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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명] 故 정주영 회장을 다시 생각한다

■ 노희영 건설부동산부 부장

저가경쟁 대신 고부가가치 공정으로

해외 수주 늘려 제2의 중동붐 기대

정부도 K스마트인프라로 적극 지원

현지 근로규제 풀고 수출금융 늘려야





지난주 국토교통부 2022년 업무 보고에는 작고한 지 20년도 지난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명예회장(1915~2001)이 등장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윤석열 대통령에게 올해 핵심 추진 과제로 해외 수주 확대를 보고하며 일명 ‘정주영 프로젝트’를 실행 방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1970년대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사우디아라비아 주바일산업항 공사를 수주하며 중동 진출의 꽃을 피운 정 명예회장의 뒤를 이어 ‘제2의 중동 붐’을 일으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정주영 프로젝트의 공식 명칭은 ‘K스마트인프라’다. 철도, 공항, 도시 개발 등 인프라 사업에 우리 기업들이 새롭게 경쟁력을 확보한 모빌리티·스마트 기술 등을 결합하고 원전·방산·문화 등까지 아우르는 패키지 수출을 추진한다는 구상이다. 정부는 고유가 특수로 대규모 인프라 사업 발주가 기대되는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아 네옴시티와 인도네시아 신(新)행정수도 등 ‘해외 5대 인프라 프로젝트’를 선정해 기업들의 수주를 적극 지원하는 전략도 마련하기로 했다. 임기 내 연간 500억 달러 규모의 해외 수주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다.

이는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수주가 사상 최대를 기록했던 2010년 716억 달러에서 지난해 반토막에도 못 미치는 306억 달러로 쪼그라든 데 대한 위기의식에서 나온 것이다. 해외 수주 급감에는 2013년 건설업계의 어닝쇼크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 2010년을 전후로 해외에서 국내 업체들끼리 제 살 깎기식 저가 수주 경쟁을 벌인 결과 2013년 삼성엔지니어링, GS건설, SK에코플랜트(옛 SK건설), 대우건설 등이 많게는 1조 원 이상, 적게는 수천억 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이는 국내 건설사들의 ‘트라우마’가 돼 해외 수주를 외면하고 국내 주택시장에만 매달리게 만들었다.



정부 역시 건설업계가 해외에 적극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하는 데 실패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 하에서 국토부는 ‘집값 잡기’에만 혈안이 돼 관련 규제를 쏟아내는 데 주력했다. 다주택자를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몰아 징벌적 세금을 물렸고 건설사들을 막대한 개발 이익을 착취하는 적폐로 취급했다. 중대재해처벌법을 도입해 건설사들의 안전관리 관련 부담을 가중시키는가 하면 해외 현장에까지 주 52시간 근로제 등을 획일적으로 적용하면서 수주 경쟁력을 떨어뜨렸다.

이제라도 윤석열 정부가 해외 수주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이를 확대하기 위해 기업 지원에 나서는 것은 다행이다. 글로벌 금리 인상 기조, 원자재 가격 급등의 영향으로 주택시장은 물론 국내 경제 전반이 위축되고 있는 만큼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려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 마침 고유가에 힘입어 ‘오일머니’가 넘치는 중동 산유국들이 줄줄이 대형 인프라 프로젝트 발주를 앞두고 있다. 인도태평양경제프레임워크(IPEF) 회원국이나 종전 이후 재건 사업을 준비하는 우크라이나 및 이라크에서도 수주 기회를 찾을 수 있다.

단 과거처럼 외형 확대에 급급한 저가 수주 대신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수주 전략을 세우는 것이 중요하다. 단순 시공 위주의 도급에서 벗어나 우리의 건설 기술력에 스마트시티 관련 인공지능(AI), 반도체, 통신, 도심항공교통(UAM), 수소차 등 다른 경쟁력 있는 요소까지 접목해 발주국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해야 한다. 정부 역시 해외 현장에서만이라도 각종 인력 운용 및 근로 규제를 풀어주고 수출 금융 등의 지원책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당장 27일 방한하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역시 행정수도 이전 프로젝트와 관련해 세종특별자치시 모델에 큰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전해진다. 윤 대통령이 직접 정상 외교를 통해 관련 사업 수주 가능성을 타진할 필요가 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 재계에서도 고위급이 수주전에 나서야 할 것이다. 과거 중동의 모래바람을 뚫고 외화를 벌어왔던 정 명예회장의 도전 정신을 되새겨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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