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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대만봉쇄하듯 韓통행세 뜯으면 어쩌나"…韓 무역로 위협하는 중국 해군굴기

[민병권의 군사이야기: '안보우려 커지는 한반도' 증보판]

中, 대만포위 이어 서해서도 실사격

훈련 범위 '남중국해→서해' 확대중

항공·해상 물류망에 위협 코 앞인데

韓, 상선보호할 대양해군 건설 제동

핵심 전력인 '경항모' 사업 좌초 위기

양안갈등 '한반도 충돌 유발' 가능성 속

한국군, 中에 맞설 시나리오 마련 안돼

군사력도 큰격차…한미일 협력 강화 절실

중국의 첫번째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서태평양 일대에서 항해하는 모습. 사진제공=중국 국방부




중국의 첫번째 항공모함 랴오닝함 갑판위에서 전투기들이 대기하고 있는 모습(사진제공=중국 국방부


“중국이 해상 군사력을 팽창하시키는 해군굴기를 지속하면 머지 않아 우리나라는 해상 수출로를 지날 때마다 중국에 ‘통행세’를 뜯기는 신세가 될 수 있습니다.”

해상안보전략에 정통한 한 고위급 전문가는 최근 서울경제신문에 이 같은 경고메시지를 전했다. 최근 중국이 대만을 포위하는 사실상 해상봉쇄 훈련을 한 것은 단순히 대만해협 뿐 아니라 한반도 주변 해역, 남중국해 등 인도태평양지역의 해상로를 언제든지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을 과시한 무력시위라는 것이다.

실제로 중국은 이달 4~8일 일정으로 대만 포위사격훈련을 실시한데 이어 서해에서도 6~15일의 일정으로 실사격 훈련에 나섰다. 중국은 과거에도 7·8월 무렵에 대규모 서해 등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곤 했다. 2019년에는 7~8월 중국이 전국 5개 전구에 걸친 대규모 훈련을 실시하면서 그 일환으로 서해 북부해역 에서 실사격 훈련을 했다. 2020년 및 2021년 8월 하순에도 서해 해역 등에서 실사격 훈련에 나섰다. 과거 중국 해군은 주로 남중국해를 중심으로 군사훈련을 했다. 반면 근래에는 점점 서해쪽으로도 범위를 넓혀 훈련의 규모와 빈도를 늘리고 있다.



중국의 두번째 항공모함 산둥함이 항구에 정박하고 있는 모습. 중국은 산둥함에 이어 세번째 항모 진수식까지 마친 상태다. 사진제공=중국 국방부


우리 군은 중국이 영해 내에서 실시하는 훈련에 대해선 공개적인 언급이나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만약 중국군의 함정이나 항공기가 서해 지역에서 우리측 배타적 경제수역을 비롯한 우리측 관할해역으로 넘어올 경우에는 우리 해군도 그에 상응하는 합당한 수준에서 전투함을 보내는 등 일정한 대응조치를 하고 있다. 다만 우리측 대응 조치가 중국측에 유의미한 압박을 주는데에는 한계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의 해군세력이 항공모함을 이끌고 나서는 경우가 많은데 비해 우리 군은 항공모함을 갖지 못한 채 구축함이나 초계함 등을 보내 조치를 하는 수준이기 때문이다. 항공모함의 유무는 해상 제공권 확보 여부와 직결되므로 항모 보유국의 해상 전력을 비보유국이 대등하게 견제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리 군의 한 장성은 “북한의 위협만 잘 관리된다면 가까운 미래에 한중이 직접적으로 군사충돌을 할 가능성은 희박하다"면서도 “만에 하나 대만문제로 미중간 무력마찰이 빚어질 경우 어떤 형태로든 한반도 안보에도 영향이 미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배타적경제수역 설정 등을 놓고 한중간에 갈등이 이어져 온) 서해의 잠정관리수역 등에서 중국이 실질적 군사활동을 더 늘려 내해화하려는 작업을 노골화한다면 현재의 우리 해군력만으로는 견제를 하는데 한계가 있어서 더 전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중국의 세번째 항모 푸젠함이 올해 6월 17일 진수식에서 모습을 들러내고 있다. /신화망-연합뉴스


*중국항모는 전력화된 랴오닝함, 산둥함에 이어 올해 진수된 푸젠함까지 포함한 수치. 나머지 무기는 2020 국방백서 기준. (그래픽=서울경제DB)




◆설마했던 우려가 현실로

국제 수출기업 및 해운업계의 관계자들도 중국이 한반도 주변과 대만해협 등에서 군사활동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노심초사하고 있다. 국내 대기업에서 수출업무를 담당하는 한 임원은 “설마 하던 일이 대만해협에서 실제 벌어지니 불안감이 크다"며 “앞으로 이런 일이 재발할 때마다 우리 수출 물류에 차질이 빚어지는 건 아닌지 걱정이 태산”이라고 전했다. 그는 "(중국과 대만이 다투는) 양안 문제나 미중 갈등을 강 건너 불구경할 때가 아니다”며 우리 정부와 군이 중국발 해양위협이 더 악화되는 것에 대비해 우리 상선과 무역로의 통항 안전을 보장할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중국군은 이달 4~8일 일정으로 대만 주변을 6개 구역에 걸쳐 포위한 채 대규모 군사훈련에 나섰다. 이로 인해 동북아를 지나는 항공 및 해상 물류망에는 비상이 걸렸다. 중국이 미사일과 장거리포를 대거 발사하며 무력시위에 나서자 대만해협 등을 지나는 항공사와 해운사들이 해당 지역 일대를 피해 항공기·선박의 경로를 바꾸거나 일부 항공편을 취소했다. 우리 해운업계는 대만의 주요 항구인 가오슝 및 지룽이 한국 선박들도 많이 드나드는 물류 허브라는 점에서 이번 사태를 예민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중국이 대만을 사실상 포위하는 군사훈련을 개시한 지난 4일 인민해방군 동부전구 소속 부대가 지상발사대에서 장거리 미사일을 쏘아올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중국 해군의 동부전구사령관이 2022년 8월 5일(현지시간) 대만 인근 해상에서 군사훈련 도중 함상에서 망원경으로 주변 함정을 살펴보고 있다./신화통신


중국의 이번 군사훈련은 8일 오후에 종료된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간 대결 구도가 누그러지지 않는 이상 비슷한 위기가 또다시 벌어질 수 있다. 특히 대만해협을 넘어 한반도 주변이나 우리 수출 선박이 지나는 남중국해 일대로 중국의 무력시위 범위가 한층 확대될 가능성도 상존한다. 국내 해운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앞으로 미중 갈등과 양안 갈등이 한층 격화되면) 중국이 자국 안보에 위협이 되는 물자 반입 등을 저지한다는 목적으로 대만해협이나 우리 주변 공역, 남중국해 일대에서 검문·검색에 나설 우려도 배제할 수 없다”고 걱정했다. 이어서 “일반 상선에 실린 일반 화학제품이나 의류품마저도 안보를 위협하는 화학무기나 군수품일 수 있다는 식으로 중국이 막무가내로 뱃길을 막아서면 일반 상선들은 속절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며 “현재로서는 중국 위협에 대응해 우리 해군이 우리 상선을 원양에서 보호할 능력이 거의 없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중국 군용 헬기들이 4일 대만과 인접한 중국 푸젠성 핑탄섬 상공을 지나고 있다. 핑탄=AP·연합뉴스


중국의 첫번째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구축함, 호위함 등의 호위를 받으며 항해하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중국 국방부


이 와중에 좌초 위기 '경항모'

우리 해군은 이번 사태와 같이 원양 해역에서의 안보 위협을 일찌감치 예견하고 1990년대부터 ‘대양해군’으로 성장해나가겠다는 비전을 선포했다. 한반도 근해에서 방어 작전을 펴는 ‘연안해군’ 체계를 벗어나 먼바다에서도 작전을 펼 수 있는 원거리 해군 투사 역량을 갖추겠다는 것이다. 특히 항공모함을 갖춘 기동함대 건설을 대양해군 건설의 역점 사업으로 추진해왔다.



지난해 4월부터는 경항공모함을 건조하려는 해군의 발걸음이 한층 빨라졌다. 국방부 기자단에 비공개 설명회를 갖고 2033년까지 반드시 경항공모함을 도입하겠다고 역설했다. ‘2022년도 정부 예산’에는 마침내 경항모 사업 착수 예산이 담겼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 출범 후 경항모 사업은 다시 위기에 직면했다. 새 정부 국방부 업무 보고 등에서 경항모 사업은 전혀 언급되지 않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와 해군은 말을 아끼고 있다. 후순위로 사업이 밀리거나 아예 좌초될 가능성도 전해진다.

해군이 도입을 추진해온 경항모 함대 상상도. /이미지제공=해군


한 예비역 해군 제독은 “기존의 해군 목표대로라면 2030년대에 모두 3개의 기동전단을 완성해 우리 관리 해역을 넘어선 지역에서도 우리 상선 보호를 비롯한 다양한 작전이 가능하도록 할 예정이었다”며 “그 핵심 사업이 경항모 건조인데 해당 사업에 제동이 걸린다면 원양해군으로 제 역할을 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해운업계 고위 관계자도 “우리 무역에 중요한 해상로가 남중국해·싱가포르·말라카해협인데 이런 먼 지역들에서 우리 해군이 상선 보호 역할을 하려면 항공모함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와 해상무역로가 비슷한 일본까지 감안하면 한미일이 연합해 해상무역로를 보호하는 데 협력하는 것도 바람직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국 항공모함 랴오닝함이 지난 2017년 7월 11일 홍콩방문 일정을 마치고 출항하고 있다. 중국은 이미 전력화한 랴오닝함및 산둥함에 이어 올해 세번째 항모인 푸젠함까지 진수시켰다. /사진제공=신화망


역내 분쟁에 무방비인 韓

향후 미중 관계의 전개 방향에 따라서는 우리나라도 역내 안보 분쟁에 중강도나 고강도로 휘말릴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중국이 대만에 대한 무력 행위에 나서고 미국이 이에 대해 군사적 개입에 나설 경우 동맹국인 대한민국도 불가피하게 직간접적인 영향권에 들어가게 된다는 게 군사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견해다. 특히 양안 간 무력 분쟁 시 주한 미군 등의 역할 여부를 놓고 불똥이 한반도로 튈 여지가 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우리 정부와 군사 전문가들의 견해는 다소 엇갈린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최악의 경우 대만 문제를 놓고 미중 간 군사적 충돌이 발생하더라도 한미상호방위조약을 고치지 않는 이상 주한 미군이 직접 관여할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주한 미군은 한미상호방위조약상 한국을 방어하기 위한 목적에서 우리나라에 주둔이 허용된 것이므로 한반도 이외 전구에서 전투를 벌이거나 지원 활동을 벌이게 된다면 조약 위반이 된다”고 설명했다.

반면 한 고위급 군사전문가는 “대만 사태가 커질 경우 주한미군을 투입하는 게 조약상 위반이므로 불가능하다는 견해는 원론적인 분석일 뿐”이라며 “실제로 중국군이 대만을 침공하거나 해상봉쇄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주한미군이 어떤 식으로든 관여하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부 장관도 과거 미국의 소리(VOA) 방송과 인터뷰를 갖고 대만과 중국이 격돌해 미국이 개입시 한국, 일본은 어떤 방식으로든지 개입하게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중국 H-6 폭격기가 지난 2020년 3월 30일 공중훈련을 위해 이륙하고 있다./사진제공=중국 국방부


중국의 '젠-15(J-15)' 전투기가 항공모함 랴오닝함에서 이륙하는 모습. 사진제공=중국 국방부


이 같은 당국자의 설명에는 대부분의 군사 전문가들도 동의하고 있다. 다만 미국이 주한 미군 부대 순환 배치 등의 형식으로 국내 주둔 미군을 빼낸 뒤 본국으로 귀대시키지 않고 대만 관련 분쟁 지원에 투입하는 등의 우회 방식을 쓴다면 조약 위반으로 보기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이때 순환 배치를 명분으로 한국에서 빼낸 기존 주둔 미군을 대신할 후속 부대마저 미국의 대만 문제 대응에 따른 병력 부족을 이유로 적기에 제대로 도착하지 않는다면 북한에 대한 한미 연합 대비 태세에 한동안 공백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 미중 간 무력 충돌 발생 시 북한이 동맹인 중국 지원을 명분으로 끼어들 수 있고 이 경우 대만을 둘러싼 분쟁은 자칫 한반도 내 전쟁을 촉발시킬 수도 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같은 다양한 역내 분쟁 시나리오에 대응한 우리 군의 대응 시나리오는 정교하게 마련돼 있지 않다. 복수의 우리 군 관계자들에 따르면 현재로서는 역내 분쟁과 관련해 중국에 대응하는 작전 계획은 한미 연합 차원은 물론이고 우리 군 자체적으로 작성된 적이 없다. 그간 한반도와 관련한 한미 동맹 및 우리 군 차원의 군사력 건설이 주로 북한의 도발을 막는 데 초점을 둬왔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가 아닌 일로 한중 간 군사 충돌이 일어날 가능성은 희박하다는 인식이 우리 정부와 군에 깊게 깔려 있는 점도 양안 분쟁 후폭풍에 대비한 작계 마련 미비의 배경으로 지적되고 있다.

최근 진수식을 마친 우리 해군의 차세대 이지스함 정조대왕함의 항해 이미지. 8800톤급의 정조대왕함은 우리 해군이 보유하게 된 가장 큰 구축함이다. 이로써 해상탄도미사일방어체계 본궤도에 오르게 됐지만 여전히 중국, 일본의 해군력과 균형을 맞추려면 더 많은 예산투자가 필요하다. 이미지제공 해군


크게 벌어진 한중 군사력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 결말이 나지 않는 이상 중국은 군사적 팽창주의를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런 차원에서 한국과 중국 간 군사력 격차는 좁히기 힘들 정도로 벌어져 있다. 우리 국방부의 ‘2020년 국방백서’에 따르면 한중 간 병력 규모는 약 3.7배(중국 203만 5000명·한국 55만 5000여 명)에 이른다. 특히 양국 군사 마찰 시 직접적인 우열을 가를 해군력에서 중국은 이미 ‘넘사벽’이 됐다. 우리 군이 1척도 갖지 못한 항공모함을 이미 3척(랴오닝함·산둥함은 전럭화 완료, 푸젠함은 올해 진수식 완료) 이나 보유했고 추가로 건조가 이뤄지고 있다. 항모를 제외한 전투함(구축함·호위함·초계함 등)으로만 보아도 2020 국방백서 기준으로 중국(289척)은 대한민국(100여 척)의 2배를 훨씬 웃도는 함정을 보유하고 있다. 잠수함 수로 보면 격차가 약 5배에 육박(중국 59척·한국 10여 척)한다. 공군력에서도 우리 군은 크게 열세다. 중국은 핵무기 등을 탑재할 수 있는 전략폭격기를 176대나 보유하고 있는 반면 우리 공군은 이렇다 할 폭격기를 보유하지 못했다.

한중이 서해의 배타적경제수역을 놓고 신경전을 벌여온 가운데 중국이 부표를 설치하고, 수시로 해군 훈련에 나서 실효적 지배력을 확보하려고 하고 있는 동경 124도선 위치도.


무엇보다 중국은 약 350기의 핵무기를 보유한 핵보유국이다. 반면 대한민국은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했으며 재래식 탄도미사일조차도 대부분은 사거리가 중국 수도 등에 미치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 집권기 한미 미사일 지침 폐지 이후 우리 정부와 군이 사거리와 위력을 대폭 늘린 고위력 탄도미사일을 개발해왔지만 아직 수량이 충분하지 못해 중국의 핵무기에 대한 억제력을 발휘하기는 어렵다.

이 같은 한중 간 군사력 격차를 보완하고 역내 군사 분쟁의 리스크를 억제하려면 한미 동맹 강화뿐 아니라 일본, 호주, 동남아 국가 등 우리와 지정학적 이해를 함께하는 주요국들과 안보 차원의 협력을 증진해야 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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