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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도 넘는 불볕 더위에도 전기료 걱정…“소형 선풍기로 겨우 버팁니다”

■폭염에 고통받는 서민들

감옥 같은 쪽방에서 힘겨운 여름 나기

고온서 일하는 농민·라이더 건강 우려

올해 온열질환자 지난해보다 2배 많아

서울시 등 지자체 서둘러 대책 시행

"대책 홍보·방문 건강관리 강화 필요"

어르신들이 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무료급식소 천막 그늘에 앉아 더위를 식히고 있다. 박신원 기자




“선풍기를 세게 틀어도 시원하지도 않고 더운 바람만 나오네요. 나가도 덥고 그대로 있어도 더워서 이도 저도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4일 찾은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은 아침부터 더위로 푹푹 쪘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조금 올랐을 뿐인데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3.3㎡ 남짓한 쪽방을 노크하고 방문을 열자 후덥지근한 공기가 확 끼쳐왔다. 바람이 들어와야 할 창문은 없었다. 동맥의 흐름이 방해받아 온몸이 굳는 버거씨병으로 팔 하나와 두 다리를 잃고 쪽방촌에 들어왔다는 신 모(64) 씨는 기자의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싫은 기색 없이 이마에 맺힌 땀을 연신 훔치며 소형 선풍기를 가까이 끌어왔다. 그는 “아직 7월인데 벌써 너무 더워서 어쩔 줄 모르겠다”며 “선풍기 한 대에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초여름부터 폭염이 기승을 부리면서 쪽방촌·고시촌 등에 거주하는 취약 계층 주민들의 건강관리에 경고등이 켜졌다. 더위에 농작물 피해를 걱정하는 농민뿐 아니라 뜨겁게 달궈진 아스팔트 위에서 일하는 배달 노동자들도 찜통더위에 온열질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다. 3일 올해 첫 폭염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다음 주 수요일까지 무더위가 이어진다는 기상청 예보가 나오면서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 우려가 커지고 있다.

어르신들이 4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근처에 위치한 무료급식소에서 대기하며 부채질을 하고 있다. 박신원 기자


이날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무료급식소에서 만난 어르신들도 더위에 지쳐 힘든 모습이었다. 뜨거운 햇빛을 피하기 위해 설치된 대형 천막 안에는 커다란 선풍기가 곳곳에 놓여 있었지만 더위를 쫓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인근의 또 다른 무료급식소에 줄을 선 어르신들은 그늘 밑에서도 연신 부채질을 했다. 80대라고 밝힌 A 씨는 “집에서 선풍기를 틀고 있으면 좀 나은데 식사 때문에 밖을 나와야 한다”면서 “너무 더워서 힘들다”고 말했다.

쪽방촌과 마찬가지로 폭염에 취약할 수밖에 없는 고시촌 거주민들도 고통을 호소한다. 서울 노량진 고시촌에서 생활하는 노 모(27) 씨는 “날씨가 너무 후덥지근해서 에어컨을 틀지 않고는 잠을 잘 수가 없다”면서 “전기료가 걱정되지만 일단 살아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폭염 속에서도 아스팔트 위를 달려야 하는 배달 라이더들의 고충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배달 라이더들이 모이는 온라인 카페에서는 “폭염에 비까지 내리면 우비를 입어야 해서 너무 덥다” “날씨가 숨막힐 정도로 더워서 쉬어가며 일해야 하지만 그럴 여유가 없다”는 호소가 이어졌다.



서울 용산구 동자동 쪽방촌에 거주하는 한 시민이 4일 자신의 방에서 식사를 하고 있다. 이건율 기자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한낮 온도는 33도를 웃돌았다.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내려졌고 서울 등 수도권에는 올해 첫 폭염 경보가 발효됐다. 기상청은 “고온의 환경에서 일하는 고령층 농민이나 배달 라이더 등은 건강관리에 유념할 필요가 있다”며 “온열질환 발생 가능성이 높으니 수분과 염분을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폭염과 가뭄으로 농작물 피해가 커지면서 농민들의 속도 타들어가고 있다. 충북 음성에서 방울토마토 농사를 짓는 박 모(61) 씨는 “지난해에도 40도가 넘는 폭염이 지속되면서 비닐하우스 1개동에서 예년의 30~40% 수준의 방울토마토를 수확할 수 있었다”면서 “올해는 긴 가뭄 끝에 이른 폭염까지 찾아와 마음 편할 날이 없다”고 말했다. 이근혁 전국농민회총연맹 정책위원장은 “현재 냉해에 대한 지원은 일정 수준 이뤄지고 있지만 폭염으로 인한 인적·물적 피해에 대해서는 지원이 미진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5월 20일부터 이달 2일까지 집계된 온열질환자 수는 3일 오후 4시 기준으로 총 355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152명보다 203명 늘었다. 폭염 피해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지방자치단체들이 앞다퉈 대책 마련에 나서고 있다. 앞서 서울시는 관내 전 지역에 폭염주의보가 내려진 1일부터 폭염종합상황실을 가동하고 있다. 또 다음 달까지 횡단보도 그늘막과 스마트쉼터 등의 폭염 저감시설 201개소를 추가해 총 4426개소를 운영할 방침이다. 서울 창신동 쪽방촌에는 에어컨 150대를 설치하고 쿨매트 등 여름철 침구 3종 세트를 지원한다.

전문가들은 폭염 피해를 줄이려면 기존의 복지 서비스와 사회 취약 계층 간 연계를 한층 강화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박지영 상지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 사각지대는 서비스와 사람을 촘촘하게 연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며 “폭염 피해도 기존의 복지 서비스를 제대로 활용하면 해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어 “어르신들은 외부에 도움을 요청하는 것에 적극적이지 않고 정보 수집력이 떨어지기 때문에 폭염 피해 예방을 위한 각종 지원 정책에 대한 홍보가 필수적”이라며 “지자체 공무원들과 사회복지사들이 취약 계층에 대한 방문 건강관리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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