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해변 모래톱에서 심해에 사는 거대한 대왕오징어 사체가 발견됐다.
13일 라디오뉴질랜드(RNZ) 방송 등 현지 매체는 지난 9일 남섬 북단 페어웰스피트에서 파도에 떠밀려 모래톱으로 올라온 대왕오징어 사체가 관광객들에 의해 발견됐다고 보도했다.
여행 가이드 안톤 도널드슨은 “해변에서 거대한 하얀색 물체를 발견했는데 처음에는 커다란 양모 뭉치인줄 알았다”며 “가까이 다가가 다리가 있는 것을 확인해 보니 대왕오징어였다”며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승객들이 대왕오징어를 가까이서 볼 수 있도록 버스를 세웠다는 그는 “심해 수백미터 아래에 사는 생명체를 보는 것은 평생 평생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특별한 기회이기에 관광객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며 “다리를 포함하지 않은 몸통 길이만 4m 정도 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아울러 “다리 끝이 끊어져 있었다”며 “바다 생물이나 작은 상어, 다른 물고기들에게 뜯어 먹힌 것 같았다”고 전했다.
하지만 “그것 외에는 대왕오징어가 양호한 상태였다”며 “왜 해변으로 밀려왔는 지에 대해서는 단서가 없었다”고 밝혔다.
지난 30여 년 동안 페어웰 스핏(Farewell Spit)에는 약 6~7마리의 대왕오징어가 떠밀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오클랜드테크놀로지대학(AUT) 캣 볼스태드 박사는 보통 수심 약 500m 깊이에 사는 대왕오징어가 해안으로 밀려올 수 있었던 몇 가지 이유가 있다며 “대왕오징어 몸통 전체가 올라오는 경우는 저인망 그물에 걸린 것을 다시 바다로 놓아주었을 때 일어날 수 있고 대왕오징어의 일부분이 떠내려온 것은 향유고래가 먹다 남긴 잔해일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박사는 “대왕오징어의 맛을 좋아하는 동물들은 많지 않은 것 같다”며 “대왕오징어의 조직에 암모늄 농도가 높아 많은 동물들의 입에 맞지 않을 것이다. 아마 표백제 같은 맛이 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향유고래는 그런 맛을 정말 좋아하거나 맛을 느끼지 못하는 것 같다”면서도 “어느 것이 맞는 지는 우리가 확신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페어웰 스핏에서 발견된 대왕오징어는 상태가 양호한 것으로 보아 최근에 죽은 것으로 보인다”며 “과학자들이 지난 100여 년 이상 동안 대왕오징어를 연구해왔지만 아직 배울 것이 많다”고 밝혔다.
그에 따르면 이들이 얼마나 오래 살고 알이 어떻게 생겼는지, 어린 개체(아기는 표면에 살고, 성체는 심해에서 산다)는 어디에 살았는지 알려지지 않았으며 그들이 작은 물고기와 오징어를 먹는 것 외에 그들의 식단에 대해서도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한편 대왕오징어는 암컷의 경우 성숙기에 수컷보다 크며 최대 길이가 13m, 무게가 300kg까지 나간다. 수컷은 약 10m, 무게는 약 200kg까지 자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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