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이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어오른 미국에서 휘발유 등 연료 판매량이 크게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직장 출퇴근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연료비가 급등하자 미국 소비자들이 외부 활동을 줄이면서 석유 수요가 감소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이 위축되기 시작했음을 의미하는 에너지 수요 감소는 최근 미국에서 커지고 있는 경기 침체 우려를 더욱 부추기는 요소라는 분석이다. 이런 가운데 조 바이든 미국 정부는 가계 물가 부담을 덜기 위해 유류세를 3개월 동안 면제하는 입법을 미 의회에 요구하고 나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 시간) 석유 시장조사 업체 OPIS를 인용해 이달 6일부터 10일까지 한 주 동안 미국 전국 주유소에서 판매된 휘발유량이 1년 전보다 8.2% 감소했다고 보도했다. 이로써 주간 휘발유 판매량은 14주째 하락세를 이어갔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같은 기간 동안 집계한 석유 수요 잠정치 역시 하루 910만 배럴로 전주보다 11만 배럴이나 줄었다. 1년 전 같은 기간(940만 배럴)과 비교해도 낮은 수치다.
WSJ는 올 들어 휘발유 값이 급등하면서 갤런당 5달러를 넘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우자 휘발유 수요가 뚝 떨어진 것이라고 해석했다.
시장에서는 이 같은 에너지 수요 감소가 경기 침체를 예고하는 신호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실제로 경기가 부진에 빠질 것이라는 우려 속에 이날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3% 이상 하락했다.
한편 연료비 급등에 따른 파장이 커지자 다급해진 바이든 정부는 의회에 연방 유류세를 3개월 동안 면제하는 내용의 법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하고 나섰다. 각 주(州) 정부에도 주에서 붙이는 유류세를 일시적으로 받지 말아달라고 촉구했다. 갤런당 휘발유는 18.4센트, 경유는 24.4센트씩 매기는 유류세를 연방과 주에서 모두 떼지 않는다면 연료비가 약 3.6% 인하되는 효과가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유류세 면제가 모든 (서민) 고통을 줄이지는 않겠지만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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