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장 월세 낼 돈도 부족해서 일단 가게를 접고 차근차근 빚부터 갚아보려고 합니다.” (경기도 용인시에서 식당을 운영한 30대 A 씨)
“코로나 사태 이후 받아놓았던 대출을 상환해야 하는데 충분한 매출이 나오지 않아 월세조차 낼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가게 문을 닫았습니다.” (서울시 관악구에서 식당을 운영한 50대 B 씨)
2년 1개월에 걸친 사회적 거리 두기 여파를 벗어내지 못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줄폐업’을 선택하며 점포 매물을 무더기로 쏟아내고 있다. 올 4월부터 사회적 거리 두기 조치가 전면 해제되고 본격적인 일상 회복 기조에 들어섰지만 이미 악화할 대로 악화한 경영 상황을 되돌리기에는 여력이 부족한 것이다.
19일 국내 최대 소상공인·자영업자 커뮤니티인 네이버 카페 ‘아프니까 사장이다’에 등록된 점포 매물 현황에 따르면 6월 들어 이날 오전까지 올라온 매물은 2760개가 넘었다. 하루 평균 145명에 달하는 자영업자들이 자신의 점포를 매물로 내놓고 있는 셈이다. 아직 6월 중순을 갓 넘긴 시점이지만 이날까지 올라온 점포 매물 수는 5월 말 기준 2800개의 약 98%에 달한다. 이 같은 속도라면 이달 안으로 점포 매물만 약 4260개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월평균 매물 수(566개)와 비교해 약 8배 수준에 달할 만큼 급증한 것이다.
점포 매물 수는 특히 올해 초부터 가파르게 늘어나기 시작했다. 1월 780개, 2월 837개, 3월 1246개, 4월 1592개로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5월 매물은 1월 말 대비 258.9%나 폭증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의 한 관계자는 “정부의 방역 조치로 발생한 영업손실에 대한 보상은 미미한데 가장 큰 부담인 채무는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소상공인 폐업이 늘어날 수밖에 없던 주된 원인은 매출 감소를 버티지 못한 데 있다. 소상공인연합회가 6개월 이상 사업체를 운영한 소상공인 1023명을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한 결과 70.3%가 폐업을 선택한 주요 원인을 ‘매출 부진’으로 꼽았다. 채무 부담이 누적되고 있다는 점도 폐업 증가 요인으로 꼽을 수 있다. 소공연은 소상공인 96.3%가 경영 상황이 어려울 때 대출을 받아 대응했다고 밝혔다.
소공연 관계자는 “정부 종합 채무 조정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소상공인 사업체 종사자들의 인건비를 보조해주는 고용지원금을 비롯한 다양한 정책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