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소득론을 그 역사와 자본주의 발달사와의 관계에 대한 고찰 등을 토대로 전면 비판하는 책이다. 기본소득 비판이 주로 보수진영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반면, 저자는 진보 성향의 경제학자라는 점에서 더 눈길을 끈다.
저자는 기본소득에 대한 평가를 “우리의 미래를 책임지기에는 구태의연하고 허술한 무기”라는 말로 요약한다. 기본소득론이 자본주의 경제의 기본적 메커니즘과 문제점, 그리고 이를 개선하기 위한 자본주의의 변화 과정 등을 올바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게 저자의 생각이다. 따라서 이들이 내놓을 대안에도 회의적이다.
기본소득론은 경제 상황이 어려울 때마다 대두됐지만 자본주의에서는 임금노동의 확립, 복지국가의 확대, 소득재분배의 정밀화 속에 설 자리가 없었다.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에 등장한 긴급재난지원금 역시 ‘선진국’ 중 복지제도가 취약한 국가에서 나온 고육책일 뿐, 기본소득의 성격을 띠지 않는다고 책은 잘라 말한다. 노인기초연금, 아동수당 등도 기본소득론이 갖는 ‘기본’ 취지를 현대 복지국가의 틀 안에서 받아들인 형식일 뿐이다. 기본소득이 기존 복지국가 제도들보다 우월한지 의심스러우며, 현실에서 실행돼도 빈곤과 불평등 해결에 도움이 안 된다는 게 저자의 판단이다. 1만6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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