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되면서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휴가는 쉽게 지칠 수 있는 여름철에 건강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다. 올해는 코로나19 유행이 다소 잦아들면서 그동안 미뤄뒀던 휴가를 가야겠다고 결심한 사람들도 많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휴가는 오히려 건강을 해치거나 휴유증을 유발할 수 있다. 휴가철을 앞두고 여행지에서 발생할 수 있는 문제, 휴가철을 건강하게 날 수 있는 방법을 미리 알아보자.
휴가철에서는 집이 아닌 다른 공간에서 식사를 하는 경우가 많아 배탈의 위험에 노출되기 쉽다. 배탈의 대표 원인은 장염인데 여름철 장염은 회, 해산물, 게장처럼 날로 먹는 음식 때문에 생기는 경우가 많다. 음식뿐만 아니라 오염된 물을 먹고도 걸릴 수 있고 깨끗하지 않은 손으로 음식을 먹는 경우에도 위험하다. 장염에 걸리면 구토와 복통·설사·고열·혈변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건강보험공단 빅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장염으로 의료기관을 찾은 환자 수는 6월 48만 1909명, 7월 50만 6717명에 달했다.
장염을 치료하려면 적절한 수분 섭취가 중요하다. 식사가 가능하다면 미음이나 죽을 먹으면서 해열제, 진경제 등 약을 복용하는 것도 좋다. 조용석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장염에 걸렸을 경우에는 균이 없는 깨끗한 물이나 끓인 보리차를 식혀서 마시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된다”며 “구토가 너무 심해 음식물 섭취가 어렵거나 고열이 지속되는 경우, 반사통이나 복부 경직 등 심한 복통이 일어나는 경우, 혈변이 보이는 경우에는 입원이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서해나 남해로 휴가를 간다면 비브리오패혈증을 조심해야 한다. 비브리오패혈증은 21도 이상의 따뜻한 바다에서 잘 증식하는 비브리오 불니피쿠스균에 감염돼 발생하는 급성패혈증이다. 이 균에 오염된 어패류를 날로 먹거나 피부상처에 균이 침투하면 감염될 수 있다. 급작스러운 발열·오한·구토·설사·발진 일어날 수 있으며 궤양이나 괴사까지 번질 경우 치사율이 40~50%에 달하는 무서운 질병이다. 건강한 사람은 고열·오한·설사 정도로 가볍게 앓지만, 만성간질환자·알코올중독자·당뇨환자·암환자·면역저하환자 등은 패혈증으로 진행될 수 있다. 특히 만성간질환자는 간에 있는 쿠퍼세포라는 방어세포가 균을 막지 못해 패혈증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비브리오패혈증을 예방하려면 어패류를 흐르는 수돗물에 2~3회 깨끗이 씻은 다음 85도 이상에서 조리 후 섭취해야 한다. 도마, 칼 등은 전처리용과 조리용을 구분하고 생선손질 시 조리도구를 먼저 소독한다. 또 상처 난 피부는 바닷물에 직접 닿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비브리오균은 다른 균에 비해 산에 약하고, 알칼리에 강하기 때문에 위장관질환이나 위산 억제제 복용자는 어패류 섭취 시 주의해야 한다”면서 “만성 간질환자, 알콜중독자는 혈중 철이온 농도가 증가돼 체내 균 증식이 활발해질 수 있으므로 하절기에는 어패류 생식을 피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했다.
물놀이를 다녀 온 후 눈이 빨개졌다면 결막염을 의심해 봐야 한다. 수영장·워터파 물의 소독약품에 의해 따가움, 이물감 등 결막염 증상이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안질환 진료 환자 수 1509만 명 중 결막염 환자가 457만 명으로 전체 환자의 8.9%를 차지했다. 특히 7월 61만 명, 8월 69만 명으로 여름 휴가철에 환자가 집중됐다. 결막염은 세균성 결막염과 바이러스성(감염성) 결막염이 있다. 누런 고름 같은 눈곱이 속눈썹에 끈적하게 또는 딱딱하게 굳어 붙어 있다면 세균성 결막염을 의심할 수 있다. 세균성 결막염은 포도상구균 등의 일반화농균, 코호-위크스균, 몰락스-악세펠드균, 임균, 디프테리아균 등에 감염돼 생긴다. 투명하게 흘리는 눈물이 많다면 바이러스 결막염일 확률이 높다. 바이러스 결막염에 걸렸다면 가족들에게 옮길 수 있어 수건·침구 등을 따로 써야 한다. 바이러스 결막염의 한 종류인 급성 출혈성 결막염(아폴로눈병)은 여름철 눈병의 90%를 차지한다. 이물감, 충혈 등 일반적인 증상뿐만 아니라 결막하 출혈도 생길 수 있다. 결막염은 2주 정도 병원에서 항생제 치료를 받으면 대부분 증상이 나아진다. 전문가들은 결막염은 치료보다 예방이 더 중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최문정 국민건강보험 일산병원 안과 교수는 “결막염을 예방하려면 일상생활 속 개인 위생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손을 자주 씻고, 가급적 눈을 만지지 말고 콘택트렌즈를 착용할 경우 감염의 위험성이 높아지기 때문에 물놀이를 할 때는 렌즈를 착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