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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공짜야근'…포괄임금제 사업장엔 딴 세상인 '노동개혁'

직장갑질119, 민원사례 공개…"폐지해야"

윤 정부, 국정과제·개혁방안 담기지 않아

개혁과제 마련할 연구회서 다룰지 '관심'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23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노동시장 개혁 추진방향과 관련해 브리핑하고 있다. 연합뉴스




#신입사원 A씨는 오전 9시 출근하고 오후 6시 퇴근한다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고 올해부터 출근했다. 하지만 그는 한시간 일찍 출근하고 오후 11시30분에 퇴근하기 일쑤다. 야근도 거의 매일한다. 하지만 사측은 포괄임금제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한다.

#B씨는 야간과 휴일근무 수당을 지급하라는 소송을 고려 중이다. 2주마다 주야간 교대근무를 하는데, 포괄연봉제인 탓에 수당을 주지 않기 때문이다. 사측은 휴일근무 방침을 따르지 않는다면 부서이동을 하겠다는 엄포까지 한다.

윤석열 정부가 근로시간 유연화와 임금체계 개편을 노동시장 개혁 방안으로 제시했다. 현장에서는 법과 제도를 고치기 보다 일한 만큼 쉽고 보상을 받는 현장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대표적인 게 공짜야근제도로 불리는 포괄임금제의 혼란을 없애는 것이다.

직장갑질 119는 26일 포괄임금제에 관한 주요 접수 사례를 공개했다. 공통점은 근로자들이 포괄임금제인 탓에 사측의 부당한 대우를 감내하고 있다는 점이다.

포괄임금제는 법정수당을 실제 노동시간에 관계없이 기본급에 포함해 지급한다. 또는 기본급과 별도 정액 수당으로 지급한다. 주 52시간제를 지켜라, 각종 수당을 제대로 지급하라는 노사 협상을 할 수 없는 제도다.



물론 포괄임금제는 근로계약서를 작성하는 근로자의 결정에 달렸다. 포괄임금제는 감시단속적 근로와 같이 근로시간 산정이 불가피한 경우에만 쓰인다. 하지만 이미 포괄임금제를 적용한 기업에 다녀야 하면 근로자라면 이 제도를 거스를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근로기준법 ‘사각’에 있는 중소기업 현장은 이런 우려가 더 크다. 노동조합이 대부분 없다 보니 개별 소송이 아니면 잘못된 근로시간 임금체계를 바로잡도록 강하게 요구할 방법이 마땅치 않다. 직장갑질 119 소속 박은하 노무사는 “현장에서는 사용자가 초과근로수당을 주지 않거나 편의를 위한 수단처럼 됐다”고 지적했다.

이 때문에 문재인 정부는 포괄임금제 폐지를 국정과제로 삼았지만, 결국 폐지에 이르지 못했다. 윤 정부는 포괄임금제를 국정과제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노동시장 개혁방안에도 포괄임금제는 담기지 않았다. 직장갑질 119 측은 국회에서 포괄임금제 폐지에 나서야 한다고 거듭 촉구했다.

노동계는 윤 정부의 노동시장 개혁 방향을 두고 장시간 노동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를 내고 있다. 노동계가 근로시간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한 배경에는 과로사 우려만 있는 게 아니다. 장시간 노동을 할 때 현장에서 제대로 된 성과 보상이 없으니 물리적인 시간이라도 단축해야 한다는 일종의 대안의식이 깔려 있다.

하지만 고용노동부 입장에서 포괄임금제는 일종의 계륵이다. 포괄임금제는 법적 제도가 아니라 법원 판례로 현장에서 인정된 제도이기 때문이다. 현장 혼란이 많더라도 정부가 만든 제도가 아닌 탓에 정부가 나서 지침을 내놓거나 수정하는 게 맞는지 해석이 분분하다. 단 고용부 관계자는 “노동개혁 과제를 구상하는 미래노동시장 연구회는 모든 노동 분야에 대해 살펴볼 수 있다”고 연구회에서 논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내달 출범하는 연구회는 10월까지 노동개혁 세부 과제를 마련해 고용부에 권고하는 전문가기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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