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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운지구도 용산처럼…오세훈, 초고층 복합개발 나선다

◆세운지구도 고밀도 복합개발

허용용적률 안에선 용도 자유롭게

싱가포르 마리나 원 개발 방식 차용

‘고층 빌딩·대형 녹지 공존’ 구상

도심개발 특례법 촉구…TF 운영

은평 등 세대공존형 주택단지 조성

역세권 임대주택 등 공급 계획도

오세훈(왼쪽 세 번째) 서울시장이 30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도심에 조성된 주거·업무 복합시설 ‘마리나원’을 찾아 관계자로부터 설명을 듣고 있다. 싱가포르=서울시공동취재단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현지 시간) 싱가포르에서 세운재정비촉진지구(세운지구)를 고밀도·초고층 복합시설로 개발하겠다는 구상을 밝히면서 예로 든 ‘화이트사이트’는 싱가포르의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린 대표적인 도시계획 정책이다. 정부 주도로 개발 사업을 진행하되 사업자에게 자율성과 창의성을 대폭 위임한 것이 제도가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힌다.



이날 오 시장이 방문한 싱가포르 마리나베이 인근의 ‘마리나 원’은 화이트사이트를 적용한 대표적 사례로 싱가포르의 새로운 랜드마크로 부상했다. 싱가포르는 마리나 원 개발의 계획 단계에서부터 용도를 특정하지 않고 사업자가 창의적이면서 유연하게 개발할 수 있도록 규제를 완전히 풀었다. 이를 통해 주변 마리나베이의 마천루와 어우러지는 수려한 디자인을 갖추면서 용적률 1300%(지하 4층~지상 34층)의 고밀도 복합시설이 탄생했다.

마리나 원은 연면적 52만 ㎡ 규모에 주거 시설 2개 동과 상업 시설 2개 동을 합친 총 4개 동으로 조성됐다. 건축물 내부에는 350종의 다양한 식물이 식재됐으며 싱가포르 정부로부터 친환경 인증 최고 등급을 받았다. 지금까지 싱가포르에서 화이트사이트가 적용된 복합시설은 총 5곳이다.

화이트사이트는 서울시가 앞서 용산국제업무지구(용산정비창) 개발에 적용하겠다고 발표한 ‘비욘드 조닝’과도 비슷한 부분이 많다. 토지 용도의 경계를 허물고 규제를 최소화하며 개발의 유연성을 높일 수 있어 인구밀도가 높고 개발 여력이 한정적인 도심에 유리하다. 주거·업무·상업 등의 기능 구분이 사라지는 차세대 도심 개발에 최적화된 방식이라는 얘기다. 다만 비욘드조닝은 용도 외에 높이와 용적률은 물론 교육 시설 조성 등 관련 특례까지 모두 포괄하는 개념이다. 오 시장은 “서울시가 2030년 ‘글로벌 톱5 도시’로 도약하려면 심장부인 도심 기능을 혁신적으로 끌어올릴 복합개발이 절실하다”며 “중앙정부와 협력해 서울의 경쟁력 확보와 균형 발전, 각종 도시 문제 해결을 위한 복합개발을 실효성 있게 추진해 나가겠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도심 상업 지구 마리나베이에 조성된 주거·업무 복합시설 ‘마리나 원’ 전경. 사진 제공=싱가포르 주택개발청


전체 면적이 44만 ㎡인 서울 종로구 일대 세운지구는 건축물 높이 90m, 용적률 600%의 규제를 적용받고 있다. 오 시장은 화이트사이트와 비욘드조닝을 접목해 세운지구를 고밀도 복합시설로 개발한 뒤 미국 뉴욕 허드슨야드, 일본 도쿄 미드타운파크처럼 고층 빌딩과 대형 녹지가 공존하는 도심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현재 3.7%에 불과한 서울의 도심 녹지율은 15% 이상으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고밀도 복합시설 조성의 관건은 특례법 제정이다. 이와 관련, 서울시의 한 관계자는 “현행법에서도 입지 규제 최소 구역 지정을 통해 높이·건폐율·용적률 등을 완화할 수 있지만 국토교통부 지침상 세부 규정이 제한적”이라며 “규제 완화와 특례 인정 모두를 충족하려면 국토계획법 개정보다는 특례법 제정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례법은 2020년 법안이 처음 발의된 후 이미 국회와 중앙정부에서 제정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면서 “특례법에 서울 도심의 특수성이 충분히 담긴 세부 방안이 담길 수 있도록 지난달 ‘구도심 복합개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운영에 들어갔다”고 전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30일(현지 시간) 싱가포르 주택개발청(HDB) 주택전시관을 찾아 관계자들로부터 싱가포르 공공주택 정책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싱가포르=서울시공동취재단


한편 오 시장은 노년의 부모와 기혼 자녀가 가까이에서 거주하는 세대 공존형 주택 ‘골드빌리지’를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와 강동구 서울시립고덕양로원 부지에 조성하고 3대가 거주할 수 있는 주택도 노원구 하계5단지에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골드빌리지는 주거·의료·편의 시설이 갖춰진 공공형 주택이다. 자녀와 적극적으로 교류하며 편안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도록 아이를 키우는 부부가 많이 사는 아파트 단지 인근의 노년층 대상 주택이다. 고령화와 아이 돌봄 문제를 해결하고 노년층과 청년층의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오 시장은 “도보 5분 거리에 살면서 부모님은 외로움과 고립감을 덜고 자녀는 급하게 아이를 맡겨야 할 때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며 “부지가 넓고 복합적인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은평구 서울혁신파크에 어르신 가구와 자녀 가구를 각각 100~200개 정도 조성하고 보육 시설과 상업 시설도 구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골드빌리지의 공급 형태로 공공임대를 우선적으로 고려하되 이른바 ‘반값 아파트’라고 불리는 토지 임대부 주택도 검토할 예정이다. 토지 임대부 주택은 서울주택도시공사(SH)와 같은 시행사가 토지를 소유하고 건축물만 분양하는 방식이어서 분양가가 크게 낮아진다는 장점이 있다.

하계5단지에 시범 조성되는 3대 거주형 주택은 한 집이지만 가구 분리 등을 통해 부모와 자녀가 각각 독립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함께 살아갈 수 있는 주택이다. 수평과 수직의 조합을 통해 평면을 다양하게 구성하고 가변형 벽체를 적극 도입해 주거 유형과 생애 주기에 따라 공간을 자유롭게 구성할 수 있도록 설계할 예정이다.

아울러 오 시장은 신혼부부와 청년 등 사회 초년생 등이 직장과 가까운 곳에 주거 시설을 마련할 수 있도록 도심·역세권에 고품질 임대주택을 집중 공급하겠다는 계획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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