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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원숭이두창, 지나친 우려는 금물

정기석 한림대성심병원 호흡기내과 교수





원숭이두창이 우리나라에도 들어왔다. 독일 체류 중 밀접 접촉으로 인한 것으로 국내 발생이 아닌 것은 그나마 다행이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는 싱가포르에 이어 우리나라가 두 번째 발생국이지만 전 세계적으로는 50여 개국에서 발견되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원숭이라는 이름이 붙어 있으나 실제로는 쥐와 같은 설치류가 사람에게 감염시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람 간 전염은 밀접 접촉에 의해 발생하며 환자의 피부 병변, 비말, 혈액 등에 들어 있는 바이러스가 접촉자의 약한 부위를 침범해 발생한다. 바이러스가 몸속에 들어오더라도 즉시 병이 생기는 것이 아니라 5~21일간의 잠복기를 거친다. 이 기간에는 증상이 없으니 병에 걸린 사실을 환자도 모른다. 증상은 발열, 두통, 근육통, 임파절 종대, 피부 병변 등이다. 발열과 통증은 다른 바이러스 감염에서도 흔하므로 감별이 어렵다.



하지만 피부 병변은 원숭이두창을 육안으로 진단할 수 있을 정도의 비교적 특징적인 소견을 갖고 있다. 초기에 붉은 반점으로 시작해 작은 수포(물집)가 형성되며 이후 수포에 고름이 차고 농포가 터지면서 딱지가 형성되는 과정이 순차적으로 나타나고 병변이 팔과 다리에 심한 것이 교과서적인 양상이다. 이를 기준으로 유사한 피부 병변을 보이는 수두·홍역·대상포진 등과 구분할 수 있다. 정확한 진단은 환자의 체액인 수포액, 구인두 도말액, 혈액 등을 채취해 유전자증폭검사(PCR)로 확진한다.

최근 두 달간 갑자기 전 세계적으로 수천 명의 환자가 발생하고 있지만 코로나19에 비해서는 전파율과 치명률이 현저히 낮으므로 지나친 우려는 금물이다. 우리나라는 해외 감염병 ‘주의’ 단계를 발령 중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국제적 공중 보건 비상 상황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하지만 코로나19와 마찬가지로 대다수의 사람들은 항체를 보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감염이 확산되면 건강 취약 계층을 중심으로 피해가 우려된다. 항체를 미리 만들어주는 백신이 있기는 하지만 사람 두창의 예방을 위해 개발된 것이고 부작용이 적지 않아 일반인에게 적극적으로 권고하지는 않는다. 사람 두창은 천연두라고도 하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사라진 지 오래다. 세계적으로도 박멸됐다. 그런데도 천연두 예방 백신을 우리나라도 3500만 도즈나 보유하고 있는 것은 생물학전 무기로 사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내던 시기에도 생물 테러 무기로 사용될 수 있는 두창으로부터 군인과 민간인을 보호하기 위한 국가 전략을 계속 보완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뜻밖에도 원숭이두창에 천연두 백신을 의료인과 밀접 접촉자들에게 접종하게 된 것이다. 만일 추가 환자가 발생하더라도 현재의 방역과 의료 체계가 감당할 수 있을 것이므로 코로나19와 같은 대규모 유행은 없을 것이다. 예방을 위해서는 실내 마스크 착용, 손 씻기 등 평소에 하는 개인 방역 지침을 생활화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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