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뉴퍼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 회장이 미국 정부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중국 투자까지 제한하는 것에 대해 “정치적 현실”이라면서도 “미국 상무부가 충분한 유연성을 제공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국내 업체들이 크게 우려하는 미국의 ‘중국 투자 가드레일’과 관련해 미국 당국에 신중한 정책 접근을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반도체 업계를 대표하는 뉴퍼 회장은 최근 KOTRA 워싱턴무역관 및 워싱턴특파원단과 가진 공동 인터뷰에서 “가드레일은 미 의회가 기술 정책에서 중국을 매우 불안하게 여긴다는 정치적 현실을 반영한다”고 전했다.
앞서 미국은 반도체지원법을 통해 미국 내 반도체 신규 투자 등에 총 520억 달러의 보조금과 240억 달러의 세제 혜택을 제공하기로 했으나 동시에 혜택을 받은 기업의 중국 내 첨단 반도체 투자를 제한하는 가드레일을 설정했다.
뉴퍼 회장은 이런 상황에서도 한미일 정책 당국이 절묘한 균형을 잃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미국 기업의 매출에서 중국 비중이 약 35%인데 그 매출이 대규모 연구개발(R&D)을 가능하게 한다”면서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 많이 감소하면 R&D에 투자할 자금도 줄어들고 경쟁 우위를 유지하기가 힘들어진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같은 시점에 한미 양국의 긴밀한 협력이 더욱 필요하다면서 “반도체 정책뿐 아니라 중국과 관련해서도 협력해야 한다”고 거듭 당부했다.
뉴퍼 회장은 중국이 반발하는 ‘칩4 동맹’과 관련해 ‘중국 견제’보다는 한국·미국·일본·대만 4개국 간 협력할 영역이 확대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여러 국가의 반도체 산업 지원 정책이 최대한 서로 중복되지 않기를 바란다”며 “반도체 산업의 근간인 지식재산권(IP)의 이행과 보호는 협력이 더 필요한 분야”라고 말했다. 그는 반도체 인력 부문에서의 협력도 강조하면서 “미국에는 인재가 부족하며 미국의 이민정책이 외국 인재가 잔류하는 것을 힘들게 한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반도체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에 대해서는 “일부 분야는 수요가 감소하고 일부는 증가하겠지만 장기적인 수요 전망은 매우 낙관적”이라면서 “올해 수요 전망은 5600억 달러이며 2030년에는 1조 달러를 예상하는 분석가들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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