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전자 분석 기술은 유전물질 분리 과정없이 직접 세포를 영상 이미지로 촬영하는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리버스 에스퍼(REBUS ESPER)'는 세포나 유전체를 조각낼 필요 없이 광학 기술로 특정 RNA나 단백질이 얼마나 있는지부터 어느 위치에 어떤 모양으로 있는지까지 분석할 수 있습니다.”
미국 실리콘밸리 바이오테크인 리버스 바이오시스템스(Rebus Biosystems)의 조시 류(사진) 대표가 지난 16일(현지 시간) ‘2022 바이오 USA’가 열린 미국 샌디에이고에서 서울경제와 만나 자사의 제품과 기술을 이렇게 소개했다.
류 대표는 "가로·세로 1㎝ 영역 속 약 15만 개의 조직 세포를 고해상도로 한꺼번에 스캐닝하고 맵핑하는 게 독자적인 기술"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예를 들어 암세포를 분석할 때, 세포를 갈아 RNA나 특정 단백질 요소의 비중을 분석하는 수준을 넘어 세포별 위치, 배치까지 볼 수 있어 진단·임상·신약 개발에 활용성이 매우 크다"고 설명했다.
류 대표는 서울대에서 학·석사를 마친 뒤 미국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박사과정 중인 2006년 리버스 바이오를 창업했다. 미국 국립보건원(NIH)으로부터 230만 달러 규모 연구 과제를 수행하며 핵심 기술인 합성 조리개 광학(Synthetic Aperture Optics·SAO)을 활용해 차세대 유전자 분석 기술을 개발했다.
유전자 분석은 코로나19 진단을 위한 유전자 증폭(PCR) 기술이 포함된 영역이다. 리버스 바이오는 2012년 배양된 세포나 조직 샘플을 넓은 영역에서 고해상도로 이미지화하는 장비 개발을 시작해 2021년 화학 시약 기술과 융합해 영상 진단을 할 수 있는 리버스 에스퍼를 내놓았다. 머신비전 기술을 적용해 세포 안에서 일어나는 일을 속속들이 분석해 낼 수 있다. 류 대표는 "영상 진단 등 공간생물학 시장은 1~2년 전부터 막 시작된 것으로 현재 600억 달러(77조 원) 생명과학 연구 장비 시장 중 150억 달러(19조 원) 규모를 대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가능성에 세계 최대 유전체 분석 장비 기업 일루미나가 만든 투자사 일루미나벤처스의 투자를 받았고 2016년 시리즈 A, 2020년 시리즈 B까지 누적 투자유치금은 3450만 달러(447억 원)에 달한다.올해 하반기에는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통해 리버스 에스퍼를 두 번째 버전으로 업그레이드할 계획이다.
류 대표는 "해상도와 이미지의 크기·속도가 각각 반비례한다는 광학 현미경의 단점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 기술을 개발해 창업에 성공했다"며 "단순 연구만이 아니라 창업 초기부터 시장성을 감안한 비즈니스 플랜을 분석하는 과정이 필수"라고 미국 바이오 투자 시장에 대해 조언했다. 이어 "경영을 뒷받침할 수 있는 우수한 투자사와 적은 지분으로도 충분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제도가 개발에만 집중할 수 있게 한 배경"이라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