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기자의눈] 에너지 정치화 끊어야

◆ 우영탁 경제부


한국은 전기요금이 가장 싼 나라 중 하나다. 독일과 이탈리아의 전기요금이 1㎾h당 400~500원 수준인 반면 우리나라는 110원대를 유지하고 있다. 제조업 위주의 산업구조를 가진 우리나라에서 낮은 전기요금은 높은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 큰 힘이 되고 있다. 클라우딩 서비스를 제공하는 마이크로소프트와 아마존이 한국에 데이터센터를 건설한 배경도 낮은 전기요금이 꼽힌다.

문제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전 세계 에너지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는 점이다. 에너지 빈국인 우리 입장에서는 무한정 싸게 전기를 공급할 수 없다. 이미 유럽 국가들은 전기요금을 40~50% 인상했지만 한국전력공사는 속만 끓이고 있다. 올 1분기에 7조 8000억 원이라는 천문학적인 적자를 기록했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전기료 동결’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16일에는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으로부터 “한전이 어쩌다 왜 이 모양이 됐나”는 불호령마저 들었다. 전력공기업 내부에서는 “정부에서 시키는 대로 했다고 혼나는 모양새”라며 “솔직히 한전 적자는 정부가 만든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나온다.



한전의 불만도 이해되지 않은 것은 아니다. 생사여탈권을 쥐고 흔드는 정권에 입바른 소리를 하기 힘든 측면이 있다. 하지만 바로 이런 이유 때문에 공기업의 경영 독립이 흔들려왔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한전은 1994년 뉴욕 증시에 상장했고 민간 지분이 49%나 되는 기업이다. 경영진이라면 잘못된 에너지 정책에 직(職)을 걸고 맞설 수 있는 전문성과 용기가 있어야 한다. 권력자의 눈치만 보고 비위 맞추기에 급급한 결과 뒤에서만 욕하고 앞에서는 고개 숙이는 공기업 문화를 만들었다는 비판을 한전은 피할 수 없다.

탈원전만 해도 그렇다. 대통령의 한 마디에 원전 가동률은 턱없이 낮아졌고 값비싼 액화천연가스(LNG) 발전 비중을 높이며 단가가 높아졌다. ‘탈원전 탓에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지적을 피하기 위해 문재인 정부는 억지로 전기요금을 눌러 놓았다. 그 결과가 지금 한전의 경영 상태다. 대선 공약이라는 이유로 13년간 1조 6000억 원을 쏟아부어야 하는 한전 공대 설립도 마찬가지다. 에너지가 정치에 휘둘리며 벌어진 비용 증가분은 결국 국민이 부담해야 한다. 공기업의 독립 경영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