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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은 차별…성평등 관점 점검 필요"

"유학생 이주여성, 농촌 남성 배우자로 상정한 시책은 차별"

인권위 "사업 점검·직원 인권교육 등 재발방지 대책 필요"

국가인권위원회. 연합뉴스




국가인권위원회가 지방자치단체의 ‘인구증가를 위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사업에 대해 성평등 관점에서 내용을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아울러 지자체의 소속 직원을 대상으로 인권교육을 추진하는 등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7일 인권위는 A 시의 인구증가를 목적으로 한 지역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추진 사업에 대해 성평등 관점에서 사업 내용을 점검하고, 재발 방지 교육을 하는 등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다만 이런 사업 내용이 담긴 협조문이 인터넷에 게시된 것으로 인해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판단해 진정인의 진정은 각하했다.

시민사회단체 등으로 구성된 진정인들은 A 시의 시장인 피진정인이 법무부 출입국 대행기관에 발송한 ‘인구증가를 위한 농촌총각 장가보내기 추진 협조문’에 대해 혼인 목적으로 입국하지 않은 B국적 유학생 여성을 국제결혼의 대상으로 삼은 차별적 시책이라며 인권위 진정을 제기했다.

진정인에 따르면 협조문에는 맞선 후 만남을 위한 무료 주거지원, 예비 신랑의 집을 방문할 경우 출퇴근 농사(가능), 생활경비, 결혼 후 장학금 지급 등 금전 지원의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진정인은 혼인 목적으로 입국하지 않은 B국적 유학생 여성을 잠재적인 국제결혼의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에서 성차별적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농촌지역 인구감소와 고령화의 근본 원인을 파악해 실질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보다 B국적 유학생 여성을 혼인 대상으로 전제해 농촌 문제의 해결 수단으로 삼아 출산과 육아, 농사 등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기재해 성역할 고정관념을 강화했다고 지적했다.



피진정인은 출입국 대행기관의 대표가 지역 농촌총각과 B국적 유학생 여성 간 만남의 기회를 만들어줄 것을 제안해 이같은 협조문을 발송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대행기관 측에서 A 시와 협의 없이 협조문의 내용을 임의로 수정해 인터넷에 게재했고, 이 사실을 확인했을 때는 이미 협조문이 인터넷에서 삭제돼 있었다고 덧붙였다. 진정인 측이 사실관계 확인을 요청한 후에는 사업추진 검토를 중단했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피진정인이 대행기관 대표와 협조문을 주고받은 사실은 인정되지만, 인터넷에 게시된 협조문은 대행기관 대표가 임의로 수정한 것이며 게시 기간이 짧고 문제제기 이후 게시물이 삭제됐다고 짚었다. 이같은 점을 고려할 때 협조문 게시로 인해 구체적인 피해가 발생했다거나 협조문을 주고받은 사실로 인해 불리한 대우가 발생했다고 보기는 힘들어 인권위 조사대상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해 진정을 각하했다.

그러나 지자체가 B국적 유학생 등 이주여성을 인구증가 시책의 도구로 활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보아 개선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인권위는 협조문과 같은 시책이 농촌 비혼 남성과의 결혼 및 출산을 통해 인구증가에 기여할 외국인 여성을 모집하는 데 목적이 있다고 보았으며, 이는 여성을 출산과 육아, 가사노동과 농사 등 가족 내 무급노동의 의무를 진 존재로 인식하는 가부장적인 성역할 고정관념에서 비롯됐다고 판단했다. 또 피진정인이 B국적 유학생 여성을 차별할 의도가 없었다 해도, 학생이라는 신분과 상관 없이 이들을 농촌 남성의 배우자 후보로 상정한 것은 B국적 여성이 성별화된 역할을 수행하기에 적합하다는 인종적 편견을 함의하고 있다고 보았다.

이에 인권위는 A시장에게 인구증가 관련 사업 내용을 성평등 관점에서 점검하고, 재발방지 대책을 수립·시행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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