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증시의 주요 지수가 월마트의 2분기 실적이 예상을 웃돈 것으로 나왔음에도 혼조세를 보였습니다. 다우존스산업평균지수가 0.71% 오른 것을 비롯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가 0.19% 올랐는데요. 반면 나스닥이 0.19% 내렸습니다. 이날 10년 만기 미 국채금리가 연 2.87% 가까이 오르면서 나스닥에 부담을 줬죠.
월마트(5.11%)와 홈디포(4.07%)의 선전에 유통업체들의 주가가 줄줄이 상승했는데요. 17일 실적을 내놓는 타깃(3.96%) 외에도 코스트코(1.33%), 메이시스(5.76%) 등도 주가가 뛰었습니다. 전날 나온 주택건설업자 심리지수에 이어 7월 주택 착공건수가 급감하고 신규주택 허가건수도 하락했지만 침체 공포보다는 경기둔화에 따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조절 기대감을 높인 측면도 있는데요.
실제 가능 여부와는 별개로 연착륙에 대한 월가의 희망도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시장 상황과 함께 미국 소비의 바로비터로 불리는 월마트의 실적을 들여다보고 양적긴축(QT)에 관한 생각 포인트도 추가로 전해드리겠습니다.
“월마트, 7월 말 전망치 내렸던 탓에 어닝 예상치 깨”…“유가하락에 다른 소비 반사이익 재고문제는 여전”
월마트는 미국 최대의 유통업체인데요. 실적 문제로 올 들어 5월과 7월, 두 차례에 걸쳐 시장에 큰 충격을 준 적이 있기 때문에 이날도 관심이 많았죠.
뚜껑을 열어보니 예상보다 좋았습니다. 조정기준 주당순이익(EPS)가 1.77달러로 시장 전망치(1.62달러)를 웃돌았고 매출도 1528억6000만 달러를 기록해 월가의 전망(1508억1000만 달러)보다 많았습니다. 동일점포 매출도 전년 대비 6.5% 증가했는데 전문가들이 생각했던 것(5.9%)보다 높았죠. 하반기 실적 전망도 유지했는데요.
예측보다 좋았던 실적에 이날 월마트 주식은 5.1% 올랐습니다. 하지만 생각해볼 부분이 있는데요. 지난 7월 말 월마트는 물가상승과 재고를 이유로 가이던스를 대폭 하향 조정했습니다. 2분기 영업이익은 -13~-14%, 1년으로는 -11~13%가 될 것이라고 했고, 조정 EPS는 2분기에 -8~-9%, 연간으로는 -11~-13%를 점쳤는데요.
이렇게 한 번 월마트의 실적 전망치가 조정받았습니다. EPS만 놓고 보면 지난 5월17일 1분기 실적 발표 때 2분기 EPS가 살짝 상승할 것이라고 했는데, 7월25일 수정안을 내놓으면서 -8~-9%로 바뀌었죠. 그랬던 게 이번에 1.77달러로 전년 대비 -0.6% 수준까지 올라온 겁니다. 한 바퀴 돌아서 제자리에 왔다고 할까요.
미국 소비가 생각보다는 견고하다는 생각을 갖게 할 수는 있지만 그렇다고 “확 좋다” 이 정도까지는 아닌 셈이죠. 월마트만 놓고 보면 7월에 예방주사를 맞았다고 볼 수도 있구요. 순수하게 어닝을 뛰어넘은 것과는 분명 차이가 있습니다. 월마트 실적이 증시 전체로는 영향이 제한적이었던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이는데요.
지속적인 유가 하락이 다른 소비를 늘려주는 경향이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합니다. 꼭 월마트에만 해당하지는 않을 것이기 때문이죠. 새학기 시즌 매출이 나쁘지 않다는 점도요. 존 데이비드 레이니 월마트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소비자들은 여전히 비교적 건강하다. 우리 생각보다 조금 더 강하게 2분기를 끝낼 수 있었는데 이는 휘발유 가격하락과 관련이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며 “신학기 쇼핑시즌이 강하지는 않지만 몇 가지 신호에서 긍정적인 측면을 볼 수 있다”고 전했습니다.
미국은 9월에 새 학기를 시작하기 때문에 8월에는 준비물을 삽니다. 새 학기 전후를 잘 보내면 10월의 할로윈, 11월에 추수감사절과 블랙프라이데이, 12월 크리스마스로 이어지는 쇼핑 시즌이 열리는데요.
다만, 재고 문제는 계속되고 있습니다. 2분기 재고는 전년보다 25.5% 증가한 599억 달러로 전분기의 31%, 612억 달러보다 숫자가 좋아졌지만 아직 갈 길이 많다는 점을 보여주는데요. 월마트 측도 3분기에 이어 4분기에도 재고 문제가 이어지겠지만 신년에는 나아질 것이라는 입장입니다. 실제로 그렇게 될지는 봐야겠지만요.
이날 5% 넘게 오른 홈디포도 약간 상반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매출이 3.8% 증가했고 거래당 지출금액도 11.4% 급등했지만 거래 건수 자체는 8.2%나 줄었는데요. 소비가 계속 이뤄지고 있긴 하지만 인플레이션 탓에 금액은 커졌고 일부 고객들은 매장에 오지 않았다(소비감소)고 볼 여지가 있습니다. 개장 전 거래에서 홈디포 주가가 하락하기도 했죠.
월마트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오는데요. 고기 대신 참치캔이나 상대적으로 싼 닭, 콩 등을 사거나 돈을 아끼기 위해 더 작은 팩을 구입한다는 거죠. 소비의 질과 양이 함께 나빠지고 있다는 겁니다.
시겔 “6월16일이 바닥. 지금 중립금리 이상 더 올리면 침체”…“모든 걸 긍정적으로 해석. 과도한 낙관론에 랠리 쫒지 마라” 반론도
월마트의 실적이 나빴다면 시장이 크게 흔들렸을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낙관론이 이어지고 있지요.
월가의 강세론자인 제레미 시겔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교수는 이날 미 경제 방송 CNBC에 “6월이 시장의 바닥이었다. 나는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소프트랜딩(연착륙)이 가능할 것이라고 보고 있으며 점점 더 그것에 긍정적”이라며 “하반기는 상당히 좋을 것”이라고 했는데요.
그는 또 “지금은 중립금리 이상이다. 여기서 더 기준금리를 올리면 경기침체가 찾아올 것”이라며 “민감한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연준은 더 공격적으로 가면 안 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8월 펀드매니저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투자자들이 여전히 약세이기는 하지만 종말론 수준의 약세는 더 이상 아니”라며 “포트폴리오에서 투자되지 않은 현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7월 6.1%에서 이달에는 5.7%로 떨어졌다”고 밝혔는데요. 응답자의 88%는 인플레이션이 완화하고 있다고 답했다고 하죠.
한 발 더 나가 최근의 증시 상승세에 ‘패닉 바잉(panic buying)’ 요소가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많은 투자자들이 4~7월에 현금을 많이 갖고 있었으며 상승장에서 현금은 쓸모가 없다는 것이죠. 나만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FOMO(Fear of Missing Out)’ 심리가 크다는 얘기입니다. 크리스 머피 수스케한나 파생전략 공동 헤드는 “시장은 상승하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이 주식을 쫓게 될 것”이라고 봤는데요.
실제 낙관론자들은 모든 것을 좋게 보고 있습니다.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7월 주택 착공건수가 전월보다 9.6% 급감한 145만 건(연환산 기준)으로 나왔는데요. 지난해 2월 이후 최저치로 시장 예상치(153만 건)도 밑돌았습니다. 향후 주택시장 흐름을 가늠해볼 수 있는 신규주택 허가 건수도 전달보다 1.3% 줄어든 167만 건에 그쳤는데요.
강세론자 입장에서는 경기침체 가능성은 낮고 연착륙을 보고 있기 때문에 주택시장이나 중국 경기둔화는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인상 속도를 늦춰줄 요인이 됩니다. 특히 주택가격 하락은 CPI에 도움이 될 거라고 보는 건데요. 존 핸콕 에밀리 롤랜드의 공동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매파적 발언을 이어가는 연준 관계자들의 말을 ‘블러핑(bluffing·허풍)’으로 치부하면서 “연말 전까지는 (인플레와의 싸움에) 전력을 다하겠지만 내년에 연준은 금리를 내릴 것”이라고 설명했는데요.
하지만 ‘3분 월스트리트’에서 계속 전해드리듯 높은 인플레이션이 해결된 게 아닙니다. EY 파르테논의 그레그 다코가 “높은 근원 물가는 계속해서 지속할 것”이라고 한 것처럼 근원 물가, 즉 렌트비와 임금 문제가 지속하고 있고 원자재도 상방 위험이 남아있죠. 유럽과 미국의 천연가스 가격이 들썩이고 있기도 한데요. UBS 글로벌 웰스 매니지먼트의 마크 해펠레 CIO는 “우리는 고객들에게 이 랠리를 쫓지 말라고 경고할 것”이라며 “앞으로 시장 변동성이 다시 나타날 것이며 탄력적인 포트폴리오를 권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패닉 바잉은 어느 시점에서 경제 데이터가 뒷받침되지 않으면 갑작스럽게 중단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인플레가 일시적이었다”는 주장이 재등장하고 베드앤배스가 이날 장중 78% 넘게 폭등(최종 29.06% 상승마감) 한 것도 시장 흐름이 과도한 게 아닐까 하는 느낌을 들게 하는데요.
베드앤배스는 게임스톱의 회장 라이언 코헨의 벤처캐피털이 주당 60~80달러 수준에서 행사할 수 있는 콜옵션 160만 주 이상을 매입했다는 소식이 계기가 됐는데 이후 주가 급등에 숏스퀴즈가 발생하면서 더 올랐는데요. B. 라일리는 “비현실적인 가격”이라며 매도를 권했죠. 공매도 비중이 높은 밀키트 블루 에이프론도 이날 16% 넘게 폭등했습니다.
“시장, 들어올 돈 더 많은 것처럼 행동”…“9월 주식시장 변동성 고려해야”
실제 밈주식을 보면 여전히 증시로 들어올 돈이 더 많고 개인투자자에 이어 일부 기관들도 상황을 유심히 보고 있을 거라는 추정이 가능한데요. 마이크 산토리 CNBC 선임 시장 해설가는 “시장은 사이드라인에 대기하고 있는 돈들이 여전히 많은 것처럼 행동한다”며 “전문가들의 경우 시장이 혼자 앞서간다는 우려를 많이 하지만 이는 나는 최근의 증시 상승세에 충분히 참여하지 않았다는 또다른 표현이기도 하다”고 해석했습니다. 아직 시중에 돈이 많다는 뜻이죠.
유동성과 관련해서는 양적긴축(QT)이 계속 궁금증인데, 연준은 6월부터 8월까지는 미 국채와 주택유동화증권(MBS) 총 475억 달러를 축소하고 9월부터는 이를 950억 달러 수준으로 확대하기로 했죠. 하지만 여전히 장기국채 금리는 상대적으로 낮은데요. 6월에는 경기침체 우려가 컸었고 여기에 재무부의 국채발행 규모가 줄면서 금리에 추가적인 부담을 주지 않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어제 BofA가 2023년까지 QT로 S&P500이 지금 수준에서 7%가량 하락할 수 있다고 했는데 그것과는 별도로 국채금리에는 아직 큰 영향을 주지 않고 있다는 말이지요. 지난해 미 재무부는 5년 만에 국채발행 규모를 줄이겠다는 뜻을 밝혔고 이달 초에도 입찰규모를 계속 축소할 것이라고 밝혔죠. CNBC의 베테랑 기자 스티브 리스만은 “스마트한 투자자들은 (QT와 관련해) 순국채 발행금액을 본다”고 전했습니다.
어쨌든 시장 변동성이 앞으로 커질 수 있다는 의견이 여전한데요. 네드 데이비스 리서치의 에드 클리솔드 수석 미국 전략가는 “보통 주식의 90%가 50일 이동평균을 웃돌면 시장은 1.8개월(중앙값) 동안 황소 사이클이었다. S&P500의 경우 그 수가 90% 이상이며 6월 중순 이후로 보면 2달”이라며 “기술적 분석은 펀더멘털이나 거시지표보다 상황을 먼저 알려주긴 하지만 나는 지금의 긴축과 실적 둔화에 대한 우려를 낮게 보지 않는다. 이것들이 진짜 걱정거리”라고 했습니다.
오펜하이머의 기술 분석가 아리 왈드는 “200일 이동평균이 불(bull)과 베어(bear) 마켓을 구분하는 대중적이며 일반적인 방법이다. 나는 불 마켓인지 알기 위해 개별 주식단의 200일 이동 평균을 보고 있으며 종목의 70%가 200일 이동평균을 넘을 때까지 최종신호는 나오지 않는다”며 “NYSE 기준으로는 38% 수준”이라고 전했는데요.
그는 증시가 9월부터 4분기 랠리가 시작되기 전인 10월 초까지 하락할 수 있다고 봅니다. 스트레테가스의 토드 손은 S&P500이 9월에 4000까지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는데요. 이날 종가 기준으로 약 7% 하락하는 겁니다.
꼭 기술적 분석이 아니더라도 17일(현지 시간)에는 시장에 영향을 줄 수 있는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이 나옵니다. 의사록은 FOMC 기자회견 이상의 새로운 내용이 안 나올 때도 많긴 한데 연준의 속내에 대한 생각이 분분한 상황이기 때문에 어떤 힌트라도 얻을 수 있을지가 중요하겠습니다. 미셸 보우만 연준 이사의 발언도 도움이 될 수 있는데요. 오늘 월마트 덕에 4% 가까이 오른 타깃이 그만한 가치가 있었는지도 내일 판가름납니다. 17일 나올 7월 소매판매 지표도 소비에 관한 전체 그림을 볼 수 있는 자료니 놓치면 안 되는데요. FOMC 의사록에 대한 정확하고 깊이있는 분석은 꼭 ‘3분 월스트리트’에서 찾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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