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가 성수기에 진입한 이번주와 다음주 어린 자녀와 여행 계획을 세운 가정이 많다. 하지만 코로나19 재확산 우려가 나날이 커지고 있는 데다 연일 폭염주의보가 발효되면서 건강관리에도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때다.
아이와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야외활동 중 예상치 못한 응급상황에 올바르게 대처하는 방법을 미리 숙지하는 것도 유용하다. 류정민 서울아산병원 소아응급의학과 교수의 도움말로 여름 휴가철 자녀의 건강관리 방법을 배워보자.
◇ 폭염에 축 늘어지고 열 나는 아이, 일사병일수도
어린이는 성인보다 신진대사율이 높아 몸에 열이 많고, 체중 당 체표면적비가 커 고온에서 열 흡수율이 높다. 반면 체온 조절 기능은 충분하지 않아 땀 생성 능력이 낮고, 열배출이 어려워 온열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다. 따라서 35℃를 웃도는 기온이 이틀 이상 지속될 때는 일사병과 같은 온열질환에 특히 주의해야 한다.
일사병은 더운 환경에 장시간 노출됐을 때 체내의 염분과 수분이 손실돼 발생하는 질환이다. 체온이 오르면서 급격한 피로감을 느끼고, 어지러움,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아이가 의식은 있지만 땀을 많이 흘리고 안색이 창백하며 어지러움을 호소한다면 일사병으로 의심해야 할 신호다. 바로 응급처치를 하거나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그늘진 곳이나 에어컨이 설치된 실내로 빨리 옮기는 것이 중요하며, 몸에 꼭 맞는 옷이나 답답한 장비, 불필요한 겉옷은 모두 풀어 몸을 편안하게 해주고, 바르게 눕힌 뒤 다리를 머리보다 높게 올려주는게 좋다. 치료 전 아이의 체온을 측정해 체온이 높다면 젖은 수건으로 몸을 식혀주고, 선풍기 바람을 약하게 틀어주어 체온 강화 효과를 높일 수 있다. 아이가 의식이 있다면 충분히 수분을 섭취하게 한다. 이런 처치에도 의식이 점차 흐려지고 어지러움을 지속적으로 호소한다면 응급의료센터로 이송해야 한다.
◇ 열사병 걸리면 체온 40도 이상 오를 수 있어
여름철엔 자외선이 강한 오전 11시~오후 2시 사이에는 외부활동을 최대한 자제하는게 좋고, 부득이 외출할 때엔 30분 이상 외부에 머물지 않도록 해야 한다. 너무 덥다고 느끼면 그늘이나 에어컨이 설치된 장소로 이동해 더위를 피하는 것도 일사병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다.
열사병은 일사병보다 더욱 심각한 상태로, 체온조절중추기능을 상실해 체온이 떨어지지 못하고 40도 이상 크게 오르는 게 특징이다. 일사병과 달리 서늘한 곳에서 쉬어도 어지러운 증상이나 의식 저하가 계속되며 고열에도 땀이 흐르지 않는 증상이 나타난다. 이 경우 생명에 지장을 줄 수 있으니 즉시 119에 연락해 응급의료센터를 방문해야 한다.
◇ 시원한 물놀이, 여름철 중이염 단골 코스
여름철이 되면 소아 중이염 환자가 급증한다. 대부분 물놀이를 다녀온 후 귀의 통증, 먹먹함, 울림, 이명, 청력 감소, 발열, 구토, 발열 등 다양한 증상이 나타나 병원을 찾았다가 진단을 받게 된다. 감기에 걸리면 중이가 붓는데 물놀이를 하면서 귀 안에 고인 물이 코와 연결된 통로로 원활하게 배출되지 못할 경우 염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아이가 중이염에 걸려 귀가 아프고 열이 난다면 해열진통제를 먹여도 된다. 열이 조금 내리고 귀의 통증이 잠잠해지면 얼음 주머니나 얼음 수건으로 아이의 귀를 5분 이내로 냉찜질을 해서 편안하게 해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염증으로 부어있는 귀를 가라앉히고 귀 내부의 압력을 줄여 통증을 훨씬 완화시킬 수 있다.
이런 자가 처치에도 아이가 심하게 통증을 호소하거나 열이 떨어지지 않는다면 의사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필요한 경우 항생제를 투여하게 되는데, 항생제를 사용하면 대부분 증상이 금방 호전되지만 귀의 통증이 감소했다고 중이염이 완치된 것은 아니다. 즉, 임의로 약의 용량을 줄이거나 복용을 중지해서는 안되며, 꾸준히 치료해야 재발을 막고 완치시킬 수 있다.
◇ 해변에서 잠깐? 연약한 아이 피부는 일광화상 걸릴 수도
아이들의 피부는 일광화상에 취약하다. 성인의 경우 대부분 태닝을 해도 괜찮고 물놀이중 입은 웬만한 일광화상은 자연 치유가 된다. 보통 일광화상은 1도 화상에 해당한다. 하지만 아이의 경우 피부 열감이 쉽게 진정되지 않는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보는 게 좋다.
일광화상은 충분히 예방 가능하다. 자외선이 강한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물놀이를 자제하고, 부득이 그 시간대를 이용해야 한다면 피부를 가릴 수 있는 래시가드나 썬캡 등을 사용한다. 자외선 차단제를 수시로, 꼼꼼하게 바르고 물놀이를 한지 20~30분이 지나면 물 밖으로 나오게 하고 그늘이나 파라솔 아래에서 20분 정도 쉬게 해주는 것이 좋다. 이때 물기를 닦고 피부 보습제와 자외선 차단제를 덧발라주는 것도 중요하다. 햇볕이 강할수록 자외선 차단제를 많이 바르기보다는 긴 옷을 입히는 게 더 확실한 예방법이다. 물놀이 중간중간 아이의 피부상태를 확인하고 쉬는 시간에는 아이스 팩이나 얼린 물병에 수건을 감아 뜨거워진 피부의 열기를 식혀주는 게 좋다.
◇ 야외활동 후 오이·감자팩도 피부진정에 도움
이미 햇볕에 화상을 입었다면 신속하게 피부를 진정시켜줄 필요가 있다. 문지르거나 비벼서 피부에 자극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하고, 미지근한 물로 피부의 열을 시켜준다. 수분공급과 진정효과가 있는 오이나 감자팩을 해주어도 도움이 된다.
하지만 피부가 검붉은 색을 띠거나 물집이 잡히거나, 열감이 매우 높게 느껴진다면 자가 케어보다는 전문의를 찾는 것이 더 현명하다.
1도 일광화상의 경우 대부분 자연치료가 되지만 2도 이상이면 즉시 병원을 찾아야 한다. 피부가 붉게 변하면 1도 일광화상, 피부에 물집이 생기면 2도 일광화상이다.
◇ 모기 물린 자리, 딴딴하고 화끈거리면 병원 데려가야
모기에 물렸을 때 가볍게 부었다가 다시 가라앉는 경우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하지만 물린 부위가 많이 붓고 딴딴해지거나 화끈거린다면 병원에서 반드시 치료해야 한다. 모기의 타액에 의한 알레르기 반응인 혈관부종 때문에 심하게 부어오를 수 있다. 이를 방치하면 물린 자리에 수포가 생기거나 진물이 나기도 한다.
따라서 병원에서 가려움증을 덜어주는 약이나 염증을 가라앉히는 약을 처방받는 게 좋고, 집에서 냉찜질을 함께 해주면 가려움증이 완화된다.
붓는 증상 외에 열이 나거나, 해당 부위에 통증이 있거나, 표면이 발갛게 되고 주변보다 많이 뜨겁다고 느끼거나, 눌렀을 때 아이가 통증을 호소하면 반드시 병원에 데려가야 한다. 2차 세균감염과 봉와직염을 의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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