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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용 전기요금 내달 오른다…기업들 "경쟁력 훼손 불보듯" 한숨

■ 정부 전기요금체계 개편 추진

산업부 4분기 요금부터 차등부과

농어촌 전기료 특례도 일부 개정

"정책실패 비용 기업에 전가" 비판







정부가 적자에 허덕이는 한국전력의 재무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을 추진한다. 정부는 올해 액화천연가스(LNG)·석탄 등 연료비 가격 급등으로 30조 원에 가까운 한전의 영업손실이 예상되는 만큼 전기 사용량이 많은 산업계도 일부 비용 부담을 떠안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한전의 재무구조가 악화된 데는 이전 정부의 ‘탈원전’ 등 정책 영향도 상당하다는 점에서 정부가 정책 실패의 책임을 기업에 전가한다는 비판이 커질 것으로 보인다.

박일준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용량 (전기) 사용자에 대해 전기요금을 차등 적용하는 부분을 검토 중”이라며 “기획재정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대기업에 공급하는 전기의 원가 회수율이 70%가 채 안 돼 마치 정부(전력 공기업)가 기업에 보조금을 주는 것과 비슷한 구조”라며 “전기요금 차등 적용은 기업의 부담 능력을 고려해 산정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전에 따르면 국내 전력 소비량의 55%는 산업용이 차지하고 있다.

산업부는 당장 다음 달부터 적용되는 4분기 전기 요금부터 산업용 전기에 추가 요금을 징수한다는 방침이지만 기재부와의 협의 과정에서 시점이 늦춰질 수 있다. 박 차관은 “업종별 단체와의 회동 등을 통해 관련 내용을 조율할 예정”이라며 “전기 다(多)소비 사업자를 대상으로 관련 구조를 어떻게 설정할지에 대해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박 차관은 농어촌 전기요금 특례 적용 제도 등 일부 특례 제도도 개편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농어촌 전기는 원가 회수율이 25% 수준에 불과하지만 30대 대기업 집단에 포함되는 기업도 농어촌용 전기를 사용해 관련 제도의 혜택을 보고 있다”며 “현재 전기요금 특례 제도가 너무 다양한 만큼 관련 제도의 일몰 시한이라도 설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는 한전의 숨통을 틔우기 위해 사채 발행액을 ‘자본금 및 적립금을 합한 금액의 2배 이하’로 설정한 한전공사법을 올해 말까지 개정한 뒤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등으로 한전의 손실을 메우겠다는 방침이다.

산업계는 이 같은 정부의 산업용 전기요금 인상 추진을 두고 “경기 침체로 경영 환경이 암울한데 또 악재가 생겼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전기요금 인상으로 피해가 우려되는 업종은 철강, 반도체 및 가전, 배터리 업종 등이 꼽힌다. 고철을 전기로에서 녹여 쇳물을 생산하는 국내 최대 전기로 제강사인 현대제철은 연간 전기료만 6000여억 원에 이른다. 철강 업계의 한 관계자는 “원가 회수율을 고려하면 산업용 전기는 가정용·농업용 전기에 비해 싸게 공급받는 게 아니다”라며 “경기 침체로 철강 수요가 줄어든 상황에서 전기요금이 인상되면 경영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충전 요금 특례 할인이 이달부터 종료된 데 이어 산업용 전기요금까지 오르는 데 대해 부담스럽다는 반응이다. 전기차 보급 속도가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완성차를 생산하는 공장 운영 비용까지 증가하는 이중고에 놓였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철강 등 특정 업종에 비해 공장 운영에 전기를 많이 쓰는 업종은 아니다”면서도 “전기요금이 오르는 추세에 따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 부담이 커졌다”고 전했다.

반도체 생산을 위해 대규모 전력을 필요로 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디스플레이 패널을 만드는 LG디스플레이·삼성디스플레이 등도 영향을 받기는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의 경우 연간 1조 원이 넘는 전기요금을 내고 있다.

이번 정부 발표와 관련해 정책 실패에 따른 비용을 기업에 떠넘긴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문재인 정부는 ‘탈원전에도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는 공약을 지키기 위해 한전의 요금 인상을 꾸준히 억눌렀다. 이 때문에 한전은 지난해만 5조 8601억 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으며 올해는 한전 내부 추산 26조 6009억 원의 손실이 우려된다. 특히 탈원전 정책으로 천지1·2호기를 비롯해 6GW 상당의 원전 건설 계획이 백지화되면서 지금과 같은 글로벌 에너지 가격 폭등 시기에 한전의 손실을 키웠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허은녕 서울대 교수는 “올겨울 전력 수급 우려 때문에 발전소 가동률을 최대한 끌어올린다는 것이 정부 방침인데 그마저도 부족하니 수요 관리에 들어간 것 같다”며 “전력 수요 관리 차원이라면 한시적 요금 인상이 아닌 전기요금 특례 제도 전반을 손보는 정책이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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