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2년 태풍 ‘루사’ 사망 209명·실종 37명, 2003년 ‘매미’ 사망 119명·실종 12명, 2004년 ‘메기’ 7명 사망, 2016년 차바 6명 사망.
초강력 태풍 ‘힌남노’ 가 한반도를 향해 북상한 4일 기상청은 하루종일 긴장감으로 가득했다. 6일 새벽 한반도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되는 힌남노가 루사·매미를 넘어서는 역대급 초강력 태풍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다. 기상청은 일본 오키나와 해상에서 일시적으로 약해진 것으로 보였던 힌남노가 다시 세력을 불릴 것으로 예보했다.
행정안전부는 이날 오후 4시 30분을 기해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1단계에서 바로 3단계로 즉시 격상하고 위기경보 수준은 '주의'에서 '심각'으로 상향했다. 최근 5년간 16건의 태풍 중 1단계에서 3단계로 즉시 상향한 사례는 이번이 처음이라고 행안부는 설명했다. 행안부는 태풍으로 인한 인명피해 예방을 위해 6일 오전 출근 시간 조정을 적극적으로 권고하는 한편 각급 학교는 학교장의 판단아래 적극적인 휴교 또는 원격수업을 시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기상청에 따르면 힌남노는 5일 오후 3시 제주 서귀포시 남남서쪽 340㎞ 해상까지 이동할 것으로 예보됐다. 이후 6일 오전 3시께 서귀포시 동북동쪽 50㎞ 해상에 도달한 뒤 아침에 경상남도 통영·고성 부근에 상륙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강도는 서귀포시 동북동쪽 50㎞ 해상에서 중심기압과 최대풍속이 각각 945hPa과 45㎧로 ‘매우 강’일 것으로 예상된다. 태풍 강도는 ‘중-강-매우 강-초강력’ 4단계로 나뉜다. 전망대로라면 가장 강한 세력으로 국내에 상륙한 태풍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광연 기상청 예보분석관은 “한반도 지면과의 마찰 말고는 태풍에너지를 약화시킬 방해 요소가 없다”고 설명했다. 서쪽으로는 태풍이 중국 쪽으로 빠지지 않도록 티베트고기압이 벽을 세우고 북동쪽으로는 북태평양고기압이 세를 축소하면서 힌남노는 해상에서 한반도로 직행하게 됐다. 남쪽으로는 인도양과 남중국해의 수중기가 태풍에너지를 공급하고 있다. 설상가상으로 힌남노가 지나갈 경로의 바다 열에너지는 ‘태풍이 발달하기 충분한 수준’보다 20% 많은 상황이다.
기상청은 힌남노가 북위 30도에서 동쪽으로 얼마나 전향하느냐에 따라 경로에 200㎞ 정도 변동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최선의 시나리오는 부산·울산 등 동남쪽 해안을 스치듯이 한반도를 지나가는 것이고 최악의 경우는 서쪽으로 당겨져 한반도 중간을 완전히 관통하는 것이다. 힌남노는 5일 오전 북위 30도를 넘어서겠는데 기상청은 이때 시나리오가 좁혀질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최선의 시나리오대로 동남쪽 해안을 스쳐가도 중부지방에는 많은 비가 내리겠다. 몽골 등 북서쪽에서 접근해온 기압골과 힌남노가 끌어들인 고온다습한 공기가 충돌하면서 중부지방에 강한 비구름대가 형성되기 때문이다.
바람에 의한 해일 우려도 크다. 가뜩이나 해수면 높이가 높은데 힌남노 경로 인근으로 높이가 최대 10m 높은 물결까지 일면서 5~6일 만조시간대 폭풍해일경보가 발령될 수 있다. 기상청은 해수면이 제일 높은 곳은 5일 오후 6~7시 남해안 앞바다, 6일 새벽~오전 시간대 경상권 동해안이 될 것으로 예보했다.
힌남노가 세를 불리면서 제주 지역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기준 제주도 산지에 호우주의보가 서부 지역에 호우경보가 내려져 있고 제주 전역에 강풍주의보, 제주 해상에 풍랑주의보가 발효됐다. 기상청은 6일까지 제주에 100∼300㎜, 많은 곳에는 400㎜ 이상의 비가 더 내리겠다고 예보했다. 특히 산지에는 600㎜ 이상의 많은 비가 더 내릴 것으로 내다봤다.
이날 제주국제공항은 서둘러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대한항공은 5일 국내선 70편을 결항 조치한 상태다. 제주를 오가는 대한항공 국내선은 이날 오후 1시부터, 부산을 오가는 국내선은 오후 6시부터 결항될 예정이다. 또 해상에 풍랑특보가 발효되면서 4일 오전 9시 목포로 가는 여객선 한 척이 제주에서 출항한 이후 모든 여객선이 통제됐다. 부산은 가끔 비가 내리며 흐린 날씨를 보이고 있지만 역대급 태풍 소식에 단단히 채비하는 모습이다. 부산 송정해수욕장 옆 해안도로 주차장은 차 대신 어선들이 자리를 채웠다. 풍랑에 배가 서로 부딪칠 것을 우려해 어민들이 포구에 있던 어선을 육지로 올린 것이다. 부산항의 선박과 크레인 등 각종 하역 장비들도 강풍에 이탈하지 않도록 단단히 고정됐다.
정부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용산 대통령실 지하 국가위기관리센터에서 회의를 열고 태풍 진행상황과 전망, 정부의 대비 상황에 대해 긴급점검했다. 윤 대통령은 태풍 피해에 대비해 “정부가 한발 앞서 더 강하고 완벽하게 대응해달라”고 지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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