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물가 우려에 요금 인상 '난망'…한전, 이대론 올 '30조 적자'

■'역마진 늪'에 상반기 14.3조 적자

연료비·전력구입비 치솟았는데

'탈원전 청구서' 비판 피하려고

文정부 요금 억눌러 손실 급증

자구 노력·회사채 발행도 한계

"전기 요금 현실화해야" 목소리





“지난 정부에 전기요금 인상을 요청했는데 민생 상황과 물가를 고려해 올리지 말라고 했습니다. 결국 한 번 승인해줬습니다.”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은 정승일 한국전력 사장이 지난 6월 국민의힘 의원총회에 참석해 전기요금이 원가 대비 지나치게 낮은 이유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 때문에 전기요금이 오른다’는 비판을 피하기 위해 전기요금 인상을 억눌렀다. 특히 올 1월 전기요금은 기준연료비 인상분(1㎾h당 9원 80전) 및 기후환경요금 인상분(1㎾h당 2원)을 더해 총 11원 80전을 올려야 했지만 정부는 대통령 선거 이후인 4월과 10월에 인상분을 나눠 반영하도록 하는 꼼수를 부렸다.

이전 정부는 분기마다 결정되는 실적연료비 인상 요구 또한 묵살하며 ‘탈원전 청구서’ 관련 비판을 피하려 애썼다. 당시 전력 산업 주무 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는 전기요금 현실화를 주장했지만 경제 부처 수장인 기획재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요금 인상을 억누른 것으로 알려졌다.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른 피해액은 천문학적이다. 원전 업계에서는 문재인 정부 당시 원전 이용률이 이전 정부 대비 10%포인트 낮다는 점에서 탈원전 정책 관련 직접 손실액만 연평균 2조 원이 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여기에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와 신한울 1·2호기 준공 지연 등에 따른 발전량 감소분까지 감안하면 이전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매년 수조 원의 손실이 발생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이 같은 정부 정책의 여파로 한국전력이 올 상반기 기록한 영업손실 규모는 14조 3033억 원에 달한다. 한전의 시가총액(14조 1874억원·12일 종가 기준) 규모를 뛰어넘는다. 물론 한전이 대규모 영업손실을 기록한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연료 가격 급등이지만 석탄·천연가스와 같은 연료비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는 외생변수다.

반면 이전 정부가 무리한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지 않고 전기요금 현실화 등을 합리적 에너지 정책을 실시했다면 한전의 적자 요인을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었다.



결국 잘못된 에너지 정책에 따른 부담은 국민이 짊어지게 됐다. 우선 전기요금 급등이 예상된다. 정부는 전년도 연료비를 기준으로 전기요금의 기준 지표가 되는 기준연료비를 산출하는데 지금과 같은 연료비 구조하에서는 내년 1월 전기요금이 올해 대비 2배가량 껑충 뛸 것으로 전망된다. 올 상반기 한전의 연료비 및 전력 구입 비용은 33조 7252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6% 뛰었다.

한전에 정부 예산이 투입될 수도 있다. 한전의 최대주주는 산업은행(32.9%)과 기획재정부(18.2%)로 정부 지분이 과반을 차지한다. 정부는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8년에도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해 한전 측에 6680억 원을 지원한 바 있다. 당시 한전의 영업손실 규모는 올해 한전의 연간 기준 영업손실 추정치의 10분의 1에 불과한 2조 7980억 원이었다.

산업부 등은 대통령실이 앞장서 물가 안정에 ‘올인’하는 상황이라 전기요금 인상 카드를 꺼내기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이창양 산업부 장관은 최근 기자들과 만나 “민생이 워낙 어렵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률을 최소화해야 한다고 생각하며 기재부 등과 협의해 상황을 보면서 검토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부는 이 때문에 한전의 재무 개선을 우선적으로 요구한다. 한전은 정부 압박에 자산 및 일부 지분 매각, 투자 시기 조정, 비용 절감 등의 카드를 꺼내 들었지만 말 그대로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한전이 영업비용에서 감축 가능한 부분은 수선·유지비 등 전체 비용의 3.9%에 불과한 데다 투자 시기 조정 등은 자칫 송·배전망 구축 지연으로 정전 등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이전 정권의 정책 코드에 발맞춰 한전의 요금 인상을 억누른 정부가 현 정권에서 한전의 방만 경영을 지적하는 것은 ‘내로남불’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정부는 일단 법률 개정을 통해 한전의 사채 발행 한도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한국전력공사법 16조는 한전의 회사채 발행액 한도를 ‘자본금과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 이하’로 규정하고 있다. 올해 말께는 ‘빚으로 빚을 돌려 막는’ 경영 방식이 한계에 부딪힐 것으로 보인다. 다만 사채 발행 한도에 숨통이 트이더라도 한전의 재무제표 악화에 따른 신용등급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근본적 처방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전 측은 이와 관련해 “한전의 경영 혁신을 전제로 전기요금 정상화를 포함한 에너지 비용의 사회적 분담 방안 공론화가 필요하다”며 “전력 도매가격을 안정화해 민간 발전사의 과도한 이익을 규제하는 방안이 논의돼야 한다”고 밝혔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울경제 1q6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