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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삼성전자, 사상 첫 외부감사인 경쟁 PT로 뽑는다

경영 투명성 자신감 반영…RFP 업계에 발송

17일까지 회계법인들 입찰 후 이달 말 PT

감사인 선정도 감사위 전담해 독립성 제고

경영 투명성 겨냥 삼일PWC 독점 깰 가능성

3년 지정감사인 마친 딜로이트안진과 협력 ↑

서울 서초구 삼성전자 서초사옥. 연합뉴스




삼성전자(005930)가 이달 말 차기 외부 감사인 선정을 위한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을 개최한다. 오는 11월 1일 창립 53주년을 맞는 삼성전자가 회계법인들 간 ‘경쟁’을 통해 외부 감사인을 뽑는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회계업계는 삼성전자가 경영 투명성 확보에 자신감을 바탕으로 감사위원회의 독립성을 강화하는 대·내외적 시그널을 분명히 해 반기는 분위기다.

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달 삼일PwC와 삼정KPMG 등 대형 회계법인들에 외부 감사인 선임을 위한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했다. 삼성전자는 이달 17일까지 입찰 신청을 받은 후 이달 말 경쟁 PT를 연 후 11월 초 향후 6년간 회계 감사를 맡게 될 법인을 최종 선정할 방침이다.

회계업계는 삼성전자의 이번 감사인 선임이 경영 투명성 강화 기조를 반영한 것으로 평가하면서 국내 대표 기업이 경쟁과 자율의 원칙 아래 외부 감사인을 선정하는 만큼 재계 전반으로 이같은 풍토가 확산될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당장 삼성전자는 외부 감사인 선정·평가 항목으로 대(對) 감사위원회 의사소통 방식과 품질관리 및 심리 절차, 감사 방법론, 분야별 감사 계획, 투입 감사 시간·인력 등을 제시하고 이를 종합적으로 고려해 감사인을 최종 선발한다고 천명했다.

삼성전자는 경쟁을 통한 외부 감사인 선정의 권한도 감사위원회에 완전히 넘겨 감사위의 독립성을 높여나가기로 했다. 감사위는 기업 경영을 감시·감독하는 이사회 내 기구로 모두 사외이사로 구성된다. 삼성전자는 김한조 하나금융나눔재단 이사장이 감사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김선욱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와 김종훈 키스위모바일 회장이 감사위원으로 포진해 있다.

삼성전자는 2020년 준법감시위원회를 발족하는 등 지배구조 개편에 박차를 가하면서 감사인의 독립성 확보에도 관심을 보여 왔다. 2018년 신(新)외부감사법 제정 이후 외부 감사인의 독립성을 정부가 강조하는 기조도 염두에 뒀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재경팀은 RFP 배포 이후 회계업계 관계자들과 접촉을 최소화하는 등 ‘내부 단속’을 강화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외부 감사인 선정과 관련해 실무를 제외한 회계법인 평가와 선정은 온전히 감사위 권한으로 재경팀 등은 관여하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회계업계는 삼성전자 감사인을 뽑는 경쟁 PT에서 삼일PwC의 사실상 독점이 깨질 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삼성전자는 1970년대부터 40여 년간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PwC에 회계 감사를 맡겨왔지만 2019년 10월 금융 당국의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시행에 따라 딜로이트안진을 새 외부 감사인으로 맞이했다.



삼성전자가 투명성 강화에 적극적 의지를 보이는 대목은 삼일PwC가 아닌 다른 대형 회계법인을 새 감사인으로 발탁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을 싣기도 한다. 삼성전자가 삼일PwC를 선임할 경우 감사 ‘안정성’은 담보할 수 있지만 “감사인 지정제가 풀리자마자 도로 기존 감사인을 발탁했다”는 유착 논란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 회계업계 고위 관계자는 “삼일PwC는 전통적으로 삼성전자 회계 감사를 쭉 맡아와 이해도 등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면서도 “(삼일PwC가 감사인을) 너무 오래 해왔기 때문에 못 보는 부분이 발생할 수도 있어 (삼성전자 입장에서) 신선한 시각이 필요하다는 것도 포인트”라고 분석했다.

삼성전자가 지난 3년간 딜로이트안진의 외부감사를 받으면서 보다 다양한 선택지를 열어놓게 됐다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딜로이트안진과 함께 일하면서 대형 회계법인의 감사 품질이 ‘상향 평준화’돼 있음을 체감했다는 것이다.

금융당국이 3년 전 딜로이트안진을 새 감사인으로 강제 지정할 때만 해도 삼성전자 안팎에선 우려섞인 시선이 적지 않았다. 삼성전자는 해외에만 202개의 비상장 종속 회사를 두고 있는 다국적 기업이어서 연결 회계 처리가 매우 까다롭다. DX(가전·모바일)와 DS(반도체) 부문 등 각 사업부 하나 하나가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을 능가하는 규모를 자랑하는 만큼 감사에 투입해야 하는 인력도 엄청날 수 밖에 없다.

그러나 딜로이트안진은 2019년 말 삼성전자의 감사를 수임하자마자 곧바로 전담 팀을 꾸리며 신속하게 움직였다. 특히 삼성전자 감사에서 주요 난점으로 꼽히는 연결재무제표 감사를 해외 파트너사(딜로이트) 등과 협업을 통해 무난히 해결했다는 평가다. 이 때문에 삼성전자가 내부 회계관리제도 정비나 기타 재무자문 등에 있어 딜로이트안진과 우호적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해 나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딜로이트안진의 한 관계자는 “딜로이트의 해외 네트워크를 활용해 해외 종속 기업의 감사팀 및 각 분야 전문가들과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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