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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수입제품 우회덤핑 막는 방안 서둘러야

조영진 이화여대 국제학과 교수

수입국서 조립·단순 가공 등 통해

수출업자들 반덤핑관세 부과 회피

美·EU 등 33개국 방지규정 명문화

국내는 제도미비 피해 구제 어려워





한국 기업들의 상황이 걱정스러운 수준이다. 1980년대 초 우리나라 경제 발전의 걸림돌로 여겨졌던 3고(고유가·고물가·고환율)가 40년이 지난 지금 과거보다 더 심각하게 우리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국가별 산업과 일자리 보호를 위한 보호무역주의와 일방적인 무역 조치까지 확산하고 있으며 미중 간 전략적 경쟁과 코로나19의 전 세계적인 확산으로 기존의 공급망이 교란되고 붕괴되고 있다. 외부 요인으로부터 자국 산업을 보호하기 위한 노력은 오래전부터 있었다. 캐나다와 미국이 20세기 초에 국내 산업을 불공정한 무역으로부터 보호하기 위한 무역구제제도를 도입한 이래 지금은 대부분의 국가에서 무역구제제도를 법제화하고 있다.

반덤핑관세제도·상계관세제도·세이프가드제도를 아우르는 무역구제제도는 외국 기업의 불공정한 무역 행위로 인한 왜곡을 시정함으로써 시장에서의 공정한 경쟁을 담보하기 위한 제도다. 그래서 무역규제(規制)제도가 아니라 무역구제(救濟)제도라 한다.

외국 기업이 수출국의 국내 가격보다 낮은 가격으로 수출하는 덤핑 행위가 공정하지 않다고 보고 반덤핑관세를 부과해 그 가격 차이를 상쇄하는 것이 반덤핑제도다.



외국 기업의 덤핑 행위로 피해를 본 국내 기업은 오랜 시간 많은 비용을 투입해 데이터를 축적하며 산업 피해를 입증할 근거를 마련해 정부에 무역구제를 신청하고 조사를 통해 피해가 인정되면 정부는 덤핑한 수입 물품에 반덤핑관세를 부과한다.

그런데 힘든 과정을 거쳐 관세가 부과돼도 우리 기업은 종종 새로운 복병을 맞닥뜨리게 된다. 일부 외국 생산자나 수출자들은 반덤핑관세가 부과된 물품의 선적이나 생산 방법을 바꾸거나, 물품 자체를 사소하게 바꿔 반덤핑관세를 회피하는데 이러한 행위를 ‘우회 덤핑’이라고 한다. 완성품 대신 부품을 수입국으로 수출해 수입국에서 조립·판매하거나 제3국에서 부품을 조립해 수출하는 방법, 단순한 가공을 통해 물품의 두께나 크기, 일부 재료 등을 바꾸는 방법, 대형 포장 물품을 소형으로 재포장해 판매하는 방법, 제3국을 통한 우회 운송 등이 이에 해당한다. 2013년에 우리나라 정부가 중국산 활엽수 합판에 2.42~27.21%의 반덤핑관세를 부과하자 해외 수출자는 활엽수 합판의 외피만 침엽수로 바꾼 다음 제품을 침엽수 합판으로 둔갑시켜 우리나라에 수출했다.

반덤핑관세를 회피하기 위한 우회 덤핑 행위가 분명한데 우리나라 법령에는 이러한 행위를 막는 규정이 없었기 때문에 이를 즉각적으로 막거나 관세를 부과할 근거가 없었다. 결국 국내 생산자들은 침엽수 합판에 대해 다시 새로운 반덤핑 조사를 신청했고 2016년에서야 반덤핑관세가 부과됐다. 우리나라에는 아직도 우회 덤핑 방지 규정이 없어 우리 기업의 피해를 신속하게 구제하기 어려운 반면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오래전부터 우회 덤핑 방지 규정을 명문화했고 인도·호주·캐나다·태국·베트남 등도 이미 우회덤핑방지제도를 도입해 현재 33개국이 우회덤핑방지제도를 운영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우회 덤핑 방지 규정을 도입할 경우 오남용될 가능성과 해외 투자가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조심스러운 목소리도 분명히 존재한다. 하지만 우회덤핑방지제도의 도입을 넘어 이를 재정비해 정교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임을 감안했을 때 우리나라도 더 늦기 전에 우회덤핑방지제도를 도입해 무역구제제도의 실효성을 확보하고 국내 산업의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

기업들이 제조업에서 경쟁력을 가지고 발전할 때 좋은 일자리도 창출돼 우리 경제와 젊은이들의 미래가 탄탄해질 것이라 믿으며 무역구제제도가 정말로 기업을 구제할 수 있는 제도로 거듭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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