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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아이를 죽음으로 내몬 '문화충돌'

■리아의 나라

앤 패디먼 지음, 반비 펴냄





몽족인 리 부부는 1975년 라오스 공산화로 정든 고향을 떠나 미국 캘리포니아주 메서드에 정착했다. 딸 리아는 태어난 지 3개월만에 문을 쾅 닫는 소리에 발작을 일으켰다. 부모는 ‘코 다 페이’로 보았다. 몽족 말로 ‘영혼에게 붙들리면 쓰러진다’라는 뜻이다. 몽족에게는 영예로운 병이기도 했다. 흔히 몽족 샤먼인 ‘치 넹’(치유의 영혼을 가진 사람) 되기 때문이었다. 그들의 발작은 남들이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다는 증거로 여겨졌다. 반면 현대 의학용어로 리아의 병명은 ‘뇌전증’이었다. 이처럼 리아의 병을 서로 달리 해석하면서 한 아이를 죽음으로 몰고 가는 ‘모두가 지는 싸움’이 시작됐다.

논픽션 ‘리아의 나라’는 스테디셀러 ‘서재 결혼시키기’의 작가 앤 패디먼의 1997년 데뷔작이다. 국내에 2010년 번역 소개된 적이 있고 이번에 작가의 전면적인 수정과 새로운 후기를 더한 ‘15주년 개정판’을 기본으로 삼아 재출간했다. 책은 문화의 경계에 놓은 한 아이에 대한 기록을 통해 집단 간의 신념과 가치 체계, 문화가 충돌할 때 우리는 무엇을 고려해야 하는지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리 부부는 리아를 아끼고 사랑했다. 부모는 리아가 샤먼이 될지도 모른다고 기대했지만 큰 발작을 일으키자 결국 병원을 찾았다. 하지만 의료진의 노력에도 병이 호전되기는커녕 발달 지연 증상까지 보였다. 더구나 서양 의사는 부모를 위로해주지도 않았고 병상 곁에 와도 기껏 20분 정도 머물렀다. 리아를 실험대상으로 여긴다고 본 부모는 화가 났다. 의료진의 투약 지시를 따르지 않았고 아동학대로 고발돼 양육권이 박탈됐다.

작가는 “그 시절 병원에 몽족 통역자들이 매우 부족했던 건 사실이지만 리아의 비극을 낳은 소통 부실은 언어 문제 때문만은 아니었다”며 “양쪽에게 필요한 것은 문화적 통역자였다”고 말한다. 부모는 리아의 발작 원인이 비정상적인 뇌세포 자극에 의해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전기화학적인 격발이라는 사실을 알 길이 없었다. 미 의료진은 부모가 딸의 증세를 ‘코 다 페이’라고 이미 진단했다는 것을 알 수 없었다. 결국 미 의료진은 차트와 기록, 의학적 지식에만 의존할 수밖에 없었고 리아 부모는 몽족 전통 문화에만 집착하다 비극을 초래하고 만다.

“공감이라는 것이 참 어려워서 우리는 언제나 어리둥절한 상태로 생을 살아간다. 공감은 분노보다 어렵고 연민보다 어렵다.” 저자의 ‘15주년 개정판 후기’의 한 구절이다. 2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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