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반도체 산업 부활을 위해 미 의회가 추진 중인 반도체 법안에 정부 지원을 받는 기업의 중국 사업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보인다.
정부 보조금을 받은 반도체 기업이 중국 등에서 첨단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도록 가드레일(안전장치)을 만들겠다는 방침에 인텔 등 반도체 기업들은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18일(현지 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와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내 반도체 제조 시설에 520억 달러(약 68조 원) 규모의 보조금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반도체 산업 육성 법안 통과가 미 상원에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법안은 미국 상하원이 각각 추진하던 대규모 중국 견제 법안에서 반도체 부분만 추려낸 것이다. 미 상원은 지난해 6월 ‘미국혁신경쟁법안(USICA)’을, 하원은 올해 2월 ‘미국경쟁법안(ACA)’을 각각 처리한 뒤 두 법안을 병합 심사해왔으나 이견으로 장기간 법안 처리가 지연되자 논쟁의 여지가 작은 반도체 부분만 떼어내 우선 통과시키는 것으로 방향을 틀었다.
FT는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와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이 손을 잡은 만큼 상원에서 통과된 법안이 그대로 하원에서 가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이날 검토된 초안에는 보조금을 받는 반도체 기업들이 중국을 비롯한 비우호적 국가들(unfriendly countries)에서 28㎚(나노미터·10억분의 1m ) 미만의 미세 공정을 활용한 반도체를 생산할 수 없도록 하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스마트폰이나 태블릿PC 등에서는 보통 14나노 이하 공정의 반도체를 사용한다.
카린 장피에르 백악관 대변인은 “인센티브는 중국이 아니라 미국에서 더 많은 반도체 투자를 끌어내기 위한 것”이라면서 “(중국 내 사업을 제한하는) 가드레일은 중국 내 투자가 늘어나는 것을 늦추는 데 도움을 줄 것이므로 법안의 중요한 부분”이라고 확인했다.
아울러 초안에는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 장비 투자에 대한 25% 세금 공제, 15억 달러 규모의 공공 무선통신 공급망 혁신, 2억 달러 규모의 근로자 교육 예산, 5억 달러 규모의 국제 보안 통신 프로그램 등의 내용도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법안 통과를 고대해온 반도체 기업들은 중국에서의 첨단 반도체 생산 제한이 자칫 ‘독소 조항’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당장 미국 애리조나에 공장을 짓고 있는 TSMC만 해도 중국 난징에서 28나노 이하 공정의 반도체를 생산한다. 미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반도체 업계는 28나노 이하 반도체 생산을 일괄적으로 제한하기보다 미 상무부 장관이 금지할 칩을 결정하는 방식을 도입하도록 의회에 제안했다”고 전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