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선이 있는 편도 1차로에서 업무 중 무단횡단을 하던 택배기사가 오토바이에 부딪치자 합의금 5000만원을 요구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택배기사는 오토바이 운전자에게 원하는 액수의 합의금을 주지 않을 경우 형사 처벌 이후 민사소송으로 더 큰 금액을 요구하겠다고 압박했다고 한다.
교통사고 전문 변호사 한문철 변호사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한문철TV'에는 지난 14일 '택배 기사님의 무단횡단'이라는 제목의 영상이 올라왔다. 오토바이 운전자 A 씨가 제보한 영상을 보면 늦은 밤 택배기사 B 씨는 갓길에 자신의 택배차량을 세운 뒤 배송할 물건을 집어들고 곧바로 무단횡단을 시도한다. 이때 반대편에서 달려오던 A 씨의 오토바이와 부딪혔다. 이 사고로 B 씨는 전치 12주의 부상을 입었다.
A 씨는 이륜차 종합보험에 들지 않고 책임보험에만 가입했다고 밝히면서 "합의금으로 1000만원을 제시했는데 (택배기사가) 5000만원을 요구했다. 결국 재판에 넘겨졌다"고 한 변호사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A 씨가 공개한 공소장에 따르면 검찰은 "사고 당시는 야간이었고 그곳 전방에는 B 씨가 비상등을 켠 채 택배 화물차를 갓길에 정차한 후 택배 업무를 수행하고 있었으므로 원동기장치자전거의 운전업무에 종사하는 사람(A 씨)에게는 전방 및 좌우를 잘 살펴 택배 화물차를 지나치기 전에 속도를 줄이고 조향 및 제동장치를 정확히 조작하는 등 안전하게 운전해 사고를 미연에 방지해야 할 업무상 주의의무가 있었다"고 적시했다.
사실상 사고 책임이 A 씨에게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갓길에 세워진 B 씨의 택배 차량을 보고서도 사고를 일으켰기 때문에 A 씨가 전방주시 등의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했다는 취지다.
하지만 A 씨는 택배 차량의 불빛 때문에 차량 근처를 식별하기 어려웠다는 주장이다. 생방송 중 진행된 시청자 투표에서도 A 씨가 '유죄'라는 의견은 1표(2%), '무죄'라는 의견은 49표(98%)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한 변호사는 "건너편에 차가 비상등 켜고 있으면 전부 다 조심해서 가야 하냐"며 어린이 통학버스나 관광버스 같은 게 있으면 조심해서 가야겠지만, 이게 과연 A 씨에게 잘못이 있겠냐"고 했다. 이어 "(B 씨가 무단횡단을 시도할 때) 오토바이와의 거리가 10미터도 안 되는 짧은 것으로 추정된다"며 "(B 씨가) 주의를 잘 살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한 변호사는 "이 사건은 실형이나 집행유예를 논할 문제는 아닐 것 같다. B 씨가 너무나 갑자기 튀어나왔다"며 "무죄 또는 벌금형이 내려질 것 같다"고 내다봤다.
또 한 변호사는 이륜차 운전자보험 가입을 적극 권유하기고 했다. 그러면서 A 씨의 경우 대법원까지 가야 할 수도 있다며 "운전자보험에 가입하면 변호사 선임 비용뿐만 아니라 벌금형이 내려져도 지원해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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