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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低에 수입물가 치솟고, 엔低에 수출 치여…사면초가 韓경제

[환율 1326원 돌파]

■ 환율, 경제 최대 리스크 부상

'고환율·고물가·고금리' 장기화

6월 수입물가 0.5%↑ 역대 최고

이달말 FOMC까지 변동성 유지

환율 1350원 이상까지 오를수도

버팀목 수출, 中침체·엔저에 위태

올라도 내려도 힘든 딜레마 빠져

15일 오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 전광판에 원·달러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인플레이션 우려와 이로 인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긴축 행보에 미 달러화 초강세 국면이 전개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13년 3개월 만에 1325원을 돌파했다. 환율 상승이 물가를 끌어올리고 이에 대응해 금리까지 높아지는 고물가·고환율·고금리가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외국인 자금 이탈도 빨라지고 있다. 최대 교역 상대국인 중국의 경기가 꺾이고 일본의 의도적인 엔저로 우리 경제의 유일한 돌파구인 수출마저 숨통이 막힐 지경이다. 1997년 외환위기나 2008년 금융위기와는 또 다른 형태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5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4원 오른 1326원 10전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으로 2009년 4월 29일(1340원 70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5원 90전 오른 1318원으로 출발해 장중 큰 폭으로 상승하며 1325원을 돌파했다. 연준이 점보스텝(1.00%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것이라는 우려가 채 가시기도 전에 유로화와 엔화가 나란히 약세를 보이면서 달러 강세를 부추겼다.

시장에서는 원화 강세 요인이 뚜렷하지 않은 만큼 이달 26~27일 예정된 연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과가 나올 때까지 높은 변동성이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1325원이 뚫린 만큼 다음 저항선인 1350원은 물론이고 그 이상까지 올라도 이상할 게 없다는 관측이다. 유럽중앙은행(ECB)이 21일 통화정책회의에서 정책 금리를 인상하면서 강달러 흐름에 제동이 걸리기를 바랄 수밖에 없다. 공동락 대신증권 연구원은 “달러인덱스 자체가 크게 올랐기 때문에 1350원까지 기술적으로 걸리는 것이 없다”며 “강달러의 원인인 물가 상승과 연준의 금리 인상이 해소되기 전까지 변동성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선제적으로 사상 첫 빅스텝(0.50%포인트 금리 인상)을 단행할 만큼 물가가 심각한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경제에 큰 부담이 된다. 이날 한은이 발표한 6월 수입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5% 오른 154.84(2015년 기준 100)로 역대 최고였다. 수입물가 상승은 한 달 정도 시차를 두고 국내 소비자물가에 반영된다.



국제 유가 상승과 원·달러 환율 상승이 겹치면서 물가를 끌어올리는 실정이다. 한은은 3분기 말에서 4분기 정도에 물가가 정점에 이를 것으로 봤지만 환율 상승 속도가 빨라진다면 전망치가 다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여차하면 당분간 0.25%포인트씩 금리를 올리겠다는 이창용 한은 총재의 발언도 달라질 수 있다.

연준의 강도 높은 긴축이 예고된 상황에서 우리나라가 환율을 안정시킬 방법은 수출을 늘리는 것뿐이지만 이마저도 중국 경기 둔화와 일본 엔화 약세로 쉽지 않다. 중국마저 2분기 경제성장률이 0.4%로 급락하면서 수출 전망이 어두워졌다. 특히 일본이 엔화 가치를 떨어뜨려 수출을 늘리면서 경기를 부양하는 과정에서 수출 경합도가 높은 우리나라가 타격을 받고 있다. 엔화 가치 하락을 보며 원화만 절하되는 것이 아니라고 안심할 때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시장에서는 엔화 가치가 달러당 150엔까지 떨어질 것으로 보는데, 우리나라 원·달러 환율이 1500원까지 오르지 않는 이상 원화는 엔화 대비 강세가 될 수밖에 없다.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물가를 자극하고 반대로 하락하면 수출이 타격을 받는 셈이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지금은 수출을 늘려 무역수지 흑자를 내야 하는데 일본이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고수하고 있어 한미 통화 스와프를 체결해 원·달러 환율이 떨어지면 수출에 더 큰 타격을 받게 된다”며 “우리나라 입장에서는 환율이 올라도 안 되고 내려도 안 되는 딜레마에 빠진 것”이라고 말했다.

외환 당국이 할 수 있는 것도 시장 급변동을 완화해 불안을 줄이는 정도다. 하지만 연말까지 버티기에는 외환보유액이 빠르게 줄고 있다. 지난달 말 외환보유액은 4382억 8000만 달러로 전월 대비 94억 3000만 달러 감소했는데 이는 2008년 11월(-117억 5000만 달러) 이후 최대 감소 폭이다. 올 들어 반년 만에 248억 4000만 달러가 줄어들었다.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스즈키 순이치 일본 재무상과 만나 통화 개입을 용인하지 않고 시장에 맡겨야 한다고 발언한 만큼 시장 개입 규모를 확대하기도 어렵다. 외환보유액이 급격히 줄어든다면 펀더멘털이 흔들린다는 신호가 되면서 외국인투자가 이탈이 빨라지고 환율이 다시 오르는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강삼모 동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무역수지가 흑자를 내면서 환율이 점차 안정돼야 하는데 지금은 엔화도 약세라 환율이 무역수지에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며 “외환보유액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당국 역시 시장이 불안할 때 변동성을 줄이는 정도의 역할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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