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공사채권(한전채)을 포함한 국내 회사채 금리가 또다시 연고점을 돌파했다. 6월 급등 이후 진정세를 보이던 시장금리가 미국 잭슨홀미팅에서 확인된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강경한 긴축 의지에 재환산되고 있는 한미 기준금리 인상 우려를 반영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29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한전채 3년물 금리는 전 거래일보다 14.1bp(1bp=0.01%포인트) 급등한 연 4.559%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2010년 3월 15일(연 4.57%) 이후 약 12년 5개월 만의 최고치다. 해당 금리는 인플레이션 우려가 고조됐던 6월 올 들어 처음으로 연 4% 선을 넘어섰다가 진정세를 보이며 연 3%대로 내려섰지만 최근 다시 급등하며 이날 연고점을 새로 썼다. 이날 회사채 금리 역시 연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AA- 회사채 3년물은 전일 대비 12.2bp 오른 연 4.621%에, BBB- 3년물은 12.6bp 뛴 연 10.482%에 마감했다. 이들 역시 2011년 이후 11년 만의 최고치다.
이날 만기별 국고채 금리 역시 모두 급등 마감했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전일 대비 12.8bp 상승한 연 3.653%로 6월 21일(3.663%) 이후 처음으로 3.6%대로 거래를 마쳤다. 5년물과 10년물 역시 각각 14.6bp, 9.9bp 오른 연 3.761%, 연 3.715%로 6월 세웠던 연고점에 바짝 다가섰다.
지난주 잭슨홀미팅에서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매파적 기조를 다시 한번 드러내면서 금리 인상 우려가 재확산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미팅에 참석했던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 역시 시장금리 급등세에 기름을 부었다. 이 총재는 “한은의 통화정책은 정부로부터는 어느 정도 독립했지만 연준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며 “연준에 앞서 금리를 올리기 시작했지만 먼저 금리 인상을 멈추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증권가에서는 연준의 최종 정책 금리가 4%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교보증권은 미국 목표 금리의 최종 전망을 기존 3.50% 수준에서 4.00%로 수정했고 신영증권 역시 연 4%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향후 인플레이션 둔화 조짐이 뚜렷해질 경우 금리 인상 폭이 조정될 가능성 역시 제기됐다. 백윤민 교보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레벨 자체는 높지만 7월 소비자물가지수(CPI)에 이어 7월 개인소비지출(PCE) 가격지수 역시 전월 대비 둔화된 모습”이라며 “인플레이션 지표가 추가적으로 둔화되는 부분이 확인되면 연준 입장에서도 굳이 75bp씩의 금리 인상을 고집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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