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역대 처음으로 1000건을 밑돌았다. 기준금리 인상과 집값 고점 인식 확산으로 매수 심리가 얼어붙으며 거래 절벽 현상이 갈수록 심해지는 분위기다. 가격을 내린 급매물 위주로만 거래가 이뤄지다 보니 집값 하락세도 가팔라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30일 발표한 8월 주택 통계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신고일 기준)은 907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7월 대비 10.6%, 전년 동월 대비 68.1% 감소한 수치다. 월별 기준으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량이 1000건 아래를 기록한 것은 2006년 관련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8월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1만 9516건으로 전월 대비 10.6%, 전년 동월 대비 68.1% 급감했다. 서울을 포함한 수도권에서는 5465건의 아파트 매매 거래가 성사되면서 전월보다 17.6%, 전년 동월보다 78% 크게 줄었다.
아파트를 포함한 주택 매매 거래량은 8월 기준 전국 3만 5531건을 나타냈다. 전월(3만 9600건) 대비 10.3%, 전년 동월(8만 9057건) 대비 60.1%씩 감소한 것으로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인 2009년 1월(3만 4149건) 이후 13년 7개월 만에 가장 적었다.
이는 최근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고 부동산 경기 침체 우려가 겹치면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전국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는 84.8로 지난주(85.9)보다 1.1포인트 하락해 2019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보였다. 서울 아파트 매매수급지수도 78.5로 지난주(79.5) 대비 하락하며 2019년 6월 이후 가장 낮았다.
거래 절벽 속에서 가격을 크게 낮춘 급매물이 드물게 거래되면서 아파트값 하락폭도 커지고 있다. 부동산원 통계를 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 대비 0.19% 떨어졌다. 해당 수치는 2012년 9월 마지막주(-0.21%) 조사 이후 10년 만에 최대 하락폭이다. 서울 아파트값은 최근 18주 연속으로 하락 중이다.
구별로 보면 ‘노도강’ 지역인 노원(-0.33%)·도봉(-0.32%)·강북구(-0.19%)가 상대적으로 하락률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서대문(-0.28%)·은평(-0.25%)·성북구(-0.25%) 등 강북지역도 집값 하락세가 뚜렷했다. 강남권에선 송파(-0.23%)·강동구(-0.17%)가 많이 떨어졌고 강남(-0.10%)·서초구(-0.05%)는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작았다.
재건축 추진 단지가 몰린 이들 지역은 정부가 최근 발표한 ‘재건축부담금 완화 방안’의 대표적인 수혜지로 꼽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시장 상황을 고려할 때 이번 제도 개선에 따른 집값 자극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임병철 부동산R114 리서치팀장은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개선안은 법률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여야 합의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세제 개편과 마찬가지로 장기간 계류될 가능성이 높다”며 “한미 간 금리 역전으로 급격한 금리 인상 기조가 유지되고, 경기 침체 우려가 깊어지고 있어 이번 방안이 주택시장 전반의 가격 상승 압력으로 작용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월세 거래량은 가을 이사철을 맞으며 증가했다. 8월 전월세 거래량은 총 22만 7590건으로 전월보다 7.9%, 전년 동월보다 7.6% 각각 늘었다. 임차 유형별로 보면 전세 거래량(10만 7796건)은 전월보다 2.9% 증가했지만 전년 동월보다는 7.8% 감소했다. 월세 거래량(11만 9794건)은 전월 대비 12.9%, 전년 동월 대비 26.3%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누계 기준으로 월세 거래량 비중은 51.6%로 전년 동월(42.6%)보다 9%포인트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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