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가 문재인 정부 시절 닫혔던 한미 간 ‘핵우산’ 협의 창구를 9월 중 약 4년 만에 복원하기로 했다. 북한이 만약 핵전쟁을 일으킬 경우를 상정해 대응하는 정치·군사적 연습도 강화한다.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마치고 대남·대미 위협 발언을 쏟아냄에 따라 한미가 전쟁 억지를 위한 대비 태세를 강화하려는 것이다.
31일 국방부에 따르면 이종섭 국방부 장관과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장관은 29일(현지 시간) 미국 국방부에서 열린 한미 국방장관회담에서 이 같은 방안 등을 추진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두 장관은 북한이 도발하면 할수록 한미동맹은 더욱 굳건해질 것임을 강조했다. 두 장관은 이 자리에서 탄도미사일 방어체계 및 미국 전략자산(핵추진 항공모함, 전략폭격기 등)의 한반도 지역 전개를 포함한 동맹의 억제 태세를 강화하기로 했다. 특히 북한이 7차 핵실험을 강행할 때는 미국 전략자산의 한반도 전개를 포함해 강력한 연합작전 태세를 보여주기로 의견을 모았다.
◇연합연습·훈련 확대 복원=두 장관은 올해 하반기 한미연합연습을 정부연습(을지연습)과 통합해 시행하기로 했다 통합훈련의 명칭은 을지프리덤실드(UFS)로 정해졌다.
국방부 관계자는 “(유사시 한반도 전체를 전장으로 상정한) 국가총력전 개념의 전구급 연합연습으로 시행한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당초 을지연습은 한미연합훈련(프리덤가디언)과 통합돼 을지프리덤가디언(UFG)이라는 명칭으로 실시돼 왔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가 2019년 UFG를 폐지하면서 을지연습은 우리 군의 단독 훈련(태극훈련)과 합친 ‘을지태극연습’으로만 실시돼 왔다. 폐지된 UFG를 윤석열 정부가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통해 UFS의 명칭으로 되살린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이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한미연합·훈련을 내년부터 확대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합의했다. 2018년부터 중단됐던 대규모 연합실기동훈련이 부활한다고 보면 된다. 2019년 이후 중단된 연합항모강습단훈련 및 연합상륙훈련 등 연대급 이상 야외 실기동훈련을 재개하는 방안도 이번 회담에서 논의됐다 .
◇北 핵 협박에 ‘핵우산’ 꺼내는 한미=두 장관은 지난 한미 정상회담 후속 조치 차원에서 동맹의 억제력 향상과 한미 간 전략적 소통 강화를 위해 가까운 시일 내에 고위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개최하기로 합의했다. 해당 협의체는 9월 중에 열릴 예정이다.
EDSCG는 한미의 외교·국방당국 차관이 ‘2+2’ 형태로 만나 핵우산을 비롯한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 운용 방안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해당 협의체는 문재인 정부 집권기인 2018년 1월 2차 회의를 끝으로 중단됐다가 이번에 부활한다.
두 장관은 조만간 한미 간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TTX)도 실시한다. 어떤 형태로든 연내에 개최될 예정인데 현재로서는 10~11월 개최 가능성이 점쳐진다. TTX는 일종의 핵전쟁 대응 연습이다. 북한이 핵무기로 도발하는 상황을 몇 가지 시나리오로 상정해 한미가 이에 대응하는 방식이다. 원래 TTX는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1년 11월 처음 실시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에는 TTX 개최가 불규칙해 임기 5년간 두 차례(2019년·2021년)만 열렸다. 국방부 관계자는 올해 추진 방침에 대해 “TTX를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더 밀착한 한미 국방 당국=이 장관과 오스틴 장관은 이번 회담을 통해 한층 밀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두 장관이 대면한 것은 6월 11일 싱가포르 샹그릴라대화를 계기로 열었던 한미 국방장관회담 이후 두 번째다. 불과 50일 만에 양국 국방장관이 거듭 만난 것은 고조되는 북한의 핵 위협을 억지하기 위한 한미 공동의 강력한 억지의 메시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이날 회담에서 오스틴 장관은 한미연합 방위 태세를 강화하려는 이 장관의 설명에 대해 여러 차례 엄지를 치켜세우며 호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장관은 회담 이후 워싱턴DC에서 서울경제를 비롯한 한국 주요 언론사 특파원들과 간담회를 열고 이번 회담에 대해 “북한이 7차 핵실험을 하지 않도록 억지하기 위해 한미가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의미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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