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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78% 뛰고 화폐가치 역대 최저…대통령이 통화정책에 개입한 결과 [조지원의 BOK리포트]

전 세계 긴축 행렬서 역행하는 튀르키예

달러당 17.70리라로 통화가치 역대 최저

물가 78% 급등에도 금리 7개월째 동결

에르도안 대통령 비상식적 주장 지속

“내년 2분기 달러 대비 20리라 넘을 듯”

지난해 12월 자국 화폐 가치 폭락 속 환전소 앞에 줄 선 터키인들. 연합뉴스




1970년대 두 차례 석유 파동 당시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충격으로 물가안정은 중앙은행 통화정책의 주요 목표로 자리 잡았다. 특히 통화량과 물가가 밀접한 관계에 있음을 알게 되면서 물가를 안정시키려면 통화정책을 긴축적으로 운용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이 됐다. 최근 물가 상승 국면에서 한국은행을 비롯한 미국 연방준비제도(Feb·연준), 유럽중앙은행(ECB), 캐나다 중앙은행 등이 정책금리를 25bp(1bp=0.01%포인트)도 아니고 50bp, 75bp, 100bp씩 큰 폭으로 올리는 것은 이러한 배경 때문이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긴축적 통화정책에 역행하는 나라가 있다. 튀르키예(터키)는 지난해부터 완화적 통화정책을 고집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완화적 통화정책을 추진 중인 국가인 일본과 달리 물가 수준도 낮지 않다. 튀르키예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가 74%로 매우 높은 국가로 인플레이션 충격에 취약하다.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무려 78.6%로 1998년 9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138.3%에 이른다.

그런데도 튀르키예 중앙은행(CBRT)은 지난해 말부터 정책금리를 19%에서 14%로 네 차례에 걸쳐 500bp나 인하한 뒤 7개월째 동결 중이다. 이러한 통화정책 결과는 리라화 가치 급락으로 나타났다. 국제금융센터가 발표한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 역대 최저 배경 및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튀르키예 리라화 가치는 지난 21일 달러화 대비 17.70으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리라화 가치는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달러당 6~7리라 수준이었으나 불과 1년 반 만에 3배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게 된 배경에는 정치적 논리가 자리 잡고 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고금리가 인플레이션을 유발한다며 통념에 반대되는 주장을 지속하고 있다. 고금리를 두고는 “만악(萬惡)의 부모”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문제는 주장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중앙은행의 독립성을 침해하며 통화정책에 개입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에르도안 대통령은 금리 인하 강요에 불복한 중앙은행 인사들을 수차례 경질했다. 이를 비판한 언론인과 경제학자들도 형사 고발한 상태다.

튀르키예 경제 자체도 통화가치 하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튀르키예는 에너지 의존도가 높은데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는 등 성장세가 약하다. 올해 1~5월 경상수지 적자는 281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배 늘었다. 여기에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에너지·식품 가격 상승이 소비자·생산자 물가 상승 압력을 가중하고 있다. 지난해 원유 수입량의 25%, 천연가스의 45%를 러시아가 차지했다.



결국 글로벌 신용평가사 피치는 이달 8일 에르도안 정부의 정책이 인플레이션 악순환을 부추기고 리라화 절하압력을 높이면서 자본 유입을 저해한다는 이유로 국가신용등급을 B+에서 B로 강등했다.

지난해 11월 터키 이스탄불의 환전소에서 방문객들이 외환을 거래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제는 미 연준이 자이언트스텝(0.75%포인트 인상) 등을 추가 단행하는 등 통화 긴축 속도가 점차 빨라지면서 리라화 추가 절하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주요 투자은행들은 달러 대비 리라화 환율이 17.70 수준에서 올해 3분기 18리라, 4분기 19리라 등으로 추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2분기에는 20리라를 넘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튀르키예의 대외건전성이 취약해지면서 외환위기 불안도 커지고 있다. 환율 방어 과정에서 외환보유액 소진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외환보유액 대비 단기외채 비율이 200%를 넘으면서 리라화 가치가 더 떨어지면 대외 부문의 취약성이 더 부각될 가능성도 있다. 튀르키예 단기외채는 5월 말 기준 1345억 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10.6% 늘어난 반면 외환보유액은 이달 초 589억 달러로 지난해 말 대비 18.9% 감소했다.

반면 한은은 국제유가 급등과 같은 공급 측 인플레이션 요인에도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며 기준금리 인상을 추진하고 있다. 홍경식 통화정책국장은 지난 18일 한은 블로그를 통해 “최근 높은 물가 오름세에는 공급요인뿐 아니라 수요측 요인도 함께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한은을 포함한 주요국 중앙은행이 큰 폭의 정책금리 인상에 나서고 있는 데는 이러한 수요 압력 완화를 우선적인 목표로 삼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공급 측 인플레이션 충격에도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를 안정시키려면 중앙은행이 신속하게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다.

※ ‘조지원의 BOK리포트’는 국내외 경제 흐름을 정확하게 포착할 수 있도록 한국은행을 중심으로 경제학계 전반의 소식을 전하는 연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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