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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팠던 건 기억나지 않아요" 김우빈의 발판이 된 '외계+인'

'외계+인' 김우빈 / 사진=에이엠엔터테인먼트 제공




배우 김우빈이 투병 끝에 만난 영화 '외계+인'은 그에게 많은 것을 가져다줬다. 배우로 다시 현장에서 에너지를 느끼게 됐고, 어려운 장면을 소화하게 돼 심리적인 안정감도 생겼다. 또 1인 4역 연기는 다채로운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현재의 행복을 즐기게 됐다는 김우빈은 지금 이 순간을 감사하는 중이다.

스크린과 안방극장을 넘나들며 활발한 활동을 펼치던 김우빈은 2017년 비인두암 진단을 받고 모든 활동을 중단했다. 당시 최동훈 감독과 영화 '도청' 프로젝트를 준비 중이었던 김우빈. 꿈에 그리던 거장 최동훈 감독과의 작업에 감사함을 느끼던 와중 김우빈이 암 투병에 들어가면서 프로젝트가 중단됐다. 최동훈 감독은 이런 김우빈에게 의리를 지켰다. 이미 프리프로덕션이 시작됐고, 중단했을 경우 손해가 발생하는 상황에서 최동훈 감독이 "다른 배우와 촬영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 김우빈은 배급사 CJ ENM에서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여 감사하고 감동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긴 투병 끝, 김우빈의 건강이 회복되자 최동훈 감독은 '외계+인'이라는 또 다른 작품을 제안했다. '외계+인'은 최동훈 감독이 장장 5년 동안 준비한 작품으로, 고려 말 소문 속의 신검을 차지하려는 도사들과 2022년 인간의 몸속에 수감된 외계인 죄수를 쫓는 이들 사이에 시간의 문이 열리며 펼쳐지는 이야기다. 김우빈은 외계인 죄수의 호송을 관리하는 로봇 가드와 선더 역을 맡아 세계관의 중심을 잡는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상상을 많이 해야 되는 부분이 있어서 어려웠어요. 1, 2부를 전부 보는데 8시간 정도 걸린 것 같아요. 처음 보면서 머릿속에 그림을 그려두고, 두 번째로 시나리오를 보니까 정말 재밌더라고요. '감독님이 도대체 어떤 생각을 갖고 사시기에 이런 이야기를 만들지?' 싶었어요. 빨리 촬영을 시작하고 싶은 마음이 컸습니다."

'외계+인' 스틸 / 사진=CJ ENM


빨리 촬영을 하고 싶은 마음이 컸던 김우빈은 첫 촬영을 앞두고 긴장과 설렘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했다고. 여기에는 '내가 예전처럼 잘 움직일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있었다. 복합적인 감정을 안고 처음으로 촬영장에 도착했을 때 스태프들이 따뜻한 눈빛과 박수로 맞아줘 걱정이 살살 녹게 됐다.

"첫 슬레이트를 치지 직전의 가슴 두근거림은 정말 잊지 못할 것 같아요. 첫 신은 가드가 공사장 잔해에 깔려 있다고 열고 나오는 아주 짧은 신이었죠. 감독님이 일부러 몸풀기 식으로 할 수 있게끔 해주신 것 같아요. 그날 류준열, 김태리가 직접 차를 몰고 대전까지 와서 응원해 줬어요. 그때 별로 친하지 않을 때였는데, 응원해 주고 배려해 줘서 감동적이었죠."

약 5년 만에 복귀한 촬영 현장은 많은 게 달라져 있었다. 기술적으로는 원격 조정이 가장 놀랍게 변화한 지점이었다. 조명팀이 패드로 조명을 세팅하고, 촬영 감독님도 원격으로 조정하고, 모니터도 그 자리에서 휴대폰으로 전송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게 됐다고. 한결 여유로워진 현장 분위기였다.

"제가 20살 때 일을 시작해서 현장에서 늘 막내였어요. 그런데 이제는 띠동갑 동생도 생겼죠. 저보다 동생들이 훨씬 더 많아진 것 같아요. 아예 세대가 달라진 것 같아서 저도 책임감이 생겼어요. 제가 더 모범적으로 행동해야 될 것 같아요."(웃음)



김우빈은 가드와 선더의 모습을 각각 표현해야 됐을 뿐 아니라, 4명의 선더를 각기 다른 모습으로 연기해야 됐다. 가드에 1인 4역 선더까지 한 작품에서 다양한 얼굴을 보여주게 된 것이다. 시나리오에는 여러 명의 선더가 등장한다는 정도의 설명만 있었고, 이외에는 김우빈이 최 감독과 함께 만들어 갔다.

"어떤 포즈와 몸짓으로 나올까, 차 밖인가 안인가 등 여러 가지 고민을 했죠. 감독님이 차 안에서 4명이 비좁게 나오면 재밌을 것 같다고 하시더라고요. 거기에 맞춰 캐릭터를 만들었어요. 차이를 둘 때는 각 인물이 갖고 있는 기운이 다를 거라고 생각했고요. 그 기운에 집중하려고 했습니다. 그러니 목소리와 호흡이 자연스럽게 다르게 나왔어요. 또 의상의 도움도 많이 받았는데, 핑크 셔츠를 입으니 제 몸짓도 달라지고 더 자유로워지더라고요."(웃음)



외계인이 만든 로봇인 가드는 감정 표현이 절제된 캐릭터다. 표정과 톤을 숨기면서도 그 안에서 작은 변화를 보여줘야 되는 어려운 인물. 극이 진행될수록 자신도 모르는 사이 감정이 슬쩍슬쩍 나오면서 함께 클라이맥스로 향한다. 김우빈은 이런 가드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눈을 깜빡이는 방법 등 디테일한 부분까지 고민했다.

"가드의 모습을 만들면서 정말 다양한 의견이 있었어요. 우리도 외계인에 대해 모르잖아요. 외계인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디까지 외계인인지요. 그렇다면 그들이 갖고 있는 기술이 어디까지인지 모르니 한계를 두지 말자고 결론 내렸어요. 정답이 없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는데, 정답이 없으니 오히려 제가 하는 게 정답이더라고요. 더 자유롭게 움직이면서 만들려고 노력했습니다."



가드는 인간의 머리에 죄수를 심는 역할이면서 동시에 지구가 파괴되지 않기 위해 애쓰는 인물. 김우빈은 가드의 양면적인 모습이 오랫동안 지구에 살았기 때문에 나온 거라고 말했다. 임무 수행을 위해 존재하지만, 인간에게 정이 들었을 거라는 해석이다.

"가드는 외로웠을 거예요. 오랜 시간 인간과 살면서 그들이 실수를 하는 것도 보고, 자연을 해치는 것도 보고, 죽음도 봐요. '인간의 삶이란 허무하구나'라는 마음이 들기도 하면서, 좋아하는 마음도 생겼을 거라고 생각했죠. 관심이 없어도 자꾸 보면 익숙해지고, 좋아지잖아요. 가드의 마음을 공감하기 위해 상상을 많이 했어요."

"감정을 표현하는 것도 마찬가지예요. 지구에 오래 살다 보니 감정을 느끼긴 하지만, 그게 감정이라는 걸 나중에 깨달은 거예요. 가드는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 적고, 임무에만 집중하다 보니 잘 드러나지 않는다고 생각했어요. 많이 표현하지 않지만 얼핏얼핏 표정과 행동에서 관계가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했어요."

복귀 후 첫 작품인 '외계+인' 촬영을 무사히 마친 김우빈은 시작이 좋았기에 마음이 안정됐다고 털어놨다. 덕분에 후속작인 tvN '우리들의 블루스' 촬영 현장은 한결 편안한 마음으로 갈 수 있었다고. CG 장면이 많아서 어려웠던 '외계+인'을 끝내니 앞으로는 뭐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 들었다.

"이제 너무 아팠던 순간은 기억나지 않아요. 다 날아가고, 좋은 것만 남았어요. 제 삶에 감사한 것과 행복한 것을 떠올리고 현재에 집중할 수 있게 됐어요. 그래서 그런지 행복지수가 매우 올라가 있어요. 제가 요즘 하는 생각이 '오늘보다 더 잘 살 자신 없어'예요. 그만큼 그때그때에 집중하려고 합니다. 많은 분들이 절 걱정해 줬어요. 그 응원과 보이지 않는 힘이 전달돼서 그런지 병원에서도 치료 경과를 보고 놀랍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요. 그 마음 늘 간직하고, 더 많은 기적이 일어날 수 있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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