를 끌어내리기는 힘들지라도 부가가치세와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인하해 서민들의 부담을 덜어낼 정책과 기업 활력을 키워 기초 체력 자체를 키우는 중장기적인 정책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일단 전문가들의 현실 진단은 냉정했다. 김광두 국가미래연구원 원장은 1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미중 기술 패권 다툼이 심해지던 중 코로나19가 퍼져 공급망이 흔들렸고 이번에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까지 터져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물가 불안 요인이 산적하다”고 짚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고는 하지만 유동성 공급 등 일종의 재정 포퓰리즘에 중독된 것이 문제를 더 키우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인수 숙명여대 교수 역시 “하반기 전기료가 추가로 인상되면 연간 물가 상승률이 5%대에 달할 것”이라며 “인플레이션이 내년까지 가지 않을까 싶다”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실질적인 서민 부담을 경감해줄 정책을 적극 발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원장은 “금리 인하도 물가 안정에는 어느 정도 기여하겠지만 시간이 오래 걸릴 것”이라며 “생필품 중심으로 부가세를 한시적으로 낮춰주는 것이 체감물가를 당장 끌어내리는 데 가장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전날 정부는 ‘경제정책방향’에서 생계비 경감 대책의 일환으로 기저귀와 분유에 붙는 부가가치세 10%를 영구 면제한다고 발표했는데 이 품목을 생필품 중심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유류세를 100% 인하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자재와 임금 등 비용이 상승해 물가가 오르는 상황”이라며 “생산비 부담을 덜기 위해 유류세를 한시적으로 100% 인하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본다”고 밝혔다. 유류세 인하가 서민뿐만 아니라 부자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에는 “공급발 인플레이션에 대한 충격은 온 경제에 부담이 되고 있다”며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한 보조금 지급 등 추가 지원이 동반되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안정을 위해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는 당부도 있었다. 특히 부가가치세 품목 확대는 조세특례제한법, 유류세 탄력세율 조정은 교통에너지환경세법 개정이 필요하다. 김 원장은 “여소야대인 상황에서 내후년 총선까지 앞두고 있어 정쟁이 심할 것”이라며 “예상치 못한 위기에 직면한 만큼 물가 잡기에 있어서는 국회도 새 정부에 협조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여당도 야당 설득에 더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아울러 글로벌 패권 다툼이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된 상황에서는 경제 체력을 더 끌어올리는 게 궁극적인 해결책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 원장은 “새로운 경제 시장에 누구나 진입할 수 있도록 진입 장벽을 확 낮추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며 “법인세 인하로 당장 기업의 부담을 줄여주는 것보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강 교수는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을 새로운 플레이어를 키울 인재 양성 정책에도 집중해야 한다”며 “노동·공공 등 구조 개혁에도 나서 경제 체질을 바꾸는 데도 힘써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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