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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인데 이미 본듯한…헝가리 추상미술, 韓과 닮았네

헝가리중앙은행 소장품 70여점

성곡미술관서 15일까지 전시

韓단색화같은 1960년대作 선봬

성곡미술관 제1관에서 전시 중인 헝가리 예술가 카밀 마요르의 '선(Line)' 연작. /조상인기자




국경과 시공의 장벽을 뛰어넘은 예술의 보편성은 참으로 오묘하다.

화면을 무수한 격자로 나누고, 색의 사용을 제한한 채 반복적 선으로 패턴을 만드는 헝가리 출신 작가 카밀 마요르(74)의 1970년대 작품을 한국 사람이 본다면 같은 시기 국내 화단의 주류인 ‘단색화’의 작가 정상화나 박서보의 작품을 떠올릴 지도 모른다. 캔버스를 접어 주름을 만든 후 그림을 그리는 시몬 한타이(1922~2008)의 작품은 캔버스를 오리고 박음질 한 매듭회화로 평면 위 새로운 공간감을 모색한 신성희(1948~2009)를 생각나게 한다. 한타이는 자신만의 기법을 ‘플리아주(pliage)’로, 신성희는 ‘누아주(Nouage)’ 회화로 각각 명명했다.

성곡미술관에서 한창인 헝가리중앙은행 소장품전 '접히고-펼쳐진'에 출품된 시몬 한타이의 작품들. /조상인기자


국내에서 접하기 어려운 1960~70년대 헝가리 작가의 추상미술을 만날 수 있는 특별전 ‘접히고-펼쳐진’이 성곡미술관 1관에서 오는 15일까지 열린다. 1924년 설립된 헝가리중앙은행(MNB) 소장품 전시로, 15명 작가의 대표작 70여 점이 선보였다. 다양한 소장품 중에서도 한국 현대미술과의 접점을 고려해 기획된 전시다.

한국의 경우 1930년대부터 추상미술이 싹트기 시작했으나 권위적인 국전(國展)의 구상미술에 밀려 있었다. 1960년대 전후 (戰後) 추상미술의 한 경향인 ‘엥포르멜’의 등장으로 새로운 국면을 맞았고, 1970년대 ‘단색화’로 이어졌다. ‘단색화’는 2010년대 이후 재조명을 받으며 지금은 한국현대미술의 대표 주자가 됐다. 유라시아 대륙 건너편에 위치한 헝가리는 일찍이 1910년대 후반에 ‘구축주의’를 중심으로 받아들인 추상미술이 주류를 차지했지만 제1·2차 세계 대전 이후 공산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메시지 전파를 목적으로 한 선동적 예술에 자리를 내줬다. 일부 헝가리 예술가들은 유럽 다른 나라로 옮겨가 작업을 지속했다. 이른바 ‘철의 장막’ 시기로 불리는 1960~70년대 헝가리 작가들의 추상미술은 한국의 ‘단색화’와 닮은 듯 다른 지점들을 보여준다.



성곡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헝가리중앙은행 소장품전 '접히고-펼쳐진' 전시 전경. /조상인기자


한국에서 이처럼 다양한 헝가리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된 것은 1988년 서울올림픽 관련 기획전 이후 거의 처음이다. 전시를 주최한 헝가리중앙은행 측은 “예술 후원에 대한 노력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전략과 같은 맥락이며, 특히 최근 몇 년간 수천 점 이상의 작품을 보유하며 컬렉션을 성장시켰다”면서 “소장품은 주로 중앙은행의 사무실과 공용공간에서 선보여 왔지만 소장품 전시를 통해 다양한 국가와 만나고자 한다”고 밝혔다.

은행의 예술 후원은 금융업으로 유럽을 장악했던 이탈리아 메디치 가문으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역사가 깊다. 세계 최정상 아트페어인 아트바젤의 뒤에는 UBS가, 프리즈의 후원자로는 도이체방크가 있다. 헝가리중앙은행은 아시아 첫 소장품전 개최지로 서울을 택했고 ‘프리즈’와 ‘키아프’ 기간에 맞춰 개막했다. 이들은 전시 이후에도 대학간 교류, 와인문화 전파 등을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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