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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정의 명분의 폭력…인물의 이중성 주목했죠"

[연극 '잔인하게, 부드럽게' 손원정 연출가]

고대 그리스 비극 재해석 작품

내가 희생자라며 폭력 정당화

우리 정치의 민낯 떠올리게 해

27일 연극 ‘잔인하게, 부드럽게’ 손원정 연출가. 이호재기자. 2022.06.27




“(연극 속) 장군을 비롯한 인물들은 자기가 희생자라고 믿으면서 가해자적, 폭력적 행동을 서슴없이 하고, 내가 진실이라고 믿는 것들 때문에 폭력과 광기를 자아내기도 하죠. 정치에 전혀 관심이 없지만, 누가 집권하든 비슷한 행동을 하는 것 같아 어느 순간 불편하게 다가왔어요. 그 모습에 주목했습니다”

연극 ‘맨 끝줄 소년’, ‘애들러와 깁’, ‘괴물B’ 등 현실과 허구를 넘나드는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한 손원정(사진) 연출가가 이번엔 고대 그리스 비극을 재해석한 작품으로 돌아왔다. 고대 그리스 고전 비극 ‘트라키스의 여인들’을 2000년대 초반 이라크전 당시 영국을 배경으로 각색한 ‘잔인하게, 부드럽게’다. 손 연출가는 27일 서울경제와의 인터뷰에서 “2015년 국립극단의 제안으로 마틴 크림프의 희곡을 직접 번역한 후 낭독 행사를 했는데, 언젠가 극으로 올리면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작품은 그리스의 영웅 헤라클레스와 그의 아내 간 치정극이라는 원작의 뼈대는 유지하되 권력자들이 정의의 명목으로 폭력을 자행하는 민낯을 드러내는데 초점을 맞춘다. 연극은 한 장군이 아프리카에서 벌어진 대테러 전쟁을 승리로 이끈 후, 아내 아멜리아에게 현지에서 데려온 소녀 레일라를 맡기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후 대테러 작전은 명분일 뿐 장군이 레일라를 갖겠다는 목적으로 도시를 초토화한 것으로 밝혀진다. 이를 인정하지 않는 장군은 육신이 망가진 채 집에 돌아와 정의와 평화를 위해 행동한 자신이 희생자라며 미쳐간다. 등장인물들은 서로에게 무자비하면서도 자신의 폭력은 정당화하면서 스스로를 희생자이자 제물로 포장한다. 무대는 이 때문에 파멸하는 모습을 전시하는 듯한 콘셉트로 꾸민다.



그리스 고전이 바탕이라 세밀한 캐릭터, 현실의 리얼한 묘사가 두드러지는 현대극과는 다르다. 하지만 손 연출가는 “굵직한 서사와 강렬한 캐릭터가 인상적이었고 일종의 해소감을 줬다”며 “복잡하지 않은 인물의 특징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도 그 속에서 지금 우리의 모습을 발견했으면 했다”고 말했다. 정치적 사안에 관심은 없지만 그간 다룬 작품들이 사회적 메시지가 가득한 데 대해서는 “작품에서 직접 정치적 발언을 하는 걸 좋아하지 않지만 예술이 시대에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와 떨어질 수 없는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공연은 다음 달 1일부터 1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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