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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착륙 포기하고…연준 '그로스 리세션'으로 방향 틀었나

■'고통의 시간' 접어드는 美

메스터 연은총재 "성장 더디더라도

인플레 대응에 추가 금리인상 필요"

실업률 상승 등 '고통 감내' 내비쳐

월가선 올 GDP 전망치 속속 하향

'침체 신호' 국채수익률 격차도 확대

제롬 파월(오른쪽부터) 연준 의장과 레이얼 브레이너드 연준 부의장, 존 윌리엄스 뉴욕연은 총재가 지난달 26일(현지 시간) 미국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준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에 참석해 함께 산책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경제에 충격 없이 물가를 안정시키는 이른바 ‘연착륙(soft landing)’을 포기하고 ‘그로스 리세션(growth recession)’으로 목표를 변경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로스 리세션은 마이너스성장이 이어지는 경기 침체에는 빠지지 않으면서도 잠재성장률보다 낮은 저성장이 이어지는 국면을 말한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준비은행 총재는 8월 31일(현지 시간) 오하이오주 데이턴 지역상공회의소 행사에서 “연준은 인플레이션을 통제하기 위해 더 많은 일을 해야 한다”며 “이는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수반할 것이고, 그 결과 경제성장은 추세 아래로 내려가고 고용 성장이 더뎌지며 실업률이 높아지는 형태로 전환될 것”이라고 예고했다. 경제가 침체까지는 아니지만 위축되는 그로스 리세션에 진입할 것이라는 예고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26일 와이오밍주 잭슨홀에서 열린 연례 경제정책 심포지엄(잭슨홀미팅)에서 “연준이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계속하는 과정에서 미국 경제가 고통을 겪을 수 있다”고 경고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다이앤 스웡크 KPMG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잭슨홀에서의) 파월 의장의 발언은 연준이 소프트 랜딩에 대한 희망을 버리고 그로스 리세션이 필요하다는 점을 깨달았다는 의미”라고 해석했다.



미국 의회예산국(CBO)이 7월에 내놓은 장기 경제 전망에 따르면 올해와 내년 미국의 잠재성장률은 각각 1.9%다. 잠재성장률은 경제 체력으로 가능한 성장률을 뜻한다. 미국 경제의 성장 속도가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그로스 리세션에 진입한다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1% 초반대에 그치게 된다는 의미다. 마이너스성장은 아니지만 고용과 소비 등 경제가 사실상 정체되는 수준이다. 스웡크 이코노미스트는 그로스 리세션에 대해 “갑작스러운 경기 침체보다는 덜 충격적이고 덜 아프지만 물방울이 한곳에 계속 떨어지는 고통”이라고 표현했다.

최근 월가에서 나오는 미국 GDP 성장률 전망치도 그로스 리세션 수준으로 낮아지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해 미국 GDP가 1.6% 성장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으며 코메리카뱅크와 콘퍼런스보드가 지난달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각각 1.5%, 1.3%에 그쳤다. 컨설팅 업체 EY파르테논은 올해 1.4%에 이어 내년에는 성장률이 0.4%에 그칠 것으로 봤다.

그로스 리세션 역시 연준의 희망에 불과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빌 애덤스 코메리카뱅크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유럽의 에너지 위기와 이상기후가 이어지는 와중에 연준이 물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침체 규모는 (연준의 예상보다) 더 클 수도 있다”며 “연준은 그로스 리세션을 원하겠지만 파월 의장은 명백한 경기 침체도 준비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실제 경기 침체 신호 중 하나인 미국 10년물과 2년물 국채 수익률 역전 현상이 7월 이후 2개월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이날 연준의 금리 인상 가속화 우려로 2년물 수익률이 3.51%로 2007년 11월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수익률 격차는 일주일 전 0.25%포인트에서 0.358%포인트로 더욱 커졌다. 침체 신호로 여겨지는 콘퍼런스보드 경기선행지수는 7월 -0.4%를 비롯해 5개월 연속 감소했다. 이르면 연말께 경기 침체 위험이 있다는 의미다.



각 지역 연은 총재들이 제시하는 기준금리 목표가 점점 올라가는 점도 부담이다. 메스터 총재는 이날 “내년 초까지 4%보다 높은 수준으로 기준금리를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제임스 불러드 세인트루이스연은 총재가 제시한 4%보다 더 높은 수준의 목표 금리다.

고용시장은 변수다. 임금 상승을 부추기는 구인난은 연준 입장에서 금리 인상을 더욱 가속화해야 하는 불안 요인이다. 전날 발표된 7월 구인이직보고서에 따르면 일자리 수는 1124만 건으로 현재 실업자 수인 570만 명보다 2배가량 많다. 월급을 올려줘야 사람을 뽑을 수 있다는 얘기다. 다만 이날 다우존스와 오토매틱데이터프로세싱(ADP)연구소가 내놓은 전미 고용보고서에서 8월 민간 부문 고용 증가가 13만 2000명으로 전월(26만 8000명)의 절반으로 줄어든 점은 인플레이션과의 싸움에서 긍정적인 신호다.

뉴욕 증시는 4거래일 연속 하락하며 파월 의장이 잭슨홀 발언에서 의도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다우지수는 8월 한 달간 4.1%,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지수와 나스닥지수는 각각 4.2%, 4.6% 내렸다. 증시가 하락하면 유동성이 줄어 연준의 바람처럼 수요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된다.

마크 잔디 무디스애널리틱스 최고경제학자는 “반드시 침체에 빠지지는 않을 수 있지만 무언가가 경로를 이탈한다면 침체로 갈 수 있다”며 “지금 경제는 모서리 끝에 서 있는 것처럼 매우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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