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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한해 이자만 5000억"…'회복 불능' 석유공사, 정부에 SOS

[2022~2026 재무관리계획 입수]

1조원대 영업이익 예상되지만

대부분 세금·이자로 빠져나가

"구조조정으로 해결 못할 수준

최소한의 재정 추가 지원 필요"

정부, 일률적 자산 매각 압박만

생산 감소·안보역량 퇴보 우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한국석유공사가 자구 노력만으로 20조 원에 달하는 부채를 해결하기 어렵다며 정부에 지원을 요청했다. 매년 청구되는 이자만 5000억 원에 달해 영업이익으로 원금은커녕 이자를 갚기도 버겁다는 것이다. 정부가 석유공사 등 자원 공기업의 부실을 해결하겠다며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예고했지만 이미 자체 해결 수준을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정부 등에 떠밀려 주요 자산을 처분하는 과정에서 자원 안보 역량이 퇴보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11일 관계 부처와 한무경 국민의힘 의원실 등에 따르면 석유공사는 ‘2022~2026년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지난달 이사회에서 회람했다. 석유공사는 앞으로 5년간 공사의 재무 상황과 자산 매각 일정 등 구조 조정 계획을 중장기 계획에 담았다. 공사는 기획재정부에 해당 계획을 제출할 예정이며 기재부는 이를 바탕으로 공사의 재무관리 방안을 마련한다.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석유공사의 부채는 2021년 19조 9630억 원에서 2026년 20조 1002억 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공사가 연간 기준 많게는 1조 원을 웃도는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되지만 매년 5000억 원 수준의 이자와 4000억 원 이상의 해외 법인세 등 세금을 감당해야 하기 때문이다. 벌어들인 돈이 영업외 비용으로 대부분 빠져나가는 터라 쌓인 빚을 해결할 여력이 없다는 의미다. 공사는 부채가 자산을 크게 웃도는 완전자본잠식 상황도 지속될 것으로 봤다. 공사 사정에 밝은 한 인사는 “몇몇 자산을 매각할 계획이지만 재무구조 개선에 큰 도움은 안 되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석유공사와 함께 대표 부실 공기업으로 지목된 한국광해광업공단의 재무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공단의 중장기 계획에 따르면 2026년 기준 부채는 6조 2858억 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7조 2642억 원)보다 1조 원가량 줄어든 규모지만 조 단위로 불어난 부채를 조기에 처리하기에는 역부족이다. 매년 1500억 원가량의 이자 비용이 발생하는데 영업이익은 수백억 원대에 그쳐 빚을 갚는 속도가 특히 더디다. 광해광업공단의 한 관계자는 “금리 오름세가 가파른 터라 이자 부담이 지금보다 더 불어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 지원 없이 스스로 부실을 털어낼 수준이 아니라는 얘기다. 이에 석유공사는 이번 재무 계획을 통해 “과도한 차입금 및 이자 비용 부담하에서는 공사 자체의 자구 노력만으로 재무구조 개선에 한계가 있다. 경영 정상화 및 자원안보 기능 회복을 위한 최소한의 정부 재정 지원이 추가로 필요하다”고 정부에 전할 계획이다.

다만 정부가 재정 지원에 난색을 보이고 있어 실제 지원이 이뤄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특히 정부는 최근 이들 자원 공기업을 특별 관리 대상인 ‘재무 구조 전반 취약 기관’으로 분류하며 강도 높은 구조 조정을 예고한 상태다. 혈세를 투입하는 대신 추가 자산 매각이나 적자 사업을 들어내 자체 체질 개선을 유도하겠다는 것이다.

문제는 일방적인 자산 매각이 되레 부실을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생산량 축소→영업익 축소→재무 악화→투자 감소→생산량 축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지속될 수 있다. 이와 맞물려 원유와 광물을 비롯한 핵심 자원의 수급 우려가 커지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석유공사에 따르면 공사의 하루 기준 원유 생산량은 2015년 23만 1000BOE(석유 환산 배럴)에서 2026년 12만 7000BOE로 반토막 날 것으로 추산된다. 익명을 요구한 전임 석유공사 임원은 “에너지 안보를 지키려면 적어도 하루 14만 배럴의 생산량은 유지해야 한다”면서 “사업부를 정리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겠다는 정부 구상은 부실을 해결하지 못할 뿐더러 공사의 생산 역량을 더 줄일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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