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지난주 2차례 발사를 연기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다시 비상할 채비를 갖추고 21일 우주를 향한 재도전에 나선다. 누리호를 발사대에 연결해 점검하는 과정에서 확인한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고 다시 발사 준비를 마쳤다.
당초 1·2단 로켓 분리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지만 비교적 간단한 방법으로 1단 산화제 탱크 내 수위 측정 센서의 코어 부품만을 교체하는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했다. 누리호 전체의 전기 신호 점검을 수행한 결과 정상 운용이 가능한 상태라는 점을 확인했다.
누리호는 15일 발사대 연결 이후 점검 과정에서 1단의 산화제 충전 수위를 측정하는 센서에서 신뢰할 수 없는 측정 값이 확인됐다. 이 원인을 밝히고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리호를 다시 조립동으로 이송해야 했다. 이를 결정하며 무엇보다 국민들에게 송구한 마음이었다. 이번에는 꼭 성공하리라 기대하며 한마음 한뜻으로 보내주신 성원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지난해 10월 누리호 1차 발사에서도 그랬듯 우주 도전은 모든 과정이 순조로워 보여도 최종 결과에 도달하는 시점까지 마음을 놓을 수 없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그러나 이 역시 감내해가야 할 기술과 노하우의 축적 과정이다.
우리는 이제 완전히 독자 개발한 우주발사체의 두 번째 발사를 시도하는 과정에 있다. 아직까지는 독자 개발한 발사체의 신뢰성을 확인하기 위한 비행 시험의 의미가 더 큰 것이다.
1989년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설립 이후 우리가 개발한 발사체를 발사한 사례는 1993년 고체 과학로켓 KSR-I을 시작으로 KSR-II, KSR-III, 나로호, 누리호시험발사체, 누리호 1차 발사까지 모두 10번 정도에 불과하다. 그나마 초기에는 실험용 관측 로켓을 발사하는 수준이었다. 사실상 우주발사체는 러시아와의 기술 협력을 통해 개발한 나로호부터다. 당시에는 핵심 1단 로켓은 러시아가 맡았다. 그리고 지난해 처음으로 우리의 기술력으로 완성한 독자 우주발사체인 누리호를 1차로 우주로 보냈던 것이다. 다만 1.5톤의 모사체 위성을 실었으나 최종적으로 정상 궤도에 올리지는 못했다.
하지만 누리호 1차 발사를 통해 우리 발사체 기술이 상당히 성숙해져 가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미완의 성공에 그친 원인 분석과 해결에 걸린 기간도 불과 4개월 정도로 이렇게 빠른 대처를 할 수 있었던 것은 적지 않은 의미가 있다. 이번 누리호 2차 발사 준비 과정에서 산화제 탱크 내부의 레벨 센서 문제를 신속히 확인하고 조치할 수 있었던 것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 모든 것이 누리호 개발의 전 과정을 스스로 수행하면서 기술 축적을 이뤄냈기에 가능했다.
사실 우주발사체가 발사 직전에 기술적인 문제나 기상 변화로 발사를 중단 또는 연기하는 일은 비일비재하다. 수십 년간 값비싼 인공위성 발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용 발사체에서도 마찬가지다. 일례로 지난해 스페이스X의 신형 우주선(Crew-3) 발사도 날씨 문제 등으로 세 차례나 연기됐다.
더 멀리 뛰기 위해서는 높이뛰기·멀리뛰기·도마 경기를 할 때 도약력을 증대하기 위해 정해진 거리를 뛰는 ‘도움닫기’가 필요하다. 마찬가지로 이번 누리호 2차 발사 일정 연기도 더 먼 우주로 가기 위한 도움닫기 과정으로 이해해주실 것을 국민 여러분께 부탁드린다. 연구진은 흔들림 없이 누리호를 성공시켜 대한민국이 우주 강국으로 도약하는 디딤돌을 놓는 데 최선을 다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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