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화가치는 해당 통화를 사용하는 국가의 펀더멘털(기초체력)을 반영한다. 경제와 사회가 발전하면 해당 통화가치는 상승하는 것이 옳다. 그런데 기축통화인 달러는 펀더멘털만을 반영하지 않는다. 리스크와 가치를 측정해 통화가치를 설명하는 스마일커브 이론으로는 달러화 가치가 리스크가 극단적으로 작거나, 커지면 상승하는 것으로 확인된다. 코로나19로 경기침체가 시작되고, 팬데믹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달러의 공급이 달러화 약세를 일시적으로 유도했다면, 이후 예상할 수 없는 매크로 불확실성으로 인해 달러화 선호심리가 강해졌고, 그 이후로는 미국경제가 강력한 회복 속도를 보이기 시작하면서 펀더멘털을 반영한 달러화 강세가 이어진 것이다.
2022년 달러화 강세는 상반기와 하반기 조금은 다른 성격의 가치반응을 보이는 것으로 생각된다. 상반기 달러화 강세는 예상치 못한 물가상승 위험과 이를 억제하기 위한 정책기조의 급선회가 불확실성을 증폭시켜 주식과 채권시장의 동반 몰락하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높아지면서 달러화 가치가 상승한 데 따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스마일 커브 이론으로 볼 때 극단적으로 위험 상황에 내몰린 것이 달러화 강세를 자극한 것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긴축적 통화정책 행보가 인플레이션을 통제할 수 있을 때까지 계속될 것임을 밝혀 불안요소는 남아 있다. 하지만 조금씩 물가둔화 징후가 발견되고 있으며, 연말로 갈수록 소비가 둔화되거나 고용의 질이 악화되는 변화를 보인다면 더 이상 통화정책의 불확실성이 달러화 가치를 자극한다고 볼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하반기에도 이어지고 있는 달러화 강세는 무엇으로 해석해야 할까?
결국 미국경제에 대한 신뢰를 다시금 재확인한 경우라고 볼 수 있다. 미국경제가 경기침체 위험에 노출된 것은 분명하다. 그 강도가 어떨지 알 수 없으나 가까운 시일에 순환적 침체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것은 회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런데 세계경제가 똑같은 경기침체 충격을 받으려 할 때 미국경제가 가장 취약한지는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미국은 여전히 안정된 일자리와 가계소득을 기반에 두고 있다. 물가위험은 통화 강세 도움으로 다른 나라와 비교해 크지 않다는 것도 생각할 필요가 있다. 오히려 인플레이션 리스크가 더욱 커지고, 통제가 어려워 지는 지역은 미국보다 유럽이다. 또한 물가위험이 크지 않다고 안심할 것이 아니라 디플레이션 리스크를 의식할 만큼 경기하강 속도가 큰 중국경제의 문제가 들어날 가능성 역시 적지 않다. 결국 하반기 달러화 강세는 미국 이외의 경제권에서 품고 있는 위험요소가 상대적 가치를 높여줌으로써 지속되는 것으로 분석된다. 원화가치는 당분간 이런 환경에 영향을 받게 될 수 있다. 한국경제는 다양한 경기침체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신속하게 대응할 준비를 하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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