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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日의 엔저 방어가 남긴 교훈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

24년만에 외환 개입에도 엔화 추락

산업혁신 외면한 아베노믹스 역풍

수출력 강화가 곧 최고의 환율방어

한국도 차세대 산업 개척 힘써야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부 특임교수




일본은행이 9월 22일 23년 만에 엔화를 매입하는 시장 개입에 나섰다. 1달러당 145엔을 돌파했던 엔화의 급격한 하락세에는 제동이 걸렸지만 미일 금리 차, 일본의 무역수지 적자 확대 등으로 인해 엔저 압력에 대한 우려는 완전히 사라지지 않고 있다. 미국 경기가 침체되고 금리 인상 압력이 완화되기를 기다리면서 시장 개입으로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지 불안정한 상태다.

과거 글로벌 경제위기 때마다 엔고를 겪었던 일본이 이제 엔저에 고전하게 된 것은 미일 금리 차 문제도 있으나 계속되는 무역수지 적자가 외환시장에서 엔화 매도 실수요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일본 기업도 엔저 기대로 인해 해외 거점 등에서 올린 수익을 일본에 송금하지 않고 해외에서 운영하거나 해외 기업 매입에 주력하는 등 엔 자산 회피 전략이 강화되고 있다. 엔저 기대가 엔화 자산 기피, 엔저 가속화라는 악순환을 유발하고 있다고도 할 수 있다.

이는 그동안 아베노믹스에도 새로운 유망 수출 산업을 육성하지 못한 가운데 자국 통화 가치를 스스로 떨어뜨리기 위해 주력해 왔던 일본은행의 정책이 장기화된 결과이기도 한다. 일본의 주요 수출 품목이었던 전자기계의 경우 2001년의 통관 무역 흑자액이 441억 달러였으나 2021년에는 177억 달러로 감소했다. 스마트폰과 TV, 디지털 카메라 등을 대규모로 수출해 전자 왕국으로 평가됐던 일본의 위상이 디지털화 대응 미숙으로 한꺼번에 급락한 사태가 자동차 산업의 전기자동차(EV)화로 되풀이될 것인지 우려되고 있기도 하다. 이와 함께 최근 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인한 무역수지 적자가 심해지고 있으며 높은 원자재 가격을 뛰어넘는 수출 제품의 고부가가치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이러한 일본의 어려움을 감안하면 우리의 환율 방어도 근본적인 경쟁력 강화가 가장 중요하다. 원자재 가격 급등이나 새로운 기술 트렌드에 대응하면서 신규 수출 유망 품목을 지속적으로 개발하고 수출 품목의 고부가가치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 우선 탈탄소화 기술로 산업의 구조를 혁신하면서 새로운 제품으로 전환해야 할 것이다. 탈탄소화는 우리 기업과 산업의 생존을 좌우하는 위협인 동시에 기회가 될 수 있으며 휘발유차를 EV로 혁신하는 등 제품 혁신 트렌드를 주도하게 될 경우 선발자로서의 강점을 확고하게 할 수 있다.

기존 수출품의 경쟁력 제고에 주력하는 데 그치지 않고 주변 사업도 함께 개척하면서 외국 기업 유치에도 주력하려는 노력이 중요하다. 최근 수년 동안 성과를 보여 왔던 소재와 부품·장비 국산화를 통한 주변 사업 진출 성과가 새로운 지식과 아이디어의 축적 효과를 높이면서 수입 대체에 그칠 것이 아니라 신규 수출 유망 품목으로서 도약할 필요가 있다. 수출 확대→관련 분야 국산화→신규 수출 유망 품목화라는 선순환을 강화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차세대 수출 품목의 개발에서 과학기술 기반의 중요성이 더욱 높아지는 데 대응해야 할 것이다. 예를 들면 차세대 이동통신 기술이 우주기술과 결합되고 있으며 차세대 전자 기술로서 주목되는 양자 기술도 첨단 과학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양자 기술이 통신, 차세대 반도체, 각종 소재, 의약품 개발 분야의 경쟁력을 점차 좌우하게 될 것이며 기존의 슈퍼컴퓨터의 산업 기반도 미진한 우리 산업으로서는 해외 기업, 연구 기관, 대학 등과의 오픈 이노베이션을 확대할 필요가 있다. 원화 약세는 새로운 수출 산업 강화의 기회이기도 하며 대폭적인 수출 기반 강화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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