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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2022년에 '1980년대 규제' 고집하는 공정위

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

그룹 내부거래 막겠다는 취지로

36년전 만들어진 '동일인지정제'

신산업 중심 경제현실과 괴리 커

실효성 없고 투자 의욕 꺾을수도





공정거래위원회가 1일 돌연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 입법예고 계획을 철회했다. 이번 시행령 개정 시도는 미국 국적인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을 동일인, 즉 그룹 총수로 지정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한다. 문제가 된 ‘동일인지정제’에 대해 미국 정부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 최혜국 대우 조항 위반”이라며 우려를 표하자 공정위가 한 발짝 물러난 것으로 보인다. 공정위는 아마도 부처 간 협의를 거쳐 다시 추진할 것으로 보이고, 어떻게든 이 제도를 이어가려고 할 것이다. 그러나 낡아 빠진 이 제도는 차제에 폐지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

이 제도는 동일인과 그 특수관계인이 그룹 내 내부거래로 인한 사익편취를 차단하기 위해 1987년에 도입됐다. 보통은 그룹 지주회사나 주력사의 최대주주 또는 최고경영자(CEO)를 동일인으로 지정한다. 다른 나라에서는 유사한 제도가 존재하지 않는데 사익편취 문제는 보통 회사법에서 주주 간 이해관계 상충 문제로 다뤄지기 때문이다.

우선 이 제도가 도입된 지 36년이 지난 지금은 경제구조가 크게 바뀌면서 제도의 의미 자체가 퇴색됐다. 과거 한국 경제가 제조업 중심의 폐쇄경제일 때 만들어진 이 제도는 개방경제로 변모한 현실과 맞지 않다. 제조업 중심의 산업구조에서 탄생한 제도를 정보기술(IT)·e커머스·게임 등 신산업 중심으로 성장하는 우리 경제 현실에 무차별로 적용하려 드는 것은 참으로 고집스럽다.



특히 요즘은 동일인의 경제적 실체가 불분명한 경우도 자주 나타난다. 기업이 3대·4대로 세습됨에 따라 오너 일가의 지분이 희석되고 국민연금이나 사모투자펀드처럼 총수보다 지분율이 높은 기관투자가들이 대거 등장했다. 막상 지분이 얼마 되지 않는 사람이 무리하게 동일인으로 지정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지정된 동일인은 ‘쥐꼬리 지분으로 왕 노릇을 한다’는 따가운 시선을 받는다. 정부가 반기업 정서의 직접적 원인을 제공하는 것이다.

특히 가족 간 상속, 경영권 분쟁 등으로 동일인과 그 특수관계인 사이의 의사가 달라지는 경우가 발생하고 그들 간의 합종연횡으로 의사 결정의 일관성에 변동이 생기기도 한다. 총수의 건강이 문제 될 때마다 누가 해당 기업집단의 경영에 대한 의사결정권을 가지는가 하는 논란이나 분쟁이 발생하고 동일인을 확정하지 못해 전체 대기업집단 지정이 연기되는 사례가 잇따르기도 했다. 이때 공정위가 동일인을 지정해버리면 마치 정부가 자의적으로 기업그룹 총수를 임명하는 이상한 모양새가 된다.

동일인의 특수관계인 범위도 문제다. 현재 배우자, 6촌 이내의 혈족, 4촌 이내의 인척, 비영리법인과 그 임원 등이 범위에 들어가는데 이들의 주식 보유 상황을 어떻게 일일이 파악해 보고하라는 것인가. 행정력의 낭비가 도를 넘는다. 공정위는 4촌 이내 혈족, 3촌 이내 인척으로 범위를 좁힐 방침이라 하나 형제 간 심지어는 부부 간에도 등을 돌리는 이 시대에 제도 유지는 많은 모순을 일으킨다.

특히 외국인 또는 외국 회사를 동일인으로 지정할 때는 여러 문제가 따라온다. 외국인을 어떻게 형사 처벌할 것이며 동일인 지정으로 인한 외교·통상 문제로 빚어지는 갈등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실효성도 없고 한국에 대한 외국인의 투자 의욕을 꺾을 우려도 있다. 시대의 변화를 담지 못하는 낡은 제도는 신속히 폐지돼야 한다. 주주 간 이익 충돌 문제는 회사법 규정에 따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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