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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다윈의 경고

이홍 광운대 경영학부 교수





다윈은 생명의 진화를 설명하면서 자연선택설을 주장했다. 환경으로부터 선택받지 못하면 종의 도태는 필연적이라는 것이다. 환경변화가 일어날 때 환경선택이 극명하게 나타난다. 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사멸한다는 것이다. 생명이 특정 환경에 의존할수록 그 확률이 높아진다. 공룡이 예다. 풍요로운 지구환경 속에 살다 갑자기 환경이 척박하게 바뀌자 사멸했다.

지금 유럽이 이 지경에 이르렀다. 값싼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취하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빌미로 가스공급을 무기화하자 패닉에 빠졌다. 천연가스 가격이 전년 대비 400% 올랐다. 독일이 가장 심한 고통을 받고 있다. 러시아 천연가스에 대한 의존도가 55%에 이르러서다. 독일은 러시아가 뒤통수 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이 나라는 러시아의 천연가스 공급을 당연시하며 탈원전을 했고 석탄발전을 줄였다. 그러자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도가 사상 최대가 되었다. 이 순간 문제가 터졌다.

한국은 비슷한 경험을 수시로 하는 국가다. 해외시장과 자원에 대한 의존성이 매우 높아서다. 시장의 경우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 전체 수출에서 중국시장이 차지하는 비중이 2022년 상반기 기준 23% 수준으로 가장 높다. 이러다 보니 중국은 시장을 무기로 한국을 마음대로 가지고 논다. 대표적인 것이 사드 사태 때다. 중국에의 의존도가 가장 높았던 관광과 한류 그리고 게임 산업이 중국의 견제로 주저앉았다.



자원도 마찬가지다. 한국 기업은 소재나 기계류에 대한 일본 의존성이 높다. 이것을 이용해 일본은 한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의 필수 소재들을 수출 금지했다. 한국이 발칵 뒤집혔다. 중국도 비슷한 방법을 썼다. 한국은 2021년 기준 전체 수입 중 24%를 중국에서 가져온다. 이 중에는 요소수처럼 전량을 의존하는 경우도 있다. 이것을 노리고 중국이 요소수 수출을 막았다. 한국은 혼란에 빠졌다.

최근 달러 대비 원화환율이 다른 나라에 비해 빠르게 무너지는 것도 높은 대외 의존성이 한 원인이다. 그래도 한국의 극복력은 경이롭다. 일본의 공세를 막아냈고 중국이 한류를 막자 유럽과 미국을 공략했다. 대성공이었다. BTS와 블랙핑크가 이들 나라를 제패했다. 오징어 게임도 유럽과 미국을 강타했다. 한국 기업의 민첩성이 이것을 만들어냈다.

문제가 터져 재빠르게 해결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의존성으로 인한 문제를 미리 줄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의존성을 분산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시장과 자원을 한 나라에서 의존하면 효율성은 높아진다. 하지만 예기치 않게 볼모 비용이 높아질 수 있다. 이곳에서 문제가 생기면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한다. 다윈의 경고는 간단하다. 생명을 한 곳에만 의탁하면 언젠가 목숨을 내놓아야 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기업을 한다면 이 경고를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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