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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터리] 파생상품 바로알기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




기원전 6세기경 그리스에는 탈레스라는 철학자가 살았다. 당시 그리스인들은 철학이 밥 먹여 주냐며 그를 무시하기 일쑤였다고 한다. 그래서 그는 철학자도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로 마음먹었다. 별자리를 관찰하고 일조량 계산을 통해 올리브가 풍년일 것이라고 예측하기에 이르렀다. 그는 곧바로 온 동네를 돌며 ‘올리브유 압착기를 빌릴 수 있는 권리’를 사들이기 시작했다. 수확 시기가 되자 예상대로 엄청나게 많은 올리브가 열렸고 이를 가공하기 위한 압착기의 수요도 폭증했다. 그리스 사람들은 탈레스가 빌려둔 압착기를 높은 가격에 임대할 수밖에 없었고 그는 막대한 부를 획득했다.

이는 최초의 옵션거래에 대한 이야기다. 선물이나 옵션같은 파생상품이라고 하면 일단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기원전 그리스 사람들의 이야기에서 볼 수 있듯이 파생상품은 우리 경제생활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그리고 잘만 활용하면 위기가 일상화된 시대에 효과적으로 리스크를 관리할 수도 있다.



최근 원·달러 환율이 무섭게 오르고 있다. 13년 만에 최고치다. 특히 원자재를 수입해 국내에서 부품을 만드는 기업이나 달러로 유류비를 결제해야 하는 항공 업계는 그야말로 초비상이다. 그런데 환율 변동이 가져오는 영향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있다. 달러 선물이나 옵션 같은 파생상품을 이용하면 된다. 쉽게 말하면 1년 뒤 100달러가 필요한 상황에서 환율이 올라갈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현재 환율로 100달러를 바꾸자고 미리 약속하면 되는 것이다. 환율이 급변하는 위험에 대해 일종의 보험을 들었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처럼 파생상품은 우리 경제의 안전판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한때 KRX파생상품 시장은 세계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잘나가던 시기가 있었다. 그런데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장외 파생상품 규제가 시작됐고 장내 파생시장도 덩달아 위축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KRX파생상품 시장은 위기를 기회로 삼아 내실을 더욱 단단히 다져 왔다. 증거금·결제적립금 등 리스크 관리 체계와 투자자 교육, 모의거래 등 투자자 보호 장치를 갖췄다. 또한 주식·금리·통화 등과 관련된 파생상품 라인업을 확대해 나갔다. 우리 파생상품 시장이 다시 한 번 도약할 준비를 마친 것이다. 앞으로 파생상품 시장이 더욱 활성화돼 다양한 리스크를 관리할 수 있게 될 것으로 기대한다.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우리 자본시장도 어려운 시기를 잘 극복해 한 단계 성장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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