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망의 시작이었다. 할머니 댁 선반에서 처음 본 작은 증기선은 “꼭 진짜 같았다”. 정교한 운전대와 창문, “구리로 된 장미 같은” 프로펠러가 달려 있었다. 아이는 작은 배가 궁금했지만, 뭐든 허락하던 할머니가 이것 만큼은 “소중한 추억이 깃든 물건”이라며 손 댈 생각도 말라 했다.
아이는 진짜처럼 느껴지는 배 안에 조그만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 증기선을 뒤져보고 싶었다. 모두 잠든 밤에 기회를 노렸고, 작은 선원들을 밖으로 꾀어내기 위해 사탕 조각이나 빵 부스러기를 살짝 올려놓기도 했지만 번번이 실패했다. 할머니의 눈을 피하는 게 관건이었고, 아픈 척하고 집에 혼자 있던 날 결국 배를 손에 넣은 아이는 생각과 달리 배를 망치고 만다.
신간 ‘작은 선원들’의 저자이자 책 속 화자인 보리스 지트코프(1882~1938)는 러시아 태생의 모험가이자 아동문학가다. 자신의 어린 시절과 경험을 소재로 여행·동물 등에 대한 짧은 이야기들을 썼다. ‘말썽’이라 불릴 법한 호기심이 열망으로 자라나 그의 인생을 만들었다. 책은 예상 밖의 반전과 열린 결말이 특징이다. 사실 저자가 후속편을 썼으나 출판사에서 분실되는 바람에 이 책만 남았다고 한다. 수백 수천 개의 가는 선으로 촘촘하게 그린 펜화가 삽화로 더해져 배의 정교함과 아이의 치밀함에 대한 느낌을 증폭시킨다. 1만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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