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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가방 하나만으로 페트병 16개가 재활용됩니다"[지구용]

폐페트병 재활용해 만드는 플리츠마마 니트백

왕종미 대표 "폐어구, 헌옷 재활용도 연구 중"

사진제공=플리츠마마, 일러스트=박희민 디자이너




위 사진의 가방, 많은 용사님들이 이미 갖고 있거나 브랜드 이름을 알고는 계실 거예요. ‘플리츠마마’의 니트백(온라인 스토어 둘러보기)인데요. 폐페트병을 재활용해 만든 제품이에요. 지구용 에디터들은 사실 요런 폐플라스틱 재활용, 업사이클링에 살짝 회의가 느껴지던 참이었어요. 몇 년 전에는 신선한 아이디어였지만 플라스틱의 수명을 몇 년 늘릴뿐 결국에는 버리게 될 가능성이 매우매우 높으니까요. 그럼 결국 플라스틱 쓰레기가 늘어난다는 문제점은 여전한 거죠. 다행히 왕종미 플리츠마마 대표님도 똑같은 고민을 하고 계셨고, 지구용의 질문을 오히려 환영(?)해 주셔서 궁금증을 풀 수 있었어요.

◆플리츠마마는 어떤 브랜드?


혹시나 잘 모르는 용사님들을 위해 소개하자면 플리츠마마는 2018년부터 폐페트병에서 뽑아낸 원사(실)로 니트 플리츠백을 생산해온 브랜드예요. 특히 국내에서 모은 폐페트병을 업사이클링해서 더 의미가 있고요(수입산이라면 운송 과정에서 탄소배출 뿜뿜..). 숄더백 하나당 500ml 페트병 16개 분량을 쓰니까 플리츠마마가 지금껏 재활용한 페트병은 약 500만개. 페트병에서 뽑아낸 원사 길이로 따지면 약 560만km, 지구에서 달까지 15번 왕복할 수 있는 거리에요.

요즘엔 맨투맨과 조거팬츠, 담요, 파우치, 머플러 등으로 라인업이 확 늘었어요. 포장재는 긴 종이가방이 전부고 인쇄 잉크마저도 최소화. 그리고 소비자 과실 여부를 따지지 않는 무상 수선 서비스가 대박적. (왕 대표님 : “살짝 올이 풀린 제품도 수선 가능하고, ‘평생’ ‘무상’이에요.” 배송비만 내면 OK!)

헌옷까지 야무지게 재활용하기


플리츠마마의 왕종미 대표님. /사진제공=플리츠마마


우선 지구용사님들이 제일 중요하게 따지는 문제, 폐페트병 재활용의 효과에 대해 여쭤봤어요. 폐페트병을 그대로 버리는 것보단 재활용하는 게 당연히 낫지만 어떻게 재활용하느냐에 따라 한계가 있거든요. 예를 들어 폐페트병을 다시 페트병으로 만들면(=보틀 투 보틀) 여러 번 재활용이 가능한데(=플라스틱의 순환), 플리츠마마처럼 가방이나 옷으로 만들면 다시 플라스틱을 뽑아내 쓰기 힘들어요('보틀 투 보틀'에 관한 지난 레터 다시 읽기).

그리고 요즘은 폐페트병 재활용이 트렌드처럼 되면서 우리나라 폐페트병 재활용률이 이미 90%에 도달했다고도 하고요. 굳이 폐페트병에 관심을 가질 이유가 줄고 있는 거죠.

왕 대표님도 “안 그래도 요즘 플리츠마마가 제일 심각하게 고민하는 부분”이라면서 이런 말씀을 해 주시더라고요. “친환경 트렌드가 부상하면서 대표적인 리사이클링 소재인 폐페트병 가격도 올랐고 페트병을 ‘보틀 투 보틀’ 재활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어요. 그래서 플리츠마마도 재활용의 영역을 확장하려고 고심 중이고요.”

‘들어줘요 지구용’에서 비건 브리프백을 애타게 찾으셨던 용사님, 요 제품 추천드려볼게요! 리젠오션으로 만든 브리프백. /사진제공=플리츠마마


고민의 결과물이 바로 지난해 봄 출시된 ‘리젠오션’이에요. 리젠오션은 우리나라 바다에서 어업을 하는 선박들에서 나온 폐페트병을 모아 만든 원사예요. 그냥 바다에 버려지는 경우도 많았는데, 플리츠마마와 효성티앤씨·여수광양항만공사가 손잡고 항만의 입출항 선박에서 나오는 투명 페트병을 모아다가 제품으로 재탄생시키는 거예요. 왕 대표님은 “리젠오션을 시작으로 폐어구(버려진 어망 등) 재활용으로 만든 나일론을 중점적으로 연구하고 있다”고 설명해주셨어요. 전체 해양쓰레기의 50%가량을 차지하는, 넷플릭스 다큐 ‘씨스피라시’에 등장하는 그 폐어구 말이에요.

버려지는 옷에서 실을 뽑아내 가방을 만들기도 했어요. 플리츠마마가 지난해 겨울 출시한 ‘새들백’이 헌 옷, 버려진 옷으로 만들어진 대표 제품.

안 그래도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 쌓인 헌옷 쓰레기(특: 썩는 데 200년 걸림) 사진 보고 충격받은 용사님들 많을텐데, 좀 안심이 되시나요?

칠레 아타카마 사막에는 중국이나 방글라데시 등의 공장에서 만들어진 뒤 유럽과 아시아, 미국 시장을 거쳐 버려진 헌 옷이 매년 수만 톤씩 버려져요. 아무 데도 팔지 못해서 결국 버려진 이 옷들은 화학약품 처리가 된 합성섬유가 대부분이라 매립할 수도 없대요. /AFP연합뉴스


◆폐의류 재활용이 어려운 이유


플라스틱 재활용은 ‘물리적 재활용’과 ‘화학적 재활용’으로 구분돼요. 물리적 재활용은 플라스틱을 세척해서 분쇄한 다음에 녹여서 칩으로, 원사(실)로 가공해 다시 제품으로 만드는 방법. 전체 플라스틱의 90% 이상이 이 방법으로 재활용되는데 여러 플라스틱 소재가 섞인 물건(복합 플라스틱, 폐의류 등)은 현재로서는 물리적 재활용이 불가능.

화학적 재활용은 열분해와 화학반응을 거쳐 플라스틱의 고분자구조를 분해(어렵...)하는 방식이라 물리적 재활용보다 훨씬 어려워요. 폐의류 등의 복합 성분 플라스틱에서도 원료를 뽑아낼 수 있어서 플리츠마마가 효성티앤씨와 손잡고 연구중.

탄소도 미세플라스틱도 줄이고 있다구요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은 계속돼요. “자투리 원단이 남지 않도록 니트 뜨개질 방식을 썼고, 선주문을 받아서 예상 재고를 최소화하고, 국내 공장에서만 생산해 이동 거리(=에너지 소모&탄소 배출)도 최대한 줄였다”는 왕 대표님의 설명. 또 150데니어의 재활용 폴리에스터 원사를 주로 써서 미세 플라스틱 발생도 줄였대요.

◆충격! 옷·가방에서도 미세플라스틱이 나온다고?


아크릴, 폴리에스터, 나일론 등 ‘합성섬유 방적사’나 면&아크릴, 울&아크릴 등 2가지 이상의 성분을 혼합해 방적한 ‘혼방사’는 실을 구성하는 섬유의 길이가 짧다 보니 착용 또는 세탁할 때 섬유가 빠져나와 미세 플라스틱이 발생하기 쉽대요. 그나마 섬유의 길이가 긴 필라멘트사(실크 등 천연섬유)가 미세 플라스틱 발생이 적은데, 50데니어 이하의 가느다란 굵기는 미세한 조각(플라스틱)이 떨어져 나가기 쉽다고. 이런 미세 플라스틱이 세탁기에서 바다로 흘러가는 걸 막아주는 특수 필터가 있는데, 유럽 일부 국가에선 요 필터를 세탁기 제조사가 의무 장착하도록 했고 우리나라도 논의중(관련기사).


그럼 이제 걱정 끝? 아니에요. 환경 문제는 정말 복잡해서 깔끔한 정답을 찾기가 힘들거든요. 예를 들어 미세플라스틱을 뿜는 합성섬유 대신 천연섬유만 쓰면 될 것 같지만, 천연섬유도 많은 농업용수가 필요하고 가공 과정에서 오염을 일으켜요. “‘A는 나쁘고 B만이 답’이라는 단편적 접근으론 환경 문제의 근본적 해결이 어려워서, 다방면으로 고민하면서 최선의 대안을 찾고 있다”는 대표님의 말씀에서 깊은 시름(...)이 느껴졌어요.

미니보우백. /사진제공=플리츠마마


지구용 에디터들이 나름 날카로운 질문을 던졌는데, 대표님은 침착하게 잘 막아내시더라고요(왠지 아쉽...?). 물론 오늘날의 플리츠마마가 있기까지 과정이 순탄했던 것만은 아니에요. 니트백 생산 초기에는 해외의 폐페트병을 수입해서 만드셨다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한 소비자가 “우리가 마시고 버린 페트병으로 만든 제품인가요?”라고 질문하셨고, 아차 싶으셨다고. 그래서 그 이후로는 열심히 국내 폐페트병 재활용 프로젝트에도 참여하셔서 현재는 모든 제품에 100% 국내 발생 폐기물만 재활용하고 있으시대요. 각 지역에서 모은 폐페트병으로 만든 ‘러브 부산(부산의 시크함을 표현)’, ‘러브제주(제주산 삼다수 폐페트병으로 제작)’, ‘깨끗하여수(여수의 파도를 그라데이션 디자인으로 표현)’ 같은 시리즈도 있어요.

여기서 다시 한 번 강조할게요. ‘안 사는 게 제일’이란 사실은 변함이 없어요. 가진 물건을 오래 쓰고, 때로는 중고 물품을 사서 써도 되고요. 하지만 정말 꼭 새 가방이 필요할 땐 요런 진정성 넘치는 브랜드를 떠올리길 바랄게요.

◆리사이클링·업사이클링 제품이 비쌀 수밖에 없는 이유


공장에서 새로 만드는 폴리에스터는 참 저렴해요. 하지만 굳이 폐페트병을 모으고 녹여서 다시 폴리에스터로 만든다...? 공정이 추가되니까 당연히 비싸져요. 플리츠마마가 쓰는 리사이클링 섬유 ‘리젠’은 일반 폴리에스터보다 1.5배 비싸다고. 해외가 아니라 국내 공장에서 만드니까 더 비싸고요.

플라스틱에 불순물이 조금만 묻어 있어도 안 되니까 기계로, 사람 손으로 여러 번 세척하고 걸러내야 해요. 그래서 왕 대표님은 “일단은 깨끗하게 분리배출해야 업사이클링 비용도 아낄 수 있다”고 하셨어요. 깨끗하게 분리배출해서 공정을 하나라도 줄이면 원가 절감이 가능하니까요.

그리고 더 많은 용사님들이 친환경 제품을 찾는다면 원가 절감이 가능해지죠. 수요가 많으면 더 많은 기업들이 더 많은 친환경 제품을 생산해서 생산 원가가 저렴해져요. 그러면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제품들을 소비하는 경우도 줄어들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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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환경을 생각하는 뉴스레터 ‘지구용’에 게재돼 있습니다. 쉽지만 확실한 변화를 만드는 지구 사랑법을 전해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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