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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인류 기원을 추적하는 과학자들의 야망과 도전

■화석맨

커밋 패티슨 지음, 김영사 펴냄





한동안 대다수 인류학자들은 ‘오스트랄로피테쿠스 아파렌시스’(루시·Lucy)를 최초의 호미니드(인류의 조상)이라고 여겼다. 스칼렛 요한슨과 최민식이 출연한 영화 ‘루시’에서도 루시는 인류의 조상으로 나온다. 하지만 1994년 세계적인 고인류학자 팀 화이트가 이끄는 발굴팀이 ‘아르디피테쿠스 라미두스’(아르디·Ardi) 화석을 발견하면서 인류 진화의 패러다임은 새로 쓰이게 된다.

화이트팀은 ‘고인류학계의 맨해튼 프로젝트’라 불릴 정도로 15년간 철저한 비밀과 독점 연구 끝에 2009년 논문을 공개한다. 파장은 핵폭탄급이었다. 일단 아르디 화석은 440만 년 전 것으로 루시보다 100만년 이상 오래된 것이었다. 무엇보다 우리가 현생 침팬지를 닮은 유인원의 후손이라는 반세기 동안 인류학계를 지배하던 주류 이론에 정면으로 도전했다.



‘화석맨’은 미국 언론인이자 작가인 커밋 패티슨이 10년이나 매달린 끝에 아르디 발굴의 막전막후를 한 편의 추리 소설처럼 그려낸 책이다. 많은 인류학자들은 분자유전자 혁명에 힘입어 인류와 침팬지의 유전부호가 98.4% 같다는 사실을 밝혀냈고 인류의 조상은 현생 침팬지와 닮았을 것이라고 추측했다. 이 때문에 침팬지에게 언어를 가르치면서 인류 언어의 기원을 이해하고자 했고 돌을 깨는 법을 알려주며 도구의 혁명을 추적하고자 했다. 또 인류 폭력의 기원도 침팬지의 침략 전쟁에서 찾고자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노력은 잘못된 시도였다. 아르디 화석은 루시 이전에 숲에서 살면서 두 발로도 걷고 나무도 잘 타는, 현생 유인원과는 다른 특성을 지닌 인류의 조상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초기 인류 조상은 일부 침팬지와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었지만 유연한 손목, 강인한 엄지 근육, 작고 다이아몬드 형태의 송곳니, 이족보행에 적합한 발 관절, 유연한 척추 등 해부학적으로 현생 인류와 더 비슷했다. 즉 인류 조상은 오늘날 생존해 있는 유인원과는 전혀 다른 경로를 거쳐 진화한 셈이다.

책은 논픽션이지만 잘 짜여진 미스터리물이나 휴먼 드라마를 보는 듯하다. 타협을 모르는 완벽주의자 화이트는 수도사와 같은 불굴의 집념으로 발굴된 화석 한 점을 고인류학계의 위대한 성취로 이끈다. 투옥과 고문을 이겨낸 에티오피아 고인류학자, 치아에 대해서는 지구상의 누구보다 깊은 지식을 가진 일본인 학자, 화이트와 앙숙이 돼 버린 학자 등 개성 넘치고 강박적인 과학자들의 면면도 생생하게 그려낸다. 3만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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