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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동반자인데…'생명' 아닌 '물건'이랍니다[지구용 리포트]

■사회변화 못 따라가는 동물 법적지위

펫족 1500만 시대…가족 같은 반려동물

사유재산 취급에 상습학대도 제재 한계

비판 커지자 '법적지위 보장' 개정 추진

규정 마련돼도 처벌 수위는 여전히 낮아

"가해자 사육 금지·소유 제한 대책 필요"





‘반려동물’이 ‘애완동물’을 대신해 일상생활에서도 자주 쓰는 입말로 자리 잡았다. KB금융지주의 ‘2021년 반려동물 보고서’에 따르면 반려동물과 함께 사는 우리나라 인구 수는 1448만 명으로 전체 인구의 약 28%나 된다.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인구 증가와 함께 동물에 대한 인식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지만 정작 동물은 법적으로 생명이 아닌 ‘물건’으로 분류된다.

예를 들어 다른 사람의 반려동물에게 상처를 입힐 경우 해당 동물의 가격에 준해 처벌 수준이 결정된다. 또 상습적으로 반려동물을 학대하는 사람으로부터 동물을 떼어놓을 수도 없다. 동물은 물건이고 재산이기 때문에 소유자가 어떻게 하든 간섭할 수 없다는 논리다.

실제로 올 8월 경기도 평택역에서 반려인에 의해 수차례 내동댕이쳐진 한 반려견은 며칠 만에 반려인에게 되돌아갔다. 동물 보호 단체 케어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수원시청에 민원을 제기한 덕에 다시 격리 조치가 이뤄졌지만 동물의 법적 지위가 정립되지 않는 한 비슷한 사건이 되풀이될 것이라는 우려가 높다.

지난 8월 평택역에서 경찰의 만류에도 강아지가 든 가방을 던지는 C씨의 모습. /사진제공=케어


심지어 반려동물은 ‘재산압류’ 대상이기도 하다. 집·자동차·가구 등과 같이 압류될 수 있다.

최근 수년간 이 같은 문제점을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법무부는 지난해 10월 동물의 새로운 법적 지위를 보장하는 민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올해 9월 현재까지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된 이 개정안에는 ‘동물은 물건이 아니다(제98조의2 1항)’라는 선언이 담겨 있다. 동물에게 사람도 물건도 아닌 제3의 법적 지위를 보장하며 물건이나 재산이 아닌 생명으로 대한다는 의미다. 의미 있는 변화이기는 하지만 이러한 선언을 뒷받침할 구체적인 법을 마련해야 진정한 효력을 발휘할 수 있다.



자신의 능력 이상으로 많은 동물을 기르면서 제대로 돌보지 않는 ‘애니멀 호딩’은 동물 학대의 한 유형이다. 사진=동물행동권 카라


동물의 법적 지위가 미비한 가운데 동물보호법 역시 양형 기준이나 동물 학대 시 사후 조치 근거가 부재하다는 점이 문제로 지목된다. 그나마 제정 31년 만인 올 4월 대폭 개정되면서 동물 학대 처벌 강화(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힘이 실렸다. 덕분에 최근 이례적인 판결이 두 건 내려지기도 했다. 대구지방법원 포항지원은 고양이 여러 마리를 죽여 대학 캠퍼스, 초등학교 등·하굣길 등의 가로수에 매달아둔 A 씨에게 9월 21일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하루 전인 20일에는 폐쇄된 깊이 3m의 양어장에 고양이 16마리를 가두고 학대하거나 죽인 후 소셜미디어에 사진을 올린 B 씨에게 징역 1년 4개월과 벌금 200만 원이 선고되기도 했다.



과거와 비교하면 훨씬 엄중한 처벌이지만 동물 단체들은 동물 학대자에 대한 동물 사육 금지 처분, 소유권 제한(현재는 3일 만 격리 가능) 등의 내용도 동물보호법에 추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동물권행동 카라’의 동물 범죄 전문위원장인 박미랑 한남대 경찰학과 교수는 “범죄자가 형을 마친 후 다시 범죄를 저지를 가능성을 막기 위해 사육 금지 처분 등 실효성 있는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보다 동물권에 대한 감수성이 높은 국가들은 꾸준히 동물 복지에 관한 법과 제도를 보완하는 추세다. 2018년 세계 최초로 살아 있는 갑각류를 요리하는 행위를 금지한 스위스에 이어 영국도 내년부터 동물복지법 적용 대상에 무척추동물인 문어·낙지·새우·랍스터·게 등을 포함시킬 예정이다. 세계 1위 연어 생산국인 노르웨이에서는 연어를 죽이기 전 이산화탄소를 주입해 기절시켜야 한다. 독일과 프랑스, 스페인, 미국·캐나다의 일부 주에서는 반려동물 매매가 금지됐거나 금지될 예정이다. 개·고양이 번식 농장에서 펫숍까지 이어지는 동물 착취를 아예 금지하고 유기 동물 보호소에서의 입양만 가능하게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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